본격적인 경선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명박 전시장(MB) 캠프는 긴장감에 휩싸였다. 2002년 서울시장 선거 등 토론 경험이 적지 않은 MB지만, 잦은 말실수로 연일 구설수에 올랐기 때문이다.
여기에 라이벌인 박근혜 전대표 진영은 공개적으로 자신감을 표시하기 시작했다. 김무성 의원은 “이 전시장이 TV토론에서 박 전대표를 못 당해낼 것”이라고 했고 또 다른 캠프 인사는 “TV토론이 시작되면 역전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때문에 MB측은 경선을 준비하며 상대방 공세에 대응하는 매뉴얼을 미리 작성해 모의 토론을 하는 등 상당한 신경을 기울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박 전대표가 한 때 ‘수첩공주’라는 비아냥을 들었던 것처럼 이 전시장도 상대적인 약점이 없지 않다. ‘장애인 낙태’ 발언 등 준비되지 않은 말들로 구설수에 오르는 횟수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때문에 캠프 내부에선 이 전시장이 발언을 좀 더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될 정도였다.
대운하 구상을 놓고 집중 포화가 쏟아지고 재산문제 등 이 전시장에 대한 ‘검증 의혹’이 확산될 때마다 MB캠프 ‘TV토론 대책위원회’의 고민도 깊어질 수 밖에 없다.
MB, ‘목소리 교정연습’도
이 전시장의 TV토론을 책임진 이곳은 고흥길 의원과 박찬숙 의원이 각각 위원장과 본부장을 맡고 있다.
중앙일보 편집국장을 지낸 고 의원은 이회창 전총재의 최측근으로 지난 두 번의 대선을 중심에서 겪었던 인물이다. 언론인 출신답게 TV토론의 각 분야에 대해 샅샅이 꿰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사안별 대처 능력을 개발하고 핵심을 꼬집어내는 데 뛰어나다.
본부장을 맡고 있는 박 의원은 방송 생활만 36년에 이른다. 방송인 시절 자신의 이름을 내건 시사프로를 진행했던 박 의원은 2002년 대선을 앞두고 패널 자격으로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낸 바 있다. 이번에는 이 전시장을 위해 ‘방패’로 역할을 바꿔 직접 대선 정국에 뛰어들었다.
두 사람의 진두지휘 아래 직, 간접적으로 TV토론을 준비하고 있는 이들은 30, 40여명에 이른다. 정책토론을 앞두고 이 전시장과 핵심 참모진이 모여 머리를 맞대는 ‘모의 토론’은 기본이다.
위원회 관계자는 “모의 토론을 수없이 해도 쉽지 않은 것 같다”면서 “언제 나올지 모르는 돌발 상황에 대해서도 늘 긴장을 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원회가 하는 활동은 정책팀과의 조율 속에 예상 문답을 작성하는 것에서부터 후보의 스피치, 발음, 분장까지 상당히 방대하다. 이 전시장은 이를 위해 목소리 교정연습까지 하는 등 상당한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대응매뉴얼 준비 끝”
후보가 토론회에 들어가면 위원회의 활동은 더욱 바빠진다. 1초를 놓치지 않기 위해 모니터링하며 현지와 캠프가 수시로 연락을 취한다. 상대 후보측 동향도 파악해야 하고 실시간 오르는 네티즌들의 반응도 살펴야 한다. 토론회가 끝난 뒤에는 민심의 변화와 후보들에 대한 평가도 이뤄진다.
캠프 관계자는 “이 전시장이 공격을 받는 위치인만큼 가능한 많은 대응매뉴얼을 준비해 놓고 있다”면서 “가능한 한 부드러운 이미지를 부각시키려고 노력하지만 상대의 공격이 워낙 거세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이 전시장은 최근 캠프 명칭을 ‘국민캠프 747’로 바꿨다. 7%의 경제성장률과 국민소득 4만불, 7대 강국 달성을 의미한다. 위원회는 이처럼 MB의 최대 강점인 ‘경제 대통령’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동시에 따뜻하고 진솔한 모습을 전달하는데 역점을 기울일 계획이다.
2002년, 노무현 이렇게 준비했다!
대선 최대 승부처 - TV토론
지난 2002년 대선은 그 어느 때보다 미디어와 인터넷의 위력이 컸던 선거였다.
때문에 당시 노무현 당선자의 일등 공신 중에서도 김한길 미디어특별본부장(현 중도신당 대표)의 공은 누구못지 않은 높은 평가를 받았다.
대선 이후 공개된 선대위 자체 평가서에 따르면 미디어특별본부는 ▲미디어기획단 ▲TV토론 대책반 ▲후보방송연설준비단 ▲찬조연설준비단으로 구성돼 활동했다. 미디어특별본부는 60여명이 활동했는데 그 중 절반에 가까운 29명이 TV토론 대책반에서 활동했다.
김현종 단장의 지휘아래 활동한 TV토론 대책반은 기획팀, 정책팀, 토론팀으로 나눠졌다. 기획팀은 토론전략 및 기조, 모두/마무리 발언을 준비했으며 각종 예화를 개발하고 민심 파악도 담당했다. 정책팀은 캠프 내 정책본부와 협조체제를 구축한 뒤 정책과 관련된 질의응답안을 지원했다.
토론팀은 상대 후보와 분야별로 다시 3개 팀으로 구성됐다. 1팀은 노무현/정치, 신상을 담당했으며 2팀은 이회창/경제를, 3팀은 정몽준/사회, 문화를 담당했다.
TV토론 대책반은 대선 기간 동안 선대위 출범-후보 단일화(11.3), 후보단일화 기간(11.3~11.26), 본격 선거운동 기간(11.27~12.16) 등 3단계로 나눠 상황에 따
라 전략을 변화, 발전시켜 나갔다.
TV토론 준비를 전담했던 대책반은 당시 노무현 후보의 불안한 이미지를 보완하기 위해 ‘대통령 답게 보이기’에 일차적으로 치중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노 후보는 정몽준 의원과의 단일화 과정을 비롯,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와의 토론회에서도 이전과는 다른 ‘부드럽고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이는데 치중했다.
한편으로는 고령인 이 후보를 겨냥 ‘젊은 대통령’의 모습을 강조하는 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으며 대선 최대 공약이었던 ‘행정수도 이전공약’ 방어에도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TV토론을 통해 ‘노무현식 정치’와 이미지를 부각시키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승현 okkdoll@dailysun.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