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 메시아는 이미 결정됐다”
“대통합 메시아는 이미 결정됐다”
  • 김대현 
  • 입력 2007-06-07 09:28
  • 승인 2007.06.07 0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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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의 후계구도 총력 추적 >>

“동교동 문턱이 닳고 있다.”
김대중(DJ) 전대통령의 자택을 수시로 들락거리는 차기 대선주자들과 막후 정치인들이 만들어낸 ‘보이지 않는’ 흔적이다.
과거 정치인인 DJ를 통해 호남 민심을 손에 넣으려는 몸부림의 일종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예방객들에게 특유의 ‘훈수’를 두고 있는 DJ 또한 정치적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옛 동교동계 인사들의 모습도 언론에 등장하며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범여권 통합을 주문하는 DJ의 목소리는 이미 현실정치를 관통하고 있다. 국회 안팎에서 그의 ‘복심’(腹心)을 쫓느라 여념이 없다는 게 단적인 증거다.
DJ가 ‘선 후보선출, 후 통합신당’이라는 ‘로드맵’까지 제시하며 정치 전면에 나서자 비판론도 적지 않다. 한나라당은 DJ가 자신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 범여권 통합에 ‘올인’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나아가 호남민심을 바탕으로 차기 주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그 대가로 햇볕정책 등이 계승되기를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차기 예비주자들도 호남의 표심을 확보하고자 하는 노림수를 갖고 동교동을 찾는다. 그렇지만, 정치 9단의 심중을 정확하게 전달받은 인물은 많지 않을 것이다. ‘정치주간’을 마감한 DJ의 ‘복심’은 누구에게 꽂혔을까.



DJ가 살아있는 권력을 누르고 ‘파워풀한’ 정치력을 구가하고 있는 것은 호남 민심을 등에 업고 있기에 가능하다. 이를 통해 DJ는 자신이 추구해온 대북정책이 계승, 발전되기를 희망하고 있을 터다.

대북 ‘햇볕정책’은 DJ가 세계사의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인물로 만들었다. 노벨 평화상 수상에 얽힌 막후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역사적 평가를 한 단계 격상시켜 놓은 것은 분명하다. 이러한 정치적 궤적이 온전히 유지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을 것이다.

한나라당 핵심 당직자는 이와 관련, “DJ는 기본적으로 한나라당을 믿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한나라당과의 관계는 원천적으로 차단한 채, 범여권 주자들만 불러 정치 과외를 하는 걸 보면 그런 기류가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DJ, 한나라당과 관계 ‘원천’ 차단

그는 특히, “결국 정권이 교체되면 자신의 안위를 보장받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게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DJ는 대북송금 특검 등으로 얼룩진 자신과 측근들의 명예회복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2003년 대북송금 특검은 부실수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할 뿐만 아니라, 남북정상회담 대가로 막대한 자금이 전달됐다는 사실이 드러나 DJ의 이미지에 큰 상처를 남겼다. 일부 측근들은 줄줄이 법정에 불려나가는 수모를 당했다.

DJ는 진보세력이 아닌 한나라당이 집권을 했을 경우, 이러한 부분까지 재검증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한나라당은 안된다’는 식의 뉘앙스에서 그의 속내가 드러나고 있다.

또, 각종 비자금 관련 소문과 진실 논란은 아직도 세간의 관심사로 회자되고 있는 부분이다. 미국 의회가 직접 나서 미국내 DJ 비자금 은닉의혹을 조사할 정도로 사실에 가까운 정황들이 포착되고 있다.

물론, 일부 반DJ 세력들이 확인되지 않는 ‘루머’를 퍼뜨리고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비자금에 대해서는 소문만 무성했지 사실규명에 대한 그 어떤 조치도 없었기 때문에 ‘루머’가 확대재생산된 것도 사실이다.

한나라당 일각에선 DJ가 범여권 차기주자들과 잇따라 접촉하고 있는 이유를 이런 맥락에서 분석하고 있다. 자신의 정책계승과 안위를 동시에 확보하기 위해 ‘계승자’를 찾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손학규냐, 이해찬이냐”

이러한 관측에 대해 ‘동교동’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박지원 전비서실장은 DJ의 정치훈수와 관련, “그런 내용은 동교동쪽을 통해서 확인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면서 즉답을 피했다.

그럼에도 DJ가 쥐고 있는 호남표심은 차기 주자들에게 매력적인 ‘먹잇감’일 수밖에 없다. DJ의 ‘의도’와 차기주자들의 ‘노림수’가 교집합을 이루면서 동교동이 범여권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DJ의 복심을 얻을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주자로는 손학규 전경기지사가 손꼽히고 있다.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 전지사는 햇볕정책 계승 의지를 강조하면서 ‘DJ 구애작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범여권 주자로서 가장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과 DJ의 물밑 신경전이 어떻게 봉합되느냐에 따라 그의 입지는 변화가 불가피하다. 손 전지사가 반드시 품고 가야 할, 친노세력과의 관계설정이 사실상 두 전·현직 대통령의 ‘교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손 전지사측 관계자는 “우선 신당형태의 독자세력화를 진행하면서 우호 세력을 점차적으로 확대해 나가게 될 것”이라며 “포섭 대상에는 예외가 있을 수 없다”고 전했다.

노 대통령과 DJ를 넘나드는 실무형 정치인, 이해찬 전국무총리도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 전총리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 공히 중요 ‘포스트’를 맡았던 인물이다. 양대 정권의 정책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부 친노인사들은 “재방북을 추진하며 남북관계 전면에 나서고 있는 이 전총리가 DJ의 복심에 가장 근접해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충청이 고향인 그가 호남표심을 끌어 안을 경우, 이른바 ‘서부벨트’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이 전총리가 특유의 추진력을 바탕으로 실무능력을 인정받고 있다고는 하지만, 국민적 지지율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미지수다.

친노세력 일부의 지지를 받고 있는 한명숙 전총리는 DJ보다 노 대통령의 암묵적 지지를 받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정동영 장관을 DJ의 적자로 보는 이는 드물다. 호남 출신이라는 한계를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활발한 움직임에 비춰봤을 때 지지율이 너무 낮다. DJ와의 관계도 범여권내 경쟁주자들보다 느슨해 보인다.


호남민심 갈구하는 범여권 주자들

이밖에도 범여권에서 DJ에게 구애의 손짓을 하는 인사는 상당하다. 김혁규 의원,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김두관 전장관 등이 비호남 출신으로 호남의 지지를 갈망하고 있다.

이들 중 적어도 1명은 본선에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영남 패권을 가진 한나라당에 대항해 DJ의 ‘계승자’임을 공표할 날이 멀지 않았다.

일부 DJ의 측근이 ‘이제 정치주간은 끝났다’고 말한 점으로 미뤄 그가 후계자를 내심 결정했을 개연성도 없지 않다. 결국, 차기 주자는 DJ의 ‘정치적 산물’을 계승, 발전시키는데 일조할 수 있는 순응파일 가능성이 높다. 비호남 출신으로 노 대통령의 허물까지 포용할 수 있는 범여권 인사는 누구일까.


#다시 고개 드는 ‘고건’ 대안론

범여권 ‘1순위’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손학규 전경기지사의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으면서 새로운 인물을 영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구도에서 손 전지사에게 어느 정도 기대감을 가질 수는 있겠지만, 9~10월에도 지지율 추이가 이대로 유지된다면 대안을 마련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새로운 인물을 키우는 것도 시간적으로 무리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기존 주자들에게 다시금 시선이 옮겨가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고건 전국무총리다.

고 전총리의 한 측근은 “고건 전총리는 자신이 선언한 입장을 번복하실 분이 아니다”면서도 “하지만, 여권에서 최선책이 사라지고 나면 차선책으로 영입을 시도할 수도 있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고 전총리의 지지자들도 다시 ‘컴백’할 수 있다는 일말의 기대감을 버리지 않고 있다. 지지자들의 전열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으며, 일부는 신당 형태로 대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참모들도 손학규, 김혁규 등 여타 캠프의 ‘러브콜’을 뿌리치고 ‘야인’으로 남아 있다.

관건은 고 전총리가 대선 불출마 선언을 번복할 수 있을 정도의 명분이 조성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고 전총리의 과거 행적으로 볼 때, 다시 현실 정치로 돌아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정치권 인사들과 접촉을 늘리고 있다는 점 등으로 미뤄볼 때, 다시금 이목을 집중시킬 여지는 충분히 남아있다.


김대현  suv15@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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