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전남 광주에서 첫 정책토론회를 시작으로 불붙기 시작한 당내 대선후보 경선레이스는 이명박(약칭 MB)-박근혜 양강 구도가 대세다. 하지만 박 전대표는 지지율면에서 다소 약세다. 앞으로 MB를 추월할만한 정책적인 어젠다 선점이 급선무다. 두 후보는 이미지도 대조적이다. MB 이미지가 기업 CEO형이라면 박 전대표는 알토란같은 귀족형 이미지. MB가 경제 마인드를 지닌 인물이라면 박 전대표는 명분을 중시하는 전형적인 여성 스타일이다.
대선 경선을 앞두고 MB에게 뒤처진 박 전대표는 ‘민심-당심’의 두 박자에 보조를 맞춰 ‘천심’을 일궈낼 전략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그 대안 가운데 하나가 다름 아닌 정책, 홍보, 인물이다. 박 전대표 캠프는 MB캠프 못지않게 인맥구성이 탄탄하다.
<일요서울>은 박 전대표 캠프내 자문위원 및 교수진은 물론 핵심 구성 멤버를 알아보고, 향후 캠프내 정책 방향 등에 대해 자세한 내용을 들어봤다.
박근혜 전대표 캠프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관리형 이미지를 갖추고 있는 박 전대표에겐 무엇보다 정책구상이 급선무다. 그래서 다급한 쪽은 박 전대표다.
‘이명박 대세’를 한방에 무찌를 정책과 비전 제시, MB를 능가할 전략차원의 대중성, 미디어 전략을 통한 이미지 고착화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 때문에 서울 여의도 국회 맞은편 엔빅스빌딩에 위치한 박 전대표 캠프는 대선 경쟁에서 승리를 거머쥘 정책키워드 찾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더구나 캠프 내 운영방식은 향후 당내 경선승패에 중요한 열쇠가 된다. 박 전대표 캠프 인맥구성은 MB캠프와 힘을 견줄만한 탄력을 유지하고 있다.
MB와 불편한 인사 포진
우선 캠프 중심 추를 살펴보면, 홍사덕 전의원(전국회부의장)과 안병훈 본부장이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사실 이번에 영입된 홍 전의원은 지난 2002년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다가 돌연 사퇴를 선언한 인물. 이런저런 역학관계가 얽혀있어 MB와는 매우 불편한 관계라는 것에 정치권은 주목하고 있다.
언론인 출신인 안 본부장은 ‘관언회’(서울대 출신 언론인협회) 멤버여서 보수성향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더구나 서청원 김무성 유승민 의원 등도 박 전대표 캠프의 핵심브레인이다. 이들은 각각 고문과 경선대책위원회 부위원장급 정책을 담당하고 있다. 유정복 최경환 허태열 의원은 각각 비서실 실장과 상황, 조직을 총괄하고 있다. 대변인은 한선교 의원, 사이버쪽은 곽성문 의원이 일임했다.
경제 참모진 70년대 서강학파
박 전대표는 명분을 중시한다. 또한 정책에 힘을 쏟고 있는 만큼 과학기술, 교육, 경제 등에 집중 공략할 자문위원 및 교수진 등을 대거 포진했다. 선별작업도 끝냈다.
과학기술 자문위원단은 김기형 초대과학기술처 장관(한림원 원로회원)을 축으로 박긍식 9대 과학기술처 장관, 이상수 전KAIST(한국과학기술원)총장, 윤덕용 전KAIST총장, 김수동 전특허청장, 김진형 KAIST교수, 황해웅 대덕연구개발특구 기술사업화협의회장, 신동우 경상대 교수, 김창경 한양대 교수, 이상천 영남대총장, 박용태 서울대 교수, 황주호 경희대교수 등이 있다.
교육자문단은 강태중 중앙대교수, 김성렬 경남대 교수 등 교육학과 교수들과 전직 대학총장 등이 전문가그룹을 이뤘다.
경제 참모진은 1970년대 서강학파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인맥이 양대 산맥을 이룬다. 남덕우 전총리가 자문단 좌장이고, 실무총괄은 김광두 서강대 교수,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김영세 연세대 교수,방석현 서울대 교수, 차동세 전KDI원장 등이 참여하고 있다.
‘필승후보’ 전략구사
정책토론회를 시작으로 앞으로 대선후보 경선레이스에는 오는 7월 ‘후보검증’ 청문회 등이 남아있다. 박 전대표 캠프측은 “첫 TV정책토론회에서 MB보다 박 전대표가 정책적인 우위를 선점했다”고 확신하고 있다. 더구나 당심이 중요한 만큼 향후 당원과도 접촉을 강화하는 등 운영기조에 변화를 꾀할 방침이다. 박 전대표 캠프에선 일단 후보검증 국면을 통해 운영능력을 보여주는 한편 박 전대표가 ‘필승후보’라는 인식을 대중 앞에 각인시키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박 전대표 캠프의 한 관계자는 “이번 TV 첫 정책토론회에서 MB는 경제지도자라는 인식이 국민들에게 박혀있지만 경제를 잘 모르는 것 같다”며 “경제적인 측면에서 (박 전대표가)미리 준비하고 능력의 우위를 전개해 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불안한 후보 대 필승후보’구도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전략구상이다.
거시적 이미지 구성필요
여론조사전문기관인 TNS의 고태영 과장은 “MB는 이미 추진력, 청계천복원 능력, 경제전문가적인 이미지가 강하다”며 이에 반해 “박 전대표는 국정현안 능력보단 이미지적인 측면에서 섬세하고 안정적이며, 청렴한 요인이 플러스로 작용하고 있다”며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고 과장은 이어 “MB처럼 한나라당의 간판을 떠나고, 한나라당 구세주, 리더를 벗어나서 보다 거시적인 이미지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리얼미터’의 이택수 연구원은 “무엇보다 두 후보가 양자토론을 통해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 정책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앞으로 주기적인 토론회를 거치고, 청문회 등을 통해 박 전대표의 언변력과 경선운동 반경에 대중들의 시선이 한곳에 모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수첩공주’, ‘콘텐츠가 없다’, ‘정책이 없다’는 등의 기존 이미지를 탈피하고, MB의 지지율을 추월할 절호의 기회가 찾아올 것인지는 오직 박 전대표의 몫으로 남아있다.
김현 rogos0119@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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