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는 1개월 이내에 소실되는 일과성 피로와 1개월 이상 지속되는 지속성 피로, 6개월 이상 지속되는 만성피로로 구분된다. 일과성 피로는 대개 건강하던 사람에게서 노동 휴식 식사 사이에 균형이 깨어짐으로써 발생하는 것으로 ‘생리적 피로’라고도 불린다. 휴식을 취하면 금세 좋아진다. 지속성 피로는 그 원인이 생리적 피로가 아니면서 지속기간이 6개월 미만이고 휴식에 의해 회복되지 않는 경우로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다. 만성피로란 지속성 피로를 포함하며, 1개월 이상 심한 피로가 지속됨으로 인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일상생활 혹은 직장생활에 장애를 초래하거나 또는 휴식을 취해도 피로가 회복되지 않고 재발되는 경우를 말한다.
이러한 만성피로는 그냥 참고 지내도 될 정도의 가벼운 증후가 아니라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할 질병인 셈이다. 이같은 만성피로증후군은 주로 20대에서 40대에 있는 젊은 사람에서 주로 관찰되며 약 1,000명 중 한 명 꼴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들어 어린이나 중년층에서도 증상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만성피로 증후군은 여성이 남성보다 4배 정도 발생빈도가 높다. 자주 보이는 증상은 피로감이 가장 많고, 약하게 체온이 올라가는 미열, 잠을 못 자는 수면장애, 정신집중이 잘 안되고, 두통, 목이 아프고, 목 주위의 임파선이 커지거나 근육통 및 관절통 등이다. 또 환자의 약 2/3가 우울증, 신경증, 불안감 등의 정신적 질환을 나타내는 경우가 있다.
생활습관 개선이 중요
그러나 아직까지 만성피로증후군의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의학계는 ‘면역계통의 이상’,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증상’에서 오는 질환으로 해석하고 있다. 만성피로를 치료하는데 주의해야 할 점은 만성적인 피로를 느끼는 사람이 섣불리 만성피로 증후군으로 자가진단하고 건강식품이나 피로회복제 등 함부로 약물을 복용하는 것이다. 반드시 피로증상을 유발하는 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먼저 받는 것이 중요하다.만성피로 증후군은 생활습관의 개선이 효과적이다. 무엇보다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게 좋다. 아침식사를 거르면 교감신경을 흥분시켜 피곤을 느낄 수 있으므로 아침식사는 거르지 않는다. 채소나 과일로 비타민을 충분히 섭취하고 고단백 음식을 먹도록 한다.
적극적으로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매사에 여유를 가지고 대하도록 한다. 취미생활, 여가선용 등도 좋은 역할을 한다. 규칙적이고 적당한 수면을 취하고 평소의 생활 속에 올바른 자세를 취하는게 좋다. 운동은 근육과 관절의 힘을 길러주고 심장과 폐의 기능을 향상시켜 모든 일을 의욕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러나 무조건 운동을 많이 한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육체적인 피로감이 심할 때 운동을 하고 나면 당장은 상쾌한 기분이 들겠지만 오히려 피로가 더 쌓일 수 있다. 산책이나 걷기 등 유산소 운동을 일주일에 서너 번씩, 20∼30분간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한의학, 관련 장기 치료 통해 개선
최근에는 한의학 처방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한의학에서는 만성피로의 원인을 크게 기허(氣虛), 혈허(血虛), 기혈양허(氣血兩虛), 허로(虛勞)로 분류하고 있다. 즉, 만성피로는 여러 장기와 관련된 기능실조로 유발된 질병으로 보며 병태생리상 주로 간장, 비장, 신장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는 것. 이에 대해 주영한의원 장성익 원장(02-2273-8694)은 “비장은 소화기능을 담당하여 팔다리 근육과 살을 튼튼히 하는 장기로 비장의 기능이 손상 받으면 살이 빠지면서 권태무력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며 “신장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기운이 저장되어 있으며 골격을 이루고 뇌수를 톤튼히 하는 것으로 이 근본 에너지가 부족하게 되면 뼈가 약해지면서 정신이 맑지 못하고 두뇌회전력이 떨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간장은 체내외로 들어오는 스트레스를 처리하는 데 이 기능에 부하가 많이 걸리면 그 기능이 약해지면서 만성피로를 유발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한의학에서는 환자의 신체적, 감정적, 사회적 측면 모두를 고려하는 포괄적 치료를 하고 있다. 약물치료로는 장부의 기능, 특히 간장의 기능을 조절하여 주고 동시에 적극적으로 기혈을 보하는 방법을 쓴다. 또 꼭 필요할 경우 체질감별을 통해 체질침을 시술하거나 부항치료를 통해 면역력 증강을 돕기도 한다. 장 원장은 “만성피로 증후군은 과로 및 긴장, 스트레스, 영양결핍 등으로 몸의 면역기능 및 체력이 저하된 것으로 평소 충분한 영양섭취 및 휴식을 취해 예방하는 게 우선”이라며 “증상이 심할 경우 황기, 육계, 인삼, 숙지황, 구기자, 오미자, 두충 등의 20여가지 약재를 체질에 따라 가감한 가미대보탕을 2∼3개월 복용할 경우, 피로를 떨쳐버리는 데 큰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김민수 km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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