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선보다 더 치열한 예선이 시작된다. 한나라당에 주어진 단 한 장의 카드를 놓고 이명박 전서울시장과 박근혜 전대표가 본격적인 승부를 기다리고 있다.
조만간 당 후보검증위원회와 선거관리위원회가 출범할 예정이어서 양 진영의 신경은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롭다. 특히 상대방의 아킬레스건을 집중 공략한다는 내부 방침이 내려진 상황이어서 이에 따른 ‘첩보전’도 한창 진행중이다. 적극성은 친박 진영에서 더욱 분명하게 나타난다. 한 인사는 “검증 정국이 시작되고 청문회가 열리면 역전은 시간 문제”라고 자신감을 피력하며 “이미 상당한 자료를 모아뒀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내 ‘검증정국’에 불이 붙었다.
칼을 빼든 박 전대표나 ‘수성’을 자신하는 이 전시장 모두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검증위 위원 구성과 향후 검증방법을 놓고 벌써부터 양 진영은 조금이라도 유리한 자리를 점유하기 위해 기싸움이 한창이다.
검증위는 위원장으로 확정된 안강민 전서울지검장의 지휘로 오는 7월 말까지 활동할 예정이다. 후보자와 가족들의 병역, 재산, 경력 등 기본적인 사항부터 지금까지 언론에 보도됐던 문제들을 전방위적으로 다룰 계획이다.
박 전대표는 “일단 저부터 철저히 검증해 달라”며 “검증은 필수고 역전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이 전시장은 이와 관련 “검증은 철저히 하는 것이 좋지만 이회창씨 때처럼 당하지는 말아야 한다”면서 “악용하거나 네거티브 식으로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우려를 덧붙였다.
하지만 수사권이 없는 검증위의 활동은 ‘찻잔속 태풍’으로 끝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오히려 박빙의 승부를 가를 뇌관은 두 사람이 정면으로 맞붙는 ‘정책 비전 대회’에서 분출될 것이라는 게 당 인사의 말이다.
“수십 가지 X파일 준비”
준비는 뒤처지고 있는 박 전대표 진영이 먼저 들어갔다.
친박 진영의 한 인사는 “이 전시장과 관련, 준비해온 사안이 수 십 가지가 넘는다”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첩보를 수집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 전시장의 재산 문제와 관련된 개인 사안과 대운하 구상이 집중적으로 제기될 것이라는 게 이 인사의 귀띔이다.
이와 함께 서울시장 재임시 이 전시장의 치적으로 알려진 사안들에 대해서도 강하게 문제점을 지적할 예정이다. 오히려 박 전 대표측은 검증 내용보다는 ‘방식’을 놓고 더 큰 고민에 싸여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박 전대표가 직접 이 전시장을 공격할 경우 마이너스 효과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캠프에선 원희룡 고진화 홍준표 의원 등 다른 경선 주자들이 ‘악역’을 맡아 주기를 은근히 바라는 눈치도 없지 않다. 대신 박 전대표는 정책적인 차별성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킨다는 계획이다.
반면, 초반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점을 들어 ‘강경론’을 주장하는 이들도 없지 않다. 상대적으로 소수지만 이들은 “MB와 관련된 민감한 사안들은 센 것부터 차례로 풀어야 역전의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박 전대표도 “어차피 우리가 검증을 하지 않아도 본선에 나가면 다 하게 된다. 피할 수 없는 문제다”며 강경한 의지를 내비쳤다.
“가능한한 꺼내지 않을 것”
이에 반해 이 전시장은 일단 ‘방어전략’에 치중하고 있다. MB측 공보 관계자는 “웬만한 사안들은 언론 등을 통해 다 검증됐다”며 “그게 아니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것들인데 설마 저쪽(친박 진영)에서 문제를 삼겠느냐”고 말했다.
대운하 구상 등 예상 가능한 공세에 대해 대응 매뉴얼도 어느 정도 완성된 상태다. 이 전시장은 정책 비전 대회와 청문회 등을 염두에 두고 토론 연습도 자체적으로 지속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MB측의 한 의원은 “웬만하면 공세에 대응하는 수준에서 토론을 펼쳐 나갈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김유찬씨처럼 황당한 문제를 제기한다면 가만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박 전대표 개인과 관련된 X 파일도 만만치 않다는 얘기였다.
“가능하면 꺼내지 않을 생각이다. 앞서가고 있는 우리가 그럴 필요가 없다. 하지만 비신사적인 일들이 계속 발생할 경우 결코 당하지만은 않겠다.”
한나라당 내 ‘검증 문제’로 올 여름 정국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울 전망이다. 한나라당 빅2가 익숙지 않은 ‘혈전’을 성공적으로 치러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검증위, 초반부터 중립 논란
“MB 외곽조직 대표가 검증위원이라니”
안강민 위원장을 필두로 한 검증위원회 인선이 끝이 났다.
간사는 이주호 제5정책조정위원장이 맡기로 했으며 유재천 전 한국방송학회 회장, 보광 스님, 인명진 당 윤리위원장, 정옥임 선문대 교수, 강훈 ‘시민과 함께 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 노승대 전 감사원 사무차장, 김봉헌 전 국세심판소장이 위원으로 인선됐다.
하지만 정 교수의 경우 ‘중립성’ 문제로 인해 벌써부터 도마위에 오른 상황이다. 박근혜 전 대표의 팬클럽인 ‘박사모’는 정 교수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외곽조직인 ‘한국의 힘’ 대표까지 지낸 인물이라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친박 진영은 강재섭 대표의 ‘중재안’ 제기 이후 지도부의 ‘중립 의지’에 대해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김승현 okkdoll@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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