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 사전 동의 없이 추진 ‘논란’
학내 사전 동의 없이 추진 ‘논란’
  • 김대현 
  • 입력 2007-05-23 11:28
  • 승인 2007.05.23 1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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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원광대서 명예 박사학위 ‘추천’ 내막
김대중 전대통령에 이어 상고 출신으론 두 번째로 ‘고졸’ 대통령 신화를 쓴 노무현 대통령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명예 박사학위를 받는다. 그것도 자신의 고향인 영남에서가 아니라, 호남권 대학 중 하나인 원광대에서 학위를 받는다. 이로써 이승만 전대통령부터 노 대통령까지 전·현직 대통령 모두가 공히 ‘박사’라는 공식 직함을 얻게 될 전망이다. 지난 15일 청와대와 원광대 등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오는 6월 초 전북지역 순방일정에 맞춰 원광대 대학원을 방문해 명예 박사학위를 받을 예정이다. 하지만, 인제대 ‘노무현 기념관’ 건립 논란에 이어 이번에도 사전에 학내 동의절차가 진행되지 않아 또 다른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감도 나온다.


노무현 대통령은 정계에 입문한 이후 지역주의와 함께 ‘학벌주의’를 강하게 비판해온 정치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 2003년 대통령 취임을 전후한 시기에 수차례 명예 박사학위를 수여하겠다는 비공식 제안을 받아왔지만 이를 ‘반려’한 것도 그가 걸어온 정치적 궤적에서 기인한다.
그럼에도 원광대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그것도 사립대학 입장에서 노 대통령에게 명예 박사학위를 수여하는 ‘영광’을 안게 됐다. 원광대는 지난 1994년 김대중 전대통령에게도 명예 정치학 박사학위를 수여한 바 있다.


DJ에 이어 노무현 대통령도 ‘학위’ 수여

원광대 대학원 이경중 팀장은 “아직까지 (학위 수여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은 잡힌 게 없다”면서 “얼마 전 대학원 차원에서 명예박사 학위 수여자로 노 대통령을 추천키로 했으며, 지금은 청와대가 일정을 잡아주길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또, “우리는 5월 중순경을 예상하고 있었는데, 일정이 다소 늦춰질 것 같다”며 “준비할 게 많기 때문에 빨리 청와대에서 연락이 왔으면 한다”고 밝혔다.

원광대는 오는 23일 명예 박사학위 추천자를 선정하기 위해 학위선정위원회를 열 계획이다. 학내 공식절차가 남은 상황이지만, 대학측은 이미 입장을 정리하고 청와대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도 조만간 원광대에서 학위 수여 문제가 최종 확정될 것으로 보고 구체적인 일정 조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7일 브리핑에서 “두달 전 원광대측이 한국정치와 민주주의 발전에 큰 공헌을 세웠다는 이유로 대통령에게 명예 박사학위를 수여하겠다는 뜻을 전해왔다”면서 “지역대학 육성과 균형발전 차원에서 이를 수용하기로 했으며 최종 결정은 오는 23일쯤 날 것”이
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집권 이후 해외에서 2차례 명예 박사학위를 받은 바 있다. 지난 2004년 러시아 방문 당시 모스크바에서 정치학 명예박사 학위를, 2006년에는 알제리 알제대학에서 명예 국제관계학·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하지만 국내 대학과의 ‘인연’은 썩 좋은 편이 아니었다.

특히, 노 대통령은 최근 자신의 고향인 경남 김해 인제대에서 추진 중인 ‘노무현 기념관’ 건립 논란으로 얼굴을 붉힌 바 있다. 총학생회 등 대학 내 일부 구성원들이 뒤늦게 이 사실을 접하고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찬반 논란이 불거진 것.

그렇다면, 노 대통령이 임기 말 국내 사립대학에서 명예 박사학위를 받게끔 ‘멍석’을 깐 인사는 누구일까.

원광대측은 윤여웅 이사장을 거론하고 있다. 노 대통령과 개인적인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윤 이사장이 직접 제안을 했다는 설명이다.


원불교 윤여웅 의장과 노 대통령의 ‘인연’

원불교 중앙교구 교의회 의장을 겸하고 있는 윤 이사장은 지난 3월 청와대를 직접 방문한 자리에서 노 대통령에게 명예 박사학위 추천을 제안하
고 수용의사를 전달받았다는 것.

원광대 대학원측은 “노 대통령과 가까운 윤 이사장이 청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학위 수여 문제를 타진하고 왔다”고 했다.

그러나 원광대 또한 노 대통령의 명예 박사학위 수여 문제를 두고 학내 동의절차를 선행하지 않아 향후 논란의 소지가 없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편, 노 대통령은 오는 6월 초 ‘한·미FTA 체결’ 이후 민심을 청취하기 위해 전북지역 농어촌을 둘러볼 예정이다.


# DJ, 11개 박사학위 소유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많은 박사학위를 소유한 인사는 누구일까.

김대중 전대통령이 11개의 정식 또는 명예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어 최다 학위 보유자다. 김 전대통령은 목포상고 출신이지만, 학사와 석사를 거치지 않고 러시아 모스크바 대학에서 정식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원광대 등 국내외 10개 대학에서 명예 박사학위를 받았다.

김영삼 전대통령도 러시아 모스크바대, 미국 뉴욕대 등 9개 대학에서 명예 박사학위를 받아 역대 대통령 중 두 번째로 많은 학위를 가지고 있다.

전두환 전대통령은 유일하게 미국 페퍼딘대학에서 명예 정치학 박사학위를 얻었고, 노태우 전대통령은 모스크바대 등 2곳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밖에도 최규하 전대통령과 윤보선 전대통령은 각각 2곳에서, 장면·이승만 전대통령은 1개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하지만 역대 대통령 중 학사, 석사 등 정식과정을 거쳐 박사학위를 취득한 대통령은 이승만 전대통령이 유일하다.

김대현  suv15@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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