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대표 측의 한 관계자는 “(박 전대표가) 고민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경선룰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관계자는 또 “박 전대표가 칩거상태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지만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 전대표 캠프와 강 대표 측이 서로 연락도 주고받지 않을 정도로 서먹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박 전대표 캠프에선 강대표의 기자회견문과 관련, 보도자료를 요청해도 강 대표 측에선 전혀 응대해주지 않고 있다고 한다. 박근혜-강재섭 두 사람은 더더욱 전화연락도 취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까지 친박계열인 김무성 의원 정도가 강 대표와 자주 만나고 있을 정도다. 이 때문에 정
치권 일각에선 박근혜-강재섭 두 사람이 이미 소원한 관계가 된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박 전대표를 지지하는 모임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강 대표가 연루된 대구 서구 선거법 위반 과태료 대납사건과 관련해 상당한 고비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MB사람인 이재오 최고위원을 만난 뒤 태도가 완전히 돌변했다”며 “아마도 MB-이재오 사이에 뭔가 대화가 오고가지 않았겠느냐”며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결국 강재섭-이재오 두 사람의 ‘밀담‘ 이후, 강 대표가 당 경선룰 중재안을 제시한 것이 ‘박근혜-강재섭’ 사이를 서로 갈라놓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을 것이란 관측이다.
반면 강대표 측의 한 관계자는 이와는 별도의 얘기를 했다.
강 대표 측의 한 관계자는 “두 분(박근혜-강재섭)은 잘 모르겠지만 의원실은 특별히 예전부터 자주 연락하는 그런 사이는 아니었다”며 “경선룰 중재안과 관련해 강대표가 그동안 두 달 가까이 고민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당 지도부는 물론 당내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신중히 검토한 끝에 제시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강 대표측 관계자는 강재섭-이재오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 4·25재보궐 선거 참패 결과로 인해 당 지도부 사퇴여부를 둘러싼 갈등이 있었을 때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 즈음 강 대표는 이 최고위원뿐만 아니라 정형근, 전여옥 최고위원과도 연락을 취해 회동할 것을 제의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정 최고위원과 전 최고위원은 바쁜 스케줄 때문에 참석하지 못하고, 이 최고위원만 회동을 가졌다고 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선 이런 강 대표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강재섭-이재오’ 두 사람간에 ‘경선룰’ 중재안을 놓고 서로 깊은 대화가 오고갔을 것이란 의구심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강 대표의 정치적인 궤적을 살펴봐도 그동안 ‘주류’의 길만 걸어왔던 터라 정치권에선 강 대표가 또다시 지지율면에서 유리한 MB쪽으로 방향선회를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무튼 정치권에선 강대표의 향후 행보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노 사람들’ 청와대로 모인 까닭은
최근 인터넷 주요포털사이트에는 ‘정동영, 김근태 전열린우리당의장 탈당 시사’라는 제목의 기사가 정치뉴스면 톱을 장식했다. 5월 범여권의 빅뱅이 시작했다는 관측과 더불어 줄줄이 열린우리당을 탈당할 초재선 의원들의 움직임도 점쳤다. 이런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이 정동영계열인 박영선, 김현미 의원을 불러 당에 남아주길 요청했다고 했다.
정치권의 한 소식통은 “노대통령은 창당정신의 틀을 무너뜨리지 않는 한도 내에서 열린우리당이 유지되기를 바라고 있다”며 “그런 뜻을 박-김 의원에게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친노진영의 서갑원, 이광재 의원은 청와대를 자주 방문한다고 한다. 특히 서 의원은 최근 의원실에서 초재선의원이 주축이 된 ‘처음처럼’ 소속 의원들과 전화 연락을 취하고, 이들 의원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처음처럼’소속 의원들의 의중을 청와대에 전달하는 역할을 서 의원이 도맡아하고 있다는 얘기다. 청와대-당을 연결하는 메신저 역할을 친노진영에서 자처하고 있는 것이다.
친노진영의 김형주 의원은 열린우리당의 대선방향과 관련, “타임스케줄(시간조정)을 보고 있다”며 “(열린우리당은) 미리 특정후보를 정해놓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선출되면 거기에 맞춰 대선 정국이 변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현기자 rogos0119@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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