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대선을 앞두고 정국이 깊은 안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정권 탈환 가능성이 높다던 한나라당은 분당위기에 놓였고, 범여권 또한 적과 우군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치열한 공방만이 오가고 있다.
여기에 노무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청와대 그룹이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대선 판도는 더욱 요동치는 분위기다. 본지는 창간 13주년을 맞아 정치현장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는 국회 출입기자 100명을 대상으로 지난 9일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어수선한 정국 속에서 기자들은 과연 정치권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현상황에서 대선이 치러진다면 한나라당 후보들의 대선 승리 가능성이 70%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상황에서 차기 대통령으로 가장 유력한 주자’를 묻는 질문에 이명박 전서울시장이 과반수가 넘는 51%를 얻어 2위와 압도적인 차이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19%를 얻은 박근혜 전대표였다.
이 전시장과 상당한 차이를 보여주긴 했지만 박 전대표가 19%를 얻었던 것은 ‘당심’에서 유리한 지위를 점하고 있다는 점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범여권 후보 중에선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16%를 얻었으며 정동영 전열린우리당의장과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이 각각 2%로 뒤를 이었다. 이 외에도 김근태 전의장, 한명숙 전총리, 김혁규 의원을 꼽은 응답자를 합치면 범여권 후보는 모두 25%였다.
이 같은 결과는 향후 있을 범여권의 ‘오픈 프라이머리’ 등에서 손 전지사가 다른 주자들에 비해 유리한 위치를 점할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준다.
손 전지사가 열린우리당이 아닌 제3지대 신당 창당을 추진하고 있음에도 ‘대권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 것은 향후 그의 파괴력을 예상케 하는 대목이다.
국정운영 못했다 55%
‘경선 룰’을 둘러싸고 ‘빅2’간 기싸움이 치열한 가운데 한나라당의 분열 가능성도 물어봤다.
응답자들의 61%는 ‘한나라당이 대선 전 분열할 것’이라고 답했으며 ‘분열하지 않을 것’이라는 답변은 39%였다.
본지 설문조사는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내놓은 중재안에 대해 친박 진영의 불만이 표출되기 시작한 시점에 이뤄졌다. 설문 조사 다음날인 10일, 박 전대표는 ‘경선 불참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배수의 진을 쳐 위기감은 더욱 높아지는 분위기다.
‘17대 국회의원들의 도덕 청렴도’를 묻는 항목에선 ‘부패했다’는 응답이 ‘청렴하다’는 응답에 비해 높았다. 46%가 ‘부패했다’고 답했으며 4%는
‘매우 부패했다’고 답했다. 반면 ‘청렴하다’는 응답은 37%에 그쳤다.
이는 17대 국회의원의 상당수가 초선 의원들이었고 ‘정치개혁’을 내세웠던 열린우리당이 한 때 제1당이었음을 감안하면 정치인들에 대한 이미지는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설문조사에 응한 국회 출입기자들은 17대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에 대해서도 대체로 ‘부정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못했다’(24%)와 ‘매우 못했다’(8%)를 합친 비율이 32%인데 반해 ‘잘했다’는 답변은 8%에 그쳤다. 가장 많은 60%는 ‘보통’이라고 답변했다.
‘여성 국회의원들에 대한 평가’는 긍정과 부정이 엇비슷했다. ‘매우 잘함’(2%)과 ‘잘함’(18%)을 답한 응답자는 20%였으며 ‘못함’(19%)과 ‘매우 못함’(2%)도 비슷한 수준으로 조사됐다. ‘보통’이라는 응답은 58%였다.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 운영은 17대 국회보다 더 낮은 점수를 받았다. ‘못했다’는 응답이 41%, ‘매우 못했다’는 응답이 14%로 절반 이상인 55%가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보통’이라는 응답은 36%였으며 ‘잘함’을 꼽은 응답자는 8%였다.
존경할 만한 인사 1위 ‘조순형’
일반 여론조사에서 노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20%대 인데 반해 기자들의 평가는 상대적으로 부정적이었다.
한편 개인적으로 존경할 만한 정치인을 묻는 주관식 질문에는 6명의 응답자가 꼽은 민주당 조순형 의원이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 장향숙 의원,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각각 3명)이 뒤를 이었다.
한나라당 박 전대표를 비롯 민생모임의 천정배, 한나라당 박진 유승민 , 민주노동당 심상정 노회찬 권영길, 열린우리당 최규성 의원도 각각 2번씩 이름이 거론됐다.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질’적인 차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임채정 국회의장과 이만섭 김원기 전국회의장, 이명박 전시장, 유시민 장관, 원희룡 장영달 단병호 손봉숙 오영식 신중식 의원 등을 꼽은 응답자들이 한 명씩 있었다.
#설문조사 내용
본지가 창간 13주년을 맞아 국회 출입기자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는 지난 9일, 국회 브리핑실과 각 기자실을 방문해 일대일 면접 방식으로 진행됐다. 설문 항목은 다음과 같다.
1. 국회의원들의 도덕 청렴도는?
① 매우 청렴 ② 청렴 ③ 부패 ④ 매우 부패 ⑤ 기타
2. 17대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을 평가한다면?
① 매우 잘함 ② 잘함 ③ 보통 ④ 못함 ⑤ 매우 못함
3.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평가해 주십시오.
① 매우 잘함 ② 잘함 ③ 보통 ④ 못함 ⑤ 매우 못함
4. 여성 국회의원들에 대한 평가는?
① 매우 잘함 ② 잘함 ③ 보통 ④ 못함 ⑤ 매우 못함
5. 현재 상황에서 차기 대통령으로 가장 유력한 주자는?
① 권영길 ② 문국현 ③ 박근혜 ④ 손학규 ⑤ 이명박
⑥ 유시민 ⑦ 정동영 ⑧ 기타 ( )
6. 한나라당이 분열할 것이라고 보십니까?
① 예 ② 아니오
7. 개인적으로 존경할 만한 정치인은 누구입니까?
( )
정치부/ 정리 김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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