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프로젝트 본격 가동하나
퇴임 프로젝트 본격 가동하나
  • 김승현 
  • 입력 2007-05-15 16:18
  • 승인 2007.05.15 1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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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VS 정동영 김근태 전쟁 뒤 숨겨진 칼
“정치는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 걱정이 태산 같아 한 말씀 드리겠다.”
지난달 말 노무현 대통령은 작심한 듯 정치권을 향해 쓴소리를 날렸다. 정치권 대선 주자들을 염두에 둔 듯 대통령의 자질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임기 후반에 접어든 대통령 치고는 이례적일 정도로 자신감에 가득 찬 모습이었다.
노 대통령은 “최근 우리 정치를 보면 가슴이 답답하다”며 열린우리당을 비롯한 범여권의 통합신당 움직임에도 제동을 걸었다. 정동영 김근태 전의장과의 설전도 ‘총성없는 전쟁’ 수준으로까지 발전했다. 정치권에선 노 대통령이 그리고 있는 대선 정국과 퇴임 후 프로젝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분주해지고 있는 청와대와 친노그룹의 행보를 추적해 봤다.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두 잠룡의 설전이 불꽃을 튀기고 있다.

칼은 청와대가 먼저 뽑았다. 노 대통령은 이달 초 청와대 브리핑에 공개한 글을 통해 “안타까울 뿐이다”며 “오로지 대선 승리와 국회의원 선거만을 계산한 얄팍한 처신이 정치판을 지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심경을 밝혔다.

통합신당에 목을 매고 있는 열린우리당을 향해 직격탄을 날린 것이지만 정, 김 두 전의장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였다. 더구나 노 대통령은 “당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도 여전히 ‘통합 노래’를 부르며 떠날 명분을 만들어 놓고 탈당을 저울질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몰락의 책임은 있다”고 분명히 언급했다.

통합신당과 개혁신당을 모색하고 있는 정, 김 전의장을 지칭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대해 양 진영의 강력한 반발도 예상된 수순이었다. 정 전 의장측은 “대통령이 이래도 되느냐”며 “정도를 넘어섰다”고 청와대를 향해 역공을 펼쳤다.


“레임덕은 무슨…”

하지만, 노 대통령의 발언은 두 사람에게 있어 상당한 부담일 수밖에 없다. 한·미 FTA 정국을 통해 상승세를 탄 노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해와는 사뭇 다르다. ‘레임덕 현상’이 오히려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사실은 한나라당 인사들조차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이에 반해 정, 김 전의장은 여전히 한 자릿수대 지지율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청와대가 주도권을 잡은 만큼 노 대통령에 대한 반기는 향후 대선정국에서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무대응으로 일관하기에는 노 대통령의 발언 강도는 너무나 높았다. 더구나 청와대는 “대통령의 낮은 인기를 바탕으로 너도 나도 대통령을 몰아붙이면 지지가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해 대통령 흔들기에 몰두한 사람들도 있다”고 방어막까지 친 상황이었다.

김 전의장은 한·미 FTA와 관련, 청와대를 강력히 비판하는 과정에서 “이미 대선주자군에서 아웃됐다”는 이야기까지 들어야 했다.

정 전의장도 올해들어 대통령과의 차별성을 여러 차례 부각시켰다.

정 전의장은 지난 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대북송금 특검, 대연정 코드인사, 언론과의 불필요한 적대 등에 있어 대통령과 맞서 부딪혔어야 했다”면서 “노무현=정동영이라는 꼬리표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유탄을 더 맞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과 정 전의장은 지난달 말 청와대 회동을 통해 완전히 결별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 전의장측 관계자는 “노 대통령의 반대로 열린우리당 해체는 불가능하다”며 “정 전의장은 생각이 다르다. 5월 중 빅뱅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4자 필승론’ 재등장, 왜?

이 과정에서 벌어진 2차 설전의 강도는 더욱 셌다.

노 대통령은 “구태정치의 고질병이 다시 도졌다”면서 “남아 있는 대선 주자 한 사람은 당을 해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또 한 사람은 당의 경선 참여를 포기하겠다는 말을 하고 다닌다”고 두 사람을 직접적으로 겨냥했다. “당을 깨려고 하지 말고 차라리 그냥 나가라”는 게 노 대통령의 압박이었다.

김 전의장은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전형적인 꼼수정치”라고 폄훼했고, 정 전의장은 홈페이지에 올린 편지글을 통해 “독선과 오만에 기초해 권력을 가진 자가 휘두르는 공포정치의 변종”이라고 강도 높은 표현으로 비난했다.

일각에서는 당내 유력 잠룡이자 양대 계보를 이끌고 있는 두 사람을 노 대통령이 맹공한 것은 복잡한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다고 본다.

정 전의장과 가까운 한 인사는 “노 대통령의 머릿속에 대선 승리는 안중에 없는 것 같다”면서 “열린우리당 사수파나 영남신당으로 내년 총선을 준비하겠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노사모 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퇴임한 뒤에도 정치와 언론 환경만큼은 손을 놓치 않겠다”고 분명한 의사를 표시한 바 있다. 친노그룹 중 영남권 인사들이 이미 ‘총선 준비’를 시작한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로 지적된다.

청와대와 두 잠룡이 이참에 결별할 경우 오히려 ‘정치적 부채’를 승계하지 않아도 된다는 정치적 이득이 지적되기도 한다. 그 동안 두 사람은 “참여정부의 자산과 부채를 모두 승계하겠다”고 했지만 노 대통령의 선제 공격으로 갈라선다면 향후 행보는 한층 자유로워질 수 있다.

한나라당이 양측의 공방과 이어지는 탈당 흐름을 ‘기획된 수순’이라며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편에선 노 대통령이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열린우리당을 갈기갈기 찢어놓음으로써 오히려 한나라당 분열을 이끌어 낸다는 것이다.

“외부의 적이 없어지면 자연히 내부의 적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범여권이 지리멸렬해지자 한나라당이 공중분해 위기다. 4자 필승론이 나오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전시장과 박전대표는 기본적으로 대구·경북(TK)을 지역 근거지로 한다. 때문에 이들의 분열은 곧 TK의 균열을 의미한다. 이는 노 대통령이 오래전부터 ‘지역구도 타파’라는 구호를 최전선에 내세워왔다는 점에서 최상의 시나리오일 수 있다.

현재의 정치 지형과 지역 구도를 동시에 타파하려는 노 대통령의 전략이 그의 퇴임 이후도 보장해 줄지 올 대선 정국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김승현  okkdoll@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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