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감기의 원인 ‘리노바이러스’
감기는 인류의 역사와 더불어 시작된 질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감기를 일으킬 수 있는 균주는 약 100여 종인데, 리노바이러스가 가장 대표적인 감기바이러스다. 리노(Rhino)란 라틴어로 ‘코’를 의미하는데 주된 증상이 바로 콧물과 기침으로 나오는 코감기이다. 대개 성인감기의 15~40%가 리노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한다. 주된 증상으로는 콧물이 심하게 나고 코가 간지러우며 재채기가 나거나, 코가 막혀 킁킁대게 되고 간혹 호흡에 장애를 느끼기도 한다. 보통의 감기는 38도 이상의 고열을 나타내는 경우는 드물고, 감기증상을 보이면서 38도 이상의 고열이 동반되면 혹시 다른 합병증이 병발하지 않았나 의심하여 의사를 찾는 것이 좋다.
감기 중에는 이러한 호흡기 증상은 약하고 오히려 두통, 전신피로감, 관절통 등 전신 증상이 주증상인 경우도 1/4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개 감기에 한번 걸리면 평균 7.4일(4~9일)동안 앓는 것으로 나타나 10일 이상 감기증상이 지속되면 단순한 감기로 여기지 말고 전문의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 ‘독감’으로 불리는 인플루엔자바이러스도 빼놓을 수 없는 주요한 원인균이다. 한번 걸리면 몸살을 앓아 살이 2~3kg씩 빠질 정도로 강력한 증상을 대동한다. 이외에도 박테리아 감기도 있다. ‘용혈성 포도상구균’이 그것인데, 주로 목이 붓고 아프며 고열이 동반되는 증세를 나타내며, 후유증으로 신사체구염 등 신장에 합병증을 초래한다.
가볍고도 무서운 질병
감기 바이러스는 잘 알려진 대로 호흡기를 통해 감염된다. 환자의 기침 등을 통한 분비물이 대기를 타고 건강한 사람들의 호흡을 통해 유입되면서 발병한다. 이외에 물건 등을 통해 감염되는 경우도 있다. 즉 바이러스가 물건들의 표면에 붙었을 때 건강한 이들이 이것을 만지게 되고, 다시 얼굴을 만지게 되면서 감염된다는 것. 이 때문에 유행성 감기가 극성을 부릴 때는 반드시 귀가 이후 손을 씻는 것이 전염경로 차단의 주요한 역할임이 알려졌다. 그러나 감기는 자연치료가 가능하다. 치료를 소홀히 하여 합병증이 병발되면 의외로 심한 고생을 하는 환자도 있기는 하나, 대부분의 환자들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낫는다. 그렇다고 감기를 가볍게 볼 수는 없다. 증상이 심할 경우 반드시 합병증을 유발시키기 때문이다. 감기가 무서운 질병이라는 것도 바로 이 같은 합병증 때문이다. 심한 경우 감기가 아닌 합병증으로 인해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감기의 주요한 합병증으로는 축녹증, 중이염, 폐렴, 뇌막염 등이 있고, 드물게는 심근염, 늑막염, 사구체염 등이 발병할 수도 있다. 특히 만성 폐질환이 있는 경우는 감기로 인하여 급성호흡 부전증 등이 유발될 수도 있으며, 만성 심장질환이 있는 환자에서는 급성심부전증 등이 야기될 수도 있어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 그렇다면 감기는 과연 완치할 수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감기치료약은 현재 없는 상황이다. 해외에서 슈퍼박테리아 백신 등이 개발되고 있지만, 성공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다. 바이러스의 특성상 변이가 심해 백신을 개발할 때에는 전혀 다른 병원균으로 돌변해 있기 때문이다. 다만 드러나는 환자의 증상에 따른 치료요법만이 최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안정요법이 감기치료에선 가장 주요한 치료법인 셈. 감기가 들면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안정하며, 균형있는 영양식을 섭취하여 환자의 전신 상태를 편안하게 하는 것이 가장 좋다. 약물요법 역시 증상에 따라 적절한 약제들을 투여한다.
두통이나 관절통, 고열의 경우에는 해열제를, 독감이라고 알고있는 인플루엔자의 경우는 아스피린을 사용한다. 다만 어린이에게 아스피린을 투여한 경우 ‘라이씨증후군’이란 치명적인 질환이 발병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주의를 요하는 일이 많아졌다. 콧물과 같은 코감기의 경우 혈관수축제 등을 사용한다. 하지만 국소 혈관수축제는 만성알레르기성 비염같이 장기간 사용해야만 하는 경우는 약에 대한 의존성이 생기고, 때로는 약물에 의하여 비염이 악화되는 경우도 있어 이들 남용은 삼가는 것이 좋다. 이외에 기침에는 코데인이 포함된 진해제를 사용하며, 가래에는 거담제 등을 사용한다. 그렇다면 항생제는 어떨까. 국내에선 감기약으로 항생제를 복용하는 경우가 상당하지만, 원칙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바이러스 감기의 경우 항생제 자체가 효과가 없으며, 항생제를 자주 복용할 경우 약제내성균에 의한 합병증을 유발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기로 인한 합병증이 발병되면 주저없이 항생제를 사용해야 하며, 박테리아에 의한 편도선의 경우도 항생제를 사용해도 된다.
예방이 가장 중요
감기에 가장 좋은 치료법은 ‘예방’이다. 모든 병이 그렇듯이 발병 후 치료하는 것보다는 미리 예방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따라서 감기가 유행할 때는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균형있는 영양식을 섭취하여 전신 건강상태를 높이는 것이 감기에의 저항력을 높여준다. 또한 외출이후에는 손을 반드시 씻는다든지 소금물 등으로 양치질을 하는 등의 간단한 상식적인 예방법을 통해 감기의 감염빈도를 낮출 수 있다. 이외에 감기를 예방하는 방법으로 ‘비타민-C의 대량 투여가 효과가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일반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비타민-C’는 감기예방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다만 감기를 앓는 기간을 조금 단축시킬 뿐이다. 이 때문에 일본 후생성에서도 ‘비타민-C’ 대량투여를 더 이상 권장하지 않고 있다. 1960년대 후반부터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감기의 예방주사 개발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시행되고 있으나, 감기를 일으킬 수 있는 원인균이 1백종 이상으로 너무 많아 현단계에서는 실제 감기 예방주사의 실용화는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다. 하지만 현대의학이 과거보다 몇배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감기바이러스 정복의 날도 멀지 않았다는 게 의학계의 입장이다.
신정인 latigid@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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