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 없는 싸움의 연속이었다.
잠시 휴전에 들어갔지만 ‘승자’도 ‘패자’도 없는 지루한 경쟁에 감정의 골만 깊어졌다. 지난 4월 재보선 참패 이후 이명박 전시장과 박근혜 전대표 진영의 기싸움은 절정에 올랐다. 선거 당일까지 아웅다웅했던 이들이기에 당 지도부 사퇴를 둘러싼 갈등은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선거 결과가 ‘참패’로 발표된 직후만 잠시 소강상태를 가졌을 뿐이다.
하지만 선거 결과 원인을 놓고 곧바로 불이 붙었다. MB진영을 비롯, 당 내부에선 강재섭 대표 책임론이 제기됐고 이재오 최고위원은 ‘사퇴’를 이야기하며 당 상황을 긴장으로 몰아갔다.
당의 고위관계자는 선거 결과에 대해 “어쩔 수 없었다. 두 사람의 인기로도 역부족이었다”고 털어놨지만 이미 불이 붙을대로 붙은 대결 전선은 식을 줄 몰랐다.
강창희 전여옥 두 최고위원과 전재희 정책위의장의 사퇴는 이런 상황에 기름을 부었다. 빅2간 싸움이 국민들에게 질리기 시작했다는 ‘부르짖음’도 대권을 향한 권력 싸움 앞에선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일단 양 진영은 재보선 패인을 꼽는 것에서부터 상당한 인식차를 보여줬다. MB진영은 박 전대표가 공동 유세를 회피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박 전대표는 행정수도이전을 반대했던 이 전시장과 공동유세를 했더라면 상황은 더욱 어려워졌을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친박 성향의 강재섭 대표를 껄끄러워했던 MB 진영에서는 강대표 책임론이 세를 얻기 시작했다. 선거에 참패했다면 당 대표가 책임져야 한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대선 정국과 8월 경선을 이유로 ‘대표 책임론’의 약발은 거의 없었다.
강 대표 또한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박 전대표 진영도 MB측의 도발이라며 발칵 뒤집혔다. 한 캠프 인사는 “강 대표를 어떻게
세웠는데…”라며 “대표 책임론은 박 전대표를 뿌리째 흔드는 행위”라고 말했다. 최악의 경우 지도부 총사퇴까지는 가능해도 대표 혼자 ‘십자가’를 지는 것은 반드시 막겠다는 의지였다.
하지만 MB진영은 이 최고위원이 ‘선봉장’이 돼 지도부를 강력하게 압박했다. 사태 수습을 위해 뛰어든 해결사는 이 전시장, 자신이었다. 그는 당초 일정을 취소하면서까지 이 위원 설득에 나섰다.
이런 극단적인 선택은 MB측이 바라는 해답이 아니었다. 강 대표가 내려가는 것은 나쁘지 않은 일이었지만 자칫하면 당을 깨려고 한다는 올가미를 혼자서 써야 할 처지였다.
이에 반해 친박진영에선 “그럴거면 이 참에 나가도 큰 문제는 없다”는 이야기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자 다급해진 쪽은 이 전시장이었다. 캠프 안에서도 “이 최고위원이 지나치게 치고 나가 입지만 좁아졌다”는 볼멘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이 전시장은 이 위원을 일단 설득하는데 성공했다. 이 위원은 이에 대해 “큰 그릇은 깨끗한 물, 더러운 물 가리지 않고 담아야 한다는 이 전시장의 ‘큰그릇론’과 ‘희생론’으로 내 입장을 접었다”고 설명했다.
이 전시장과 박 전대표, 그리고 강 대표는 지난 4일 오후 당사에서 만나 당의 단결에 의견을 함께 했다. 표면적으로는 모양새 좋게 봉합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양 캠프 진영의 실제 분위기는 좀 다르다. 이 전시장측은 “박 전대표측이 의도적으로 분위기 몰이에 나서고 있다”며 “일단 해결은 됐지만 자꾸 이런식으로 하면 정말 곤란하다”고 말했다.
박 전대표 측도 화해 분위기에 동참하긴 했지만 떨떠름한 것은 마찬가지다. 캠프의 한 관계자는 이 위원의 말을 겨냥, “물이면 같은 물이지 더러운 물은 또 뭐냐”면서 “같은 당 사람들을 이렇게 표현하는 게 정상적인지 되물을 수밖에 없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단순히 ‘봉합’ 수준에 머문 또 다른 이유는 경선 룰 등을 놓고 향후 첨예한 갈등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승현 okkdoll@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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