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조량 부족이 우울증 불러
가을철 우울증은 일조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온다는 게 정설이다. 햇볕을 쐬게 되면 ‘멜라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는데, 계절적인 변화로 인해 일조량이 줄어들면서 멜라토닌의 양도 급격히 감소한다. 이로 인해 신체리듬이 깨져 우울증이 오기 쉽다는 것이다. 멜라토닌은 밤에 집중적으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대부분은 멜라토닌 양이 줄어들어도 일시적으로 우울한 마음이 드는 정도지만 일부는 정상생활이 불가능할 만큼 우울증세가 심하게 나타난다. 이 같은 우울증상을 ‘계절성 우울증’이라고 부르는데 일조량이 줄어든 가을 또는 겨울철에 시작되고 일조량이 늘어나는 봄 여름철에 증상이 저절로 회복되는 현상이 해마다 반복된다. 계절성 우울증은 일조량 차이가 적은 적도 부근에서는 드물며 위도가 높아질수록 더 많아져 북유럽에서 가장 흔하게 나타난다. 또 남성보다 여성 환자가 두 배 이상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젊은 사람보다는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더 흔하다.
2주 이상 증상 있으면 의심
계절성 우울증은 일반 우울증과 다른 증상을 보인다. 대개 일반 우울증은 잠이 잘 오지 않고 식욕이 떨어지지만, 계절성 우울증 환자는 잠이 너무 많이 와서 종일 무기력하게 누워 지낸다. 반면 식욕이 왕성해지면서 탄수화물 섭취가 늘어 결국 살이 찌게 된다. 계절적 우울증의 기본적인 증상은 ▶적극적인 활동에서 소극적인 활동으로 변화 ▶의도하지 않은 식욕감소 혹은 식욕증가(이로 인해 급격한 체중변화가 찾아오기도 한다) ▶불면증과 다면증상이 동시에 일어남 ▶늘 피곤하고 무기력한 증상 ▶집중을 못하고 어떤 결정을 내리지 못해 늘 망설이며 불안한 심리상태 유지 ▶반복적으로 죽음을 생각하고 자살생각이나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특히 우울증의 필수증상인 우울한 상태나 흥미의 상실이 2주 이상 이어지면 우울증이 의심되며, 위의 증상 중 3가지 이상이 있다고 판단되면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이런 증상을 보이는 우울증에 대해 전문가들은 환자 주변 환경으로부터의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또 우울증 발생에 있어 인생 중 어떤 특정 사건이 원인이 되고, 유발인자가 존재한다고 한다. 전문의들은 가족 중에 우울증 환자가 있으면 우울증 위험률이 2~10배 증가한다고 한다. 또 상대방에 대한 공격성, 분노, 미움 등을 억제하며 자신 탓을 하다보면 우울감을 느끼게 된다고 말한다.
카페인 성분 피해야
그렇다면 계절적 우울증은 어떻게 치료를 받아야 하며, 계절이 변할 때마다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계절적 우울증은 심리요법과 휴식이 가장 효과적이며, 다만 매년 반복적으로 우울증상이 나타나고 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게 좋다”고 말한다. 계절성 우울증 치료는 항우울제 약물치료와 광치료(Light Therapy)를 함께 시행하면 효과가 있다. 광치료에 쓰이는 빛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빛보다 훨씬 강한 2500룩스 이상 아주 강한 빛으로 일정기간 규칙적으로 쏘아줘 멜라토닌 분비량을 늘려 우울증상이 줄게 한다. 따라서 해마다 계절성 우울증을 심하게 반복하는 환자들은 가을이 오기 전에 미리 규칙적으로 광치료를 받으면 우울증을 예방할 수도 있다. 또 햇볕량이 줄어드는 가을·겨울철에는 보통 1~2시간 정도 햇볕을 쬐면 우울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
직장인들은 점심시간에 가볍게 산책을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규칙적인 생활리듬을 유지하고 조깅 수영 자전거타기 등 유산소운동을 즐긴다. 신진대사를 촉진하는 과일이나 채소, 해조류 등을 많이 먹고 물을 많이 마시는 것도 예방과 치료에 좋다. 달거나 카페인이 많은 음식은 일시적으로 울적한 기분에서 벗어나게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몸에 해로우니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한편 대한우울·조울병학회는 다음달 1~5일 ‘2004년 우울증 선별 주간’ 행사를 전국 23개 종합병원과 정신보건센터에서 펼친다. 시청각 교재를 통한 우울증 교육, 우울증 선별검사, 정신건강 전문가 상담 등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참가비는 없다. 우울증은 70~90%가 완치되는 병이다. 문제는 일반인들이 우울증상을 질병으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증상이 심각해지고서야 병원을 찾는다는 것이다. 혹시 자신 또는 주변에 지금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곧바로 병원을 찾아 치료하는 것이 좋겠다. 자료 제공 : 을지병원 정신과
정리 서종열 snikers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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