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작전 방불케하는 숨바꼭질
007작전 방불케하는 숨바꼭질
  • 김 현 
  • 입력 2007-05-03 16:52
  • 승인 2007.05.03 1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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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수 전검찰총장 은밀한 행보
2002년 대선당시 불법선거자금 수사를 총지휘했던 송광수 전검찰총장의 뒤늦은 폭탄발언이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다름 아닌 “대선자금 수사 당시 한나라당측 불법 자금의 ‘10분의 2, 10분의 3’ 만큼의 액수를 노무현 후보 캠프에서도 찾아냈다”고 밝힌 것이다. 송 전총장의 이같은 폭탄 발언은 정치권의 논란을 더욱 가중시켰다. 이를 의식한 송 전총장은 지난 4월 22일 기자들에게 해명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그것은 “10분의 1이 넘었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더 있는데 숨겨놓고 발표하지 않는 게 아니다”라는 내용이었다. <일요서울>은 이와 관련, 지난 4월 24~25일 이틀간에 걸쳐 송 전총장과 인터뷰를 하기 위해 그의 자택 등을 찾았지만, 끝내 인터뷰는 무산되고 말았다. 이유는 송 전총장이 철저하게 언론과의 접촉을 차단했기 때문이다. 기자는 결국 송 전총장과 만나기 위한 007작전에 착수했다.



지난 4월 24일, 기자는 그의 법률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송 전총장과의 인터뷰를 요청했다. 하지만 그의 법률사무소 비서는 “(송 전총장이)언론사와는 전혀 만날 의향을 갖고 있지 않다”며 인터뷰를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게다가 사무실 장소를 묻는 질문에도 “시간이 정해진 의뢰인 이외에는 (법률사무소) 장소를 알려 줄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의 비서는
“위(상사가)에서 그렇게 지시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만 했다.

그의 비서진은 또한 “대한변호사협회(약칭 대한변협)의 변호사 소개로 연락한 의뢰인만 면담을 할 수 있다”는 제한 조건을 내걸었다. 절대 장소도 알려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평소 퇴근시간 4~5시
그 이튿날인 4월 25일, 기자는 서울 압구정 H아파트 자택에서 송 전총장을 줄곧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의 아파트에는 송 전총장과 부인, 딸 셋이 거주하고 있는 상태.

하지만 이날 공교롭게도 송 전총장의 부인과 대학생 딸마저 외출하고 집을 비운 상태였다.

H아파트의 관리인은 “(송 전총장은) 평소 오후 4~5시경이면 집으로 귀가한다”며 “물론 때에 따라 귀가 시간이 늦어질 때도 있지만 대체로 늦은 시간에 귀가하지는 않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7시 30분경, 송 전총장 부인이 귀가한 뒤 기자는 그의 자택을 들렀지만 결국 그의 부인으로부터는 “송 전총장을 만날 수는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다음은 송광수 전검찰총장 부인과의 일문일답이다.

-송광수 전검찰총장을 만나기 위해 왔다. 언제 귀가하나.
▲오늘 약속이 있어 좀 늦게 들어온다. 만나기 힘들 것이다.

-송 전총장이 지난 4월 20일 숭실대 특강에서 2002년 불법대선자금과 관련한 발언을 해 정치권이 어수선하다. 뭔가 할 말이 있는가.
▲나는 이에 대해 할 말이 없다. 물론 (송 전총장도) 특별히 할 말은 없을 것이다.

-(송 전총장에게)인터뷰 요청을 했다. 좀처럼 만나기가 쉽지 않아 자택까지 왔다.
▲인터뷰는 안할 것이다. 조심스럽다.

사실 송 전총장은 이날 기자가 아파트 자택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을 알고, 일부러 늦게 귀가한 것으로 보인다.

송 전총장의 법률 사무소 직원에게까지 철저한 보안과 더불어 전화를 받을 때도 일일이 확인절차를 밟는 까다로움을 보였던 터라 자택과도 사전 연락을 취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언론과의 접촉 사전차단
송 전총장은 지난 2002년 불법대선자금수사의 총지휘를 감당한 인물. 그런 그가 대선자금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는 2004년 5월이다. 송 전총장의 발언처럼 이 때 정치권에선 노대통령의 측근들이 대선자금 수사 결과가 불리하게 나올 것을 우려, 중수부 폐지를 거론했다는 얘기가 어찌 보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여의도 정가를 떠돌고 있다. 대선자금과 관련한 논란이 쉽게 수면 아래로 가라앉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구나 청와대에서조차 송 전총장의 발언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그는 언론과의 접촉을 미리 사전에 차단하지 않았겠느냐는 시각이다.

결국 송 전총장은 며칠 동안 언론과 숨바꼭질 행보를 보이는 그야말로, 웃지 못 할 해프닝을 벌인 것이다.

김 현  rogos0119@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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