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림 박사의 삶은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고향 경북청도를 홀홀 단신으로 떠나 고학으로 먹고살기 빠듯하였다는 것은 고생 축에도 끼이지 못한다. 서울과 부산을 오가면서 돈을 벌어 학교를 다녔고 딱히 의논 할 사람이 없어 마음이 자주 흔들렸다던 이영림 박사. 욕심 많고 끼 많던 그녀는 정치학과, 경제학과 등 학교도 여러 번 옮겼다. 그런 그녀가 다른 욕심들을 제치고 한의학에 뜻을 두어 이토록 유명한 한의사가 될 수 있었던 연유는 죽을병에 걸린 뒤 한의학의 매력에 흠뻑 빠졌기 때문이었다.
한의학에서 빛을 보다
간디스토마. 지금은 구충제로도 고칠 수 있는 병이지만 예전에는 민물생선회를 잘못 먹고 간디스토마에 걸려 죽는 사람이 많았다. 그녀가 이 병에 걸린 것은 고생하면서 한 푼씩 벌어 학업을 이어가던 때. 2년간 뼈만 앙상할 정도로 살이 빠지고 현기증이 나서 일어서 있기도 힘들었지만 병원비가 아까워 진찰 한번 받지 못했다. 죽기 전 병명이나 알고 죽자는 심정으로 병원을 찾은 그녀에게 내려진 병명이 바로 간디스토마였다. 당시 진찰했던 의사는 그녀에게 “곧 죽을 것”이라고 얘기했지만 그녀는 오기를 갖고 병마와 싸웠다.
그러다 한 내과의사가 양의임에도 불구하고 한약과 뜸 시술을 치료방법으로 권했고 그녀는 두 달 만에 거뜬히 완치됐다. 그때 한의학에 눈을 떴다는 그녀는 이렇게 얘기한다. “동의보감에 관심을 갖고 종이가 너덜너덜해 질 정도로 읽고 또 읽었어요. 어려운 집안사정에도 불구하고 경희대 한의학과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한의사의 길을 밟게 되었습니다.” 경희대 한의학과 졸업 후 이란으로 건너가서 골드핑거란 수식어까지 얻었지만 그녀는 절대 현실에 안주하지 않았다. 이란 곳곳을 돌며 약초를 연구했고 이란의 화라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신경외과 의학박사를 취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란 왕실주치의는 그녀가 애초에 예견했던 일이 아니었다.
왕실 초청으로 이란 정착
이영림 박사가 경희대 졸업 후 한국에서 한의학에 정진하던 때, 우연한 기회에 이란 국왕이 쓴 <백색혁명> 영문판 책을 번역하게 됐다. 이 일이 계기가 되어 이란 왕실의 초청을 받게 된다. 그저 한달 정도 여행을 다녀오는 기분으로 이란을 가게 된 것인데 그곳에서 15년간 담궐 두통으로 고생하던 보사부 차관의 병을 침술로 낫게 하였다.
그 뒤 그녀의 황금손은 10여명의 병을 더 치료하여 일찌감치 이란에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러자 이란의 국왕이 왕실주치의로서 이란에 남아달라는 간청을 하였고 그녀는 이 간청을 차마 뿌리치지 못했다. 한 달간의 여행으로 계획했던 이란행은 그렇게 18년간 이란의 왕실 주치의로서 뿌리를 내렸던 이영림 박사는 오랜 꿈을 실현하기 위하여 한국으로 돌아왔다.
충남금산에 실버타운 계획
그녀의 꿈은 노인들을 위한 실버타운을 건립하는 것. 그녀는 서초동 사옥 영림한의원에서 바쁜 나날을 보내면서도 충남 금산에 실버타운을 계획하고 있다. 나이가 들면 외로움이 가장 두려운 대상이라고 말하는 그녀는 노인들이 지루하지 않게 노년을 보내길 바란다. 그녀가 만든 효애실천운동본부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각박해진 사회는 효와 애를 바탕으로 한 정신문화가 사라지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이영림 박사. 그녀는 한의사로서 성공적인 삶을 살아왔다. 이런 그녀가 “이제는 그 보답으로 건강한 사회와 소외된 계층인 노인들을 위해 관심을 가져야 할 차례인 것 같다”고 말한다.
장비 필요없는 ‘신의 손’
골드핑거라는 수식어와 함께 그녀를 따라 다니는 수식어는 ‘맥진의 달인’. ‘천명에 이르는 맥을 짚어본 자만이 진정한 한의사로서 맥진을 할 수 있다’는 통설처럼 전해지는 말을 실현하기 위하여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맥을 짚었다. 그 수가 무려 2 천여 명 정도. 그 뒤 통설이 정설인지 그녀는 맥진의 달인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영림한의원에는 일체 기계장비가 없다. 맥으로만 병명을 척척 짚어내고 치유시키기 때문이다. 특히 갱년기 장애 등의 치료는 그녀만의 방법으로 치료효과를 극대화시키고 있다.
# 이영림 박사가 말하는 갱년기 장애 극복법대화통해 원인 분석후 약물치료 해야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무기력하게 앉아있는 사, 오십대 장년층을 본 적이 있는가.이영림 박사는 요즘 갱년기 증상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사, 오십대 장년층이 늘고 있다고 말한다. 갱년기 장애는 전신의 기능을 지배하는 내분비계의 평행이 깨져 체내 호르몬 대사 장애로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즉, 무슨 일을 해도 기운이 안생기고 괜히 몸이 아프고 우울증에 걸려 무기력해진다면 갱년기 장애를 의심해 보아야 한다.
특히 과거에는 갱년기 장애가 대개 오십대에 많이 발병하였지만 요즘은 삼십대 중반에 갱년기 증상을 나타내는 사람도 늘어나는 실정이라고 한다. 아마 복잡한 생활과 오염된 공기가 주 원인일 수 있다고 한다. 요즘에 갱년기 장에는 한의학적 이론과 치료를 양방적으로 해석하여 간 질환, 피부, 갱년기 장애, 정력 감퇴까지 쉽게 치료할 수 있다. 정신적, 육체적 과로가 갱년기 장애의 원인, 성기능장애가 야기될 수도 있다.
남자들, 특히 사십대 이후 남자들은 가장으로서 생활 전선에서 중책을 맡고 일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므로 피치 못하게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과로를 겪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과로로 인하여 조울증, 운동신경 장애, 정신장애, 이명 등이 나타나는데 이것이 갱년기 장애의 증상이다. 아주 건장하고 능력 있는 중년 남성이 어느 날 상사의 질책을 받은 후부터 자신의 무능을 괴로워하면서 불안, 초조, 불면증을 겪게 되고 잠시도 한 자리에 앉아 있지 못하고 서성거리거나, 안절부절 못하고, 소변이 잦아지고, 잠자리도 원만하지 못해 짜증만 내게 되는 예는 흔하다.
이런 분들이 여기저기 치료를 받다가 한방 진료실을 두드리게 되는데, 한의학적으로 볼 때는 울화(鬱火)가 원인이 되어 허로(虛勞), 신허(腎虛)증상까지 나타나 성기능 장애가 야기된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이러한 경우 먼저 대화를 통해 그 원인을 분석하고 증상에 따라 약물요법 등 적절한 대응을 하면 새로운 생활을 시작할 수 있게 된다.
임지영·클리닉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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