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타당성 허구” VS“반대파의 반대일 뿐”
“경제적 타당성 허구” VS“반대파의 반대일 뿐”
  • 김대현 
  • 입력 2007-04-18 13:39
  • 승인 2007.04.18 13: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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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대운하 놓고 ‘폴리페서’(polifessor) 격돌

‘폴리페서(정치와 교수의 합성어)’들이 대선시즌을 맞아 ‘맹활약’(?)하고 있다. 이른바 ‘정치적 교수’들의 참여로 대선주자들의 전문성이 보강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정부와의 관계 또는 지지 후보별로 편을 갈라 자신들의 논리를 전개하기 때문에 공정성에 의문을 던지는 이들도 상당하다.
유력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서울시장의 ‘한반도 대운하’ 건설의 경우, 폴리페서들의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일부 학회의 심포지엄에서 대운하 건설의 문제점을 강하게 피력하고 나선데 이어, 친이명박계 교수들이 재반박을 하고 나서 눈총을 받았다.
지난 11일 한국육수학회는 대운하 건설의 공학적, 경제적 문제점만을 부각시켰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에 소속돼 있는 일부 교수들의 주제발표가 잇따라 진행됐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이 전시장측은 “우리와 반대쪽에 있는 사람들인 것 같다. 구체적인 연구의 흔적이 없다”면서 공정성에 의문을 던졌다.
대선은 아직 8개월 이상 남아 있고 당내 경선 일정조차 잡히지 않은 상태다. 결국, 폴리페서들이 일부 대선 예비후보의 공약을 두고 지나치게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국내 육수학(하천, 지하수, 온천 등 내륙의 수체에 관한 학문)계가 ‘한반도 대운하’를 조목조목 비판하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지난 11일 한국육수학회는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실에서 ‘21세기 한국의 수자원 보전과 한반도 대운하’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고 대운하 건설의 문제점과 경제적 허구성을 집중 조명했다. 특히 이날 심포지엄의 분위기는 ‘대운하’를 성토하는 자리로 여겨질 정도였다.

대운하 건설은 유력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서울시장이 자신의 대선 핵심 공약으로 제시한 정책 중 하나다. 이로 이해, 이 전시장측 공약을 지지하고 있는 학계 인사들은 “정확하게 파악이 되진 않지만, 우리 반대쪽에서 (대운하 건설) 비판적인 토론장을 마련한 게 아닌가 싶다”면서 의혹을 던졌다.


한국육수학회 대운하 비판에 주력

정치권 일각에선, ‘대운하’ 건설이 대선 예비후보 개인의 공약사항일 뿐인데도 불구하고 학계가 나서서 불투명한 미래의 정책에 대해 시시비비를 논하는 것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번 심포지엄에 참석한 중앙대 김진홍 교수는 이와 관련, “대운하 건설이 미확정된 상태라지만, 이명박 전시장이 제일 지지율이 높고 전문가들의 관심이 크다보니 주제로 선정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대운하를 주제로 선택한 것은 일부 학계인사들이 대선정국에 편승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육수학회가 개최한 이날 심포지엄에선, 대운하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전무하다시피 했다. 반면, 운하 건설의 공학적, 경제적 문제를 ‘도마위’에 올려 강한 비판론을 폈다.

김진홍 교수는 ‘경부운하의 공학적 문제점’을 꼬집었다. 김 교수는 “수량 부족으로 인해 많은 댐과 갑문이 필요하고 유지관리 비용도 많이 든다”면서 “공학적으로 주운용수량 산정, 갈수 시 용수량 확보 방안, 홍수 시 토사 및 이물질 처리 방안, 기존 하천정책의 변화 등이 검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청계천 복원도 도시민의 정서적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생태적 관점에서 보면 ‘콘크리트 수로’일 뿐”이라고 말했다.

부산가톨릭대 김좌관 교수는 ‘수질 공학적 관점에서 본 한반도대운하 계획의 문제점’을 주제로 발표를 했다. 김 교수는 “연평균 농도변화 예측결과, 수질악화가 우려되고 이로 인해 취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우려감을 피력했다. 하지만, 그는 “대운하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획득의 한계로 정확한 평가는 불가능하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경부운하 경제적 타당성의 허구’를 타이틀로 발표에 나선 한양대 홍종호 교수는 “경부운하가 4대강을 운하로 연결하겠다는 초대형 국책사업의 핵심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사업 자체에 대한 경제적, 환경적 타당성이 전혀 검증되어 있지 않다”면서 이번 평가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홍 교수는 경부운하의 문제점으로 ▲천문학적인 공사비와 검토 부족 ▲경부운하를 오갈 물동량 부재 ▲골재 매각 비용으로 운하 건설비용 충당 불가능 ▲민자유치를 통한 운하건설의 비현실성 ▲경부운하 건설에 따른 지역간 물분쟁 가능성 등을 거론했다.

홍 교수는 특히 “경부운하 추진이 경제적 필요성에 근거하기보다는 대선 때마다 등장하는 정치도구에 불과하다”면서 “이명박 전시장의 전향적인 발상의 전환”을 촉구했다.

이날 발제에 나선 일부 교수들은 대통령 직속 위원회, 민주평통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이 전시장의 공약에 대한 비판이 다소 ‘정략적’으로 비춰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에 대해 김진홍 교수는 “나는 환경단체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정부 정책을 단 한 차례도 옹호해본 적이 없다”면서 이 같은 해석을 일축했다.

이 전시장의 ‘대운하 프로젝트’에 가담하고 있는 학계 관계자들은 이날 심포지엄의 객관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반대로 이 전시장측은 정부 산하 연구기관의 자료 등을 통해 경부운하의 가치를 입증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피력했다.

고려대 곽승준 교수는 “대운하와 관련된 토론을 하려면 반대하는 인사와 찬성하는 인사를 두루두루 초청해 논의를 하는 게 원칙 아니냐”면서 “육수학회에서 우리 쪽에 초청장 한 장 보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곽 교수는 또, “경부운하의 경제적 평가를 하려면 적어도 우리가 어떠한 근거와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지 정도는 파악을 했어야 한다”며 “하지만, 육수학회 심포지엄에서 언급된 경제적 허구의 논리에는 연구의 흔적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MB측 “일부 교수들 근거 없는 비판”

그는 “이견을 보이고 있는 대기질 개선 편익, 골재 채취 및 수익구조 등에 대해 우리는 언제든지 토론에 임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전시장측 캠프에 참여하고 있는 교수들을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유력 대선주자를 위해 유리한 논리만을 펴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곽 교수는 “우리가 선거 캠프와 관련된 업무를 하고 있기 때문에 ‘폴리페서’라고 지목해도 솔직히 할 말이 없다”며 “그러나, 대부분의 교수들이 학계 권위자들로 구성돼 있고, 과학적인 근거도 충분하다는 점은 자신있게 말씀 드린다”고 했다.

김대현  suv15@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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