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경영 칼럼] 미리 보는 민주당·통합당 잠룡 총선 성적표
[엄경영 칼럼] 미리 보는 민주당·통합당 잠룡 총선 성적표
  • 시대정신연구소 소장
  • 입력 2020-03-06 18:47
  • 승인 2020.03.06 18:53
  • 호수 1349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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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경영 소장
엄경영 소장

대통령 임기가 반환점을 돌면 어느 정권이나 차기 경쟁이 점화된다. 그리고 만 3∼4년 무렵이면 차기 구도가 대략 윤곽을 드러낸다. 이때부터는 당내 경선도 본격화한다. 문 대통령도 어느덧 3년이 다 돼간다. 임기 만 3년 직전에 치러지는 이번 총선은 여야 잠룡들이 본선으로 가기 위한 결정적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잘 나가던 민주당은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코로나19는 보수통합 직후 밀어닥친 대형 국가재난이다. 통합당은 출범 이후 공천 물갈이 드라이브를 걸면서 상승세를 탔다. 진보매체조차 민주당보다 낫다는 평가를 내놨다. 중국인 입국금지, 문 대통령의 ‘코로나 곧 종식’ 발언, 마스크 혼란이 지속되면서 민주당 위기가 심화되는 듯했다.

이때 이낙연 전 총리가 나섰다. 이 전 총리는 ‘코로나19 재난안전대책위원장’으로 당정청을 조율하기 시작했다. 신천지에서 확진자가 쏟아지기 시작하자 이재명 경기도지사 본능이 반짝였다. 다들 망설이고 있을 때 이 지사는 재빠르게 신천지에 강제로 진입했다. 신천지가 세상 밖으로 나오는 계기가 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한발 더 나아갔다. 신천지 관계자들을 살인죄로 고발한 것이다. 대구를 지역구로 둔 김부겸 의원도 코로나19 해결에 발 벗고 나섰다. 코로나19 대책을 주도한 이들은 모두 민주당 차기주자들이다. 코로나19 확산에서 비롯된 민주당 위기가 잠룡들의 경쟁의 장으로 돌변한 것이다.

이 전 총리는 다수 여론조사에서 안정적인 1위를 이어갔다. 문 대통령의 신뢰도 역시 견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황교안 대표와 종로대첩을 치르고 있지만 여유 있게 앞서 있다. 민주당이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대선후보에 한발 더 다가서는 셈이다.

이 지사는 코로나19 ‘사이다 대응’이 호평을 받으면서 차기 지지율이 수직 상승했다. 10%대 초중반을 나타내면서 2위 황 대표에 근접한 3위로 올라섰다. 이 전 총리와 격차도 10%대 전후로 줄었다. 추격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선 것이다. 다만 대법원 판결은 변수다. 박 시장과 김 의원도 코로나19 대응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 언제든 차기경쟁에 합류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통합당 대선주자들은 시련의 총선을 보내고 있다. 황 대표는 종로에서 이기거나, 지더라도 통합당이 승리하면 범보수 1위를 고수할 가능성이 있다. 만약 종로에서 지고, 당도 패배했다는 평가를 받게 되면 책임론에 휩싸일 수 있다. 범보수 2위권을 유지했던 유승민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한데다 측근들의 생환여부도 불투명하다. 시련이 길어질 수 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밝지만은 않다. 호남세가 강한 광진을에서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과 접전을 펼치고 있다. 그는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할 처지다. 홍준표 전 대표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는 공천에서 배제됐다. 만약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한다면 총선 이후 당 사정에 따라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민주당은 이 전 총리, 이 지사, 박 시장, 김 의원 등으로 차기 구도가 드러났다. 총선 결과에 따라 이 전 총리와 김 의원은 변화 가능성이 남아 있긴 하다. 통합당은 총선 이후에야 비로소 차기 구도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총선 결과에 따라서 원희룡 제주지사,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윤석열 검찰총장이 부각될 수도 있다.

시대정신연구소 소장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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