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을 전문으로 하거나 그런 지식이나 기술을 가진 사람’을 우리는 흔히 프로라고 한다. 가끔씩 ‘프로 정신’ 혹은 ‘프로답다’라는 말을 듣게 되는데 이때 프로라는 말에는 자기가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정신 혹은 그런 태도가 함축되어 있다.
이 말을 꺼내는 이유는 어제 ‘나도 프로구나’라는 느낌을 받은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어제 평소에 가깝게 지내는 사장님들과 오랜만에 골프라운딩을 하고 있었다. 찜통 더위가 물러간 발안 C.C. 하늘엔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흰 구름이 높게 흘러가고 있었다.
“가을 소풍 온 기분이구만.”
오늘따라 공이 잘 맞는 이 사장이 기분이 좋은지 입을 다물 줄을 모른다.
나도 연습을 거의 못했는데 스윙이 안정되고 거의 파, 보기 행진을 계속했다.
“장 원장은 연습을 하나도 안했다면서 공을 왜 그리 잘 쳐? 아무튼 골프 치러 와서 연습 못했다는 말 믿으면 안 된다니까.....”
이리 저리 7번 홀까지 팽팽하게 왔을 때 휴대폰이 울렸다. 엄청 긴 파 5에서 기분 좋게 서드 샷에 온을 시켰을 때다.
“원장님 저 김 성철입니다. ”
“네, 김 사장님 어제 치료받고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했는데 무슨 일로…”
퍼터를 들고 그린 쪽으로 걸어가면서 통화를 계속했다.
“원장님, 아무래도 이상해요. 생각보다 많이 부었고, 그래선지 아픈 것 같기도 하고…
혹시, 염증이 아닐까요? “
“김 사장님, 어제 치료해드릴 때 정상적인 과정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제가 안심시켜드렸는데요. ”
“그래도 걱정이 돼서 그럽니다. 원장님, 멀리 계세요? 지금 와서 상태를 확인해주면 안 될까요? ”
“김 사장님, 저 지금 골프 라운딩 중입니다. 김 사장님도 골프를 치시잖아요. 그리고 어제 김 사장님 상태를 확인했는데 정말 다른 문제가 없습니다. ”
라운딩 동반자들이 내 퍼팅을 기다리고 있었다.
“김 사장님, 제가 퍼팅하고 다시 전화 드리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라이를 보고 있는데 30초도 안 돼서 전화가 다시 울렸다.
이런 젠장…
스리 퍼팅을 하고 네 번째 퍼팅을 하려다 전화를 받았다.
“장 원장님, 정말 불안해서 그러거든요? 지금 좀 와서 제 상태를 확인해 주시면 안 될까요?. ”
순간, 오늘 라운딩을 접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분명 이상이 없다는 걸 확인했지만 그건 내 입장이고, 남자의 중요한 부분을 수술 받은 김 사장이 얼마나 불안하면 저럴까 싶으니 빨리 병원에 들어가서 김 사장을 안심시켜줘야 할 것 같았다.
“여기 발안 C.C.거든요. 빨리 들어가면 한 시간 반이면 병원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한 시간 뒤에 뵐게요.“
“감사합니다.”
네 명이서 골프 라운딩을 하다가 한 명이 먼저 가버리면 나머지 세 명이 얼마나 맥 빠지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사정상 먼저 간다는 말을 하기가 너무나 힘들었다.
분당 야탑역에 있는 병원으로 쌩하니 차를 달렸더니만 김 사장이 오기 전에 먼저 도착했다. 김 사장이 조금 있어 병원으로 들어오다가 눈을 마주쳤는데 마치 구세주를 만난 표정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수술 부위에 다른 이상이 없었다.
“김 사장님, 안심하세요. 잘 회복되고 있습니다. ”
“원장님 죄송합니다. 골프치시는 데…”
나는 잘 알고 있다. 김 사장이 얼마나 불안했고, 수술한 집도의가 직접 ‘문제없다’는 말을 해주기를 원했는지….
그 재미있는 골프를 치다가도 주저 않고 하는 일에 충실하기 위해서 라운딩을 포기한 나는 진정 프로다. 앞으로도 남성 클리닉 일에 최선을 다하는 프로로 살아가고 싶다.
문의)02-3392-5855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