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을 보면 오랫동안 온 몸이 쑤시고 아프고, 몹시 피로하며, 항상 머리가 맑지 못해서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증상이 심하지만 병원에서 의사의 진찰을 받아도 원인을 알지 못하고 그저 ‘신경성’이라는 진단만 받고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물론 병원, 한의원 심지어는 용하다는(?) 돌팔이에게 이 치료 저 치료를 받아도 좋아지지 않고 이런 상태가 오래 지속되다 보니까 우울증까지 나타나서 증상이 더 심해지는 악순환을 겪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적어도 이런 사람들의 일부분은 섬유근통 증후군이 그 증상들의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섬유근통 증후군이 일반인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질병이지만 비교적 흔하게 볼 수 있다. 이 기회에 간단하게나마 섬유근통 증후군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하자.
섬유근통 증후군의 증상
섬유근통 증후군은 만성적인 근육통과 피로 증상을 특징으로 하는 질환이다.
통증은 주로 근육이 뼈나 인대에 연결되는 부위에서 나타나며 관절염에서 나타나는 통증과 유사하다. 하지만 관절 부위에 문제가 생기는 질환이 아니기 때문에 관절염처럼 관절 부위에 변형이나 손상이 생기지는 않는다.
경우에 따라서는 통증이 매우 심하게 나타나 환자들이 괴로움을 겪는다. 통증은 특징적으로 인체의 어느 한 부분에서 시작하는데 보통은 목과 어깨 부위에서 주변으로 퍼져 나간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평소에도 항상 어느 정도는 통증을 느낀다고 하며 시간에 따라서, 혹은 날씨 변화, 신체 활동, 스트레스, 환경 여부에 따라서 그 정도가 달라진다.
환자들은 흔히 이 통증 때문에 ‘지치게’ 된다고 표현을 하고 통증의 특징도 달라서 화끈거리기도 하고, 욱신욱신 쑤시기도 하고, 근육이 뻣뻣해지기도 하고, 주변으로 퍼져나가기도 한다고 표현한다. 일반적으로는 정상적인 수면을 취하지 못한 다음에는 증상이 심해진다. 통증 외에도 중요한 증상이 바로 피로 증상이다.
일부 환자들은 통증보다도 이 피로 증상이 더 괴로운 증상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실제로 피로 증상과 수면 장애는 거의 모든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그런 이유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환자가 피로 증상과 수면 장애를 호소하지 않으면 섬유근통 증후군이 아닌 다른 원인을 의심해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다. 그리고 일부 환자들은 우울증을 비롯한 정서 장애, 집중력 저하 등의 증상을 호소한다.
그밖에 환자들에게 긴장성 두통이나 편두통 등도 더 자주 나타나며, 어지럼증, 손과 발의 저림 증상, 변비와 설사가 교대되는 과민성 대장 증후군과 같은 소화기 증상 등이 동반되는 경우도 많다. 일부 환자들은 방광 경련으로 인한 빈뇨 증상을 호소하기도 하고 여성의 경우에는 생리통이 심해지기도 한다.
섬유근통 증후군의 원인
현재로서는 이 섬유근통 증후군의 원인이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런 이유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이 섬유근통 증후군이 하나의 질병이라기보다는 여러 가지 요인으로 스트레스에 대한 감수성이 높은 사람들에게 극심한 스트레스에 대한 생물학적인 반응들이 원인이 되어서 나타나는 기능성 장애로 생각하고 있기도 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만성적인 수면 장애가 섬유근통 증후군을 유발하는 유발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실제로 정상인들에게 깊은 수면을 취하지 못하게 하면 섬유근통 증후군과 비슷한 통증 증상이 유발되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이 섬유근통 증후군에 잘 걸리는가?
국내에서는 아직 정확한 연구가 없지만 일반 인구의 약 2% 정도에서 이 섬유근통 증후군이 발생한다는 보고가 있기 때문에 전신 근육통을 유발하는 원인 중 가장 흔하다고 할 수 있다. 전체 환자의 3분의 2가 여성이며 남성에 비해서 증상이 더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로 20~60세 성인에게서 흔하며 35세 전후에서 가장 흔히 나타난다. 하지만 소아에서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가족력이 있는 경우 발생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알려져 있어 유전적인 요인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
섬유근통 증후군은 어떻게 진단하는가?
섬유근통 증후군이 신체적인 질환임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서는 누구나 인정하는 진단 기준이 없는 상황이다.
혈액이나 소변, X선 촬영 등과 같은 검사로써는 진단할 수 없고 만일 이러한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확인된다면 섬유근통 증후군보다는 다른 질환이 동반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진단은 전적으로 환자의 특징적인 증상과 의사의 진찰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일반적으로는 환자들이 느끼는 통증은 신체의 좌우, 상하 부분과 척추 부위를 포함하는 광범위한 통증이며 적어도 3개월 이상 지속되는 통증이다.
이런 특징을 갖는 증상과 함께 환자에게서 11곳 이상의 발통점이 확인되면 섬유근통 증후군으로 진단한다. 섬유근통 증후군 환자들은 압력을 가했을 때 주변 부위에 비해서 극심한 통증이 유발되는 특정한 부위가 확인되는데 이 부위를 압통점이라고 한다.
이 같은 기준으로 진단을 하더라도 섬유근통 증후군 환자의 약 10% 정도는 진단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왜냐하면 여러 환경에 따라서 압통점의 반응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심스러운 환자에게서는 처음에 통증이 없었던 발통점이라고 하더라도 나중에 다시 확인해야 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발통점이 8~10곳 정도만 확인되었다고 하더라도 만일 다른 특징적인 증상들, 예를 들어 수면 장애, 피로, 두통, 손발의 저림 증상, 아침의 관절 강직 등의 증상들 중에서 최소한 3가지 이상이 동반되었다면 섬유근통 증후군으로 진단하기도 한다.
만성 피로 증후군
섬유근통 증후군과 구별하기 어려운 질환이 대표적으로 만성 피로 증후군이다.
이 질환도 마찬가지로 현재로서는 그 원인을 정확하게 알 수 없고 특징적인 증상으로만 진단하게 된다. 이 두 질환은 증상의 대부분이 서로 유사한데 다만 만성 피로 증후군의 경우에는 피로 증상이 더 두드러지고 섬유근통 증후군은 압통점과 통증이 심하게 나타나는 점이 다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은 이 두 질환이 증상의 특징이 조금 다를 뿐 기본적으로는 같은 질환이라고 여기고 있다.
섬유근통 증후군의 치료
섬유근통 증후군의 정확한 원인이 밝혀져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증상을 조절하는 대증 치료가 일반적인 경향이다. 하지만 어느 특정 치료 방법만으로는 큰 효과를 볼 수 없고 여러 가지 치료 방법을 함께 사용하는 포괄적인 치료가 가장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선 통증을 줄이고 근육을 강화시키는 운동 요법과 규칙적인 수면 습관의 유지, 수면 장애와 기타 증상을 호전시키기 위한 약물 치료, 정서 장애와 통증을 악화시키는 스트레스에 대처하기 위한 정신 치료 등을 함께 사용하는 방법이 일반적인 치료 대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치료시 통증의 심한 정도는 예후와 크게 관련이 없고 오히려 우울증의 심한 정도는 치료 효과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원인 치료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위와 같은 치료를 장기적으로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환자들에게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섬유근통 증후군의 치료를 위해서는 규칙적인 수면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동물성 지방의 섭취를 줄이고 섬유질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특정 식이 습관이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증거는 아직 없다. 또 중요한 치료 방법으로 스트레스에 대처하기 위해서 횡격막을 이용한 심호흡, 점진적 근육 이완법, 바이오피드백 치료 등이 섬유근통 증후군 환자의 증상을 조절하는데 도움이 된다.
조민성 jms@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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