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입사 5년차인 이모 대리(30)는 소극적이고 얌전한 성격으로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하거나 일할때 심하게 가슴이 뛰고 얼굴이 붉어지며 말을 더듬을 때도 있다. 심지어 직장상사에게 결재를 맡을 때나 처음 만난 타인에게 말을 걸때 아직도 당황하고 진땀이 나곤 한다. 식사를 할 때도 남들이 나를 쳐다볼 것 같은 생각 때문에 항상 신경이 곤두섰고 혼자 먹어야하는 경우에는 다른사람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아예 굶기도 한다.
그는 자신의 옷차림, 외모를 두고 남들이 이상하게 생각할까 늘 긴장되고 걱정한다. 타인의 부정적인 반응을 두려워하며 스스로를 불안 속에 가두는것 이 바로 대인공포증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정신과 박상진 전문의로부터 대인공포증이란 무엇이며 치료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의학계에 따르면 대인공포증은 가장 흔한 정신과 질환 중 하나로 정식 병명은 사회공포증(Social Phobia)이다.
인지행동치료란
다양한 사회적 상황에서 심한 불안을 느끼는 질환으로 ‘다른 사람들이 나를 나쁘게 볼 것’에 대한 두려움이 주된 원인이며 현대 직장인들에게 익숙한 사회적 패턴으로 자리 잡고 있는 실정이다.
수줍음과는 달리 사회공포증을 가진 사람들은 명확한 근거가 없이 다른 사람들의 반응이 부정적일 것이라고 단정해 점점 불안해하고 결국 중요한 사회적 기능에 지장을 주게 된다.
지금까지 연구결과에 의하면 전체인구의 2~3%가 이 병을 가지고 있다. 미국 한 연구기관조사에 따르면 이 나라 전체 인구의 13.3%가 이 질환을 앓고 있다.
주로 사춘기나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10대 중반부터 20대 초반에 발병해 친구를 사귀거나 직업 또는 결혼생활을 해나가는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또한 우울증으로 발전되는 경우도 많고 불안을 줄이려고 술에 의존하다가 알코올중독에 빠지기도 한다.
나이가 들어 중년이 되면서 증상이 어느 정도 완화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 일생 동안 증상이 지속된다. 따라서 빠른 치료 시작으로 사회생활 및 대인관계에 적절히 적응해 나가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회공포증의 증상은 매우 흔하고 다른 정신과 질환과 비슷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진단이 쉽지 않다. 박상진 전문의는 정확한 진단은 정신과 의사에게 상담을 받는 것이 좋으며 현재 인지행동치료와 약물치료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전했다.
인지치료와 행동치료를 통해 생각과 행동을 함께 교정하여 증상을 호전시키는 치료방법을 말한다.
개인치료와 집단치료가 있는데 대개 집단치료가 더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비슷한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대화하고 지적하며 관찰하는 것이 치료에 큰 도움이 되며 병의 성격상 여러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 자체가 치료이기 때문이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사회공포증에 대한 인지행동치료를 받은 사람들의 60~85%가 증상이 호전되었으며 이런 효과는 시간이 지나도 많이 감소하지 않아 약물치료에 비해서 재발률이 저조한 편이라고 박 전문의는 전했다.
약물치료
박 전문의에 따르면 약물치료는 크게 항우울제와 벤조다이아제핀(Benzodiazepine) 계열 약물, 그리고 교감신경차단제로 나뉜다. 약물치료는 시간과 비용이 적게 들고 치료 효과가 비교적 빨리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특히 벤조다이아제핀 계열의 약물은 복용 후 30분에서 1시간이면 불안이 감소하고 특정 신체증상(심장박동이 빨라지는 등)을 일시적으로 감소시켜 발표나 시험 등 불안할 만한 자리에 가기 직전 복용하면 효과적이라는 것.
그러나 스스로 노력하지 않고 약에만 의존하게 되면 일시적으로 증상이 회복되어도 약을 중단하면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
사회공포증은 지나친 걱정 등 잘못된 생각에 그 근본원인이 있는 경우가 많아 문제에 직면하면 스스로 개선해 나가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했
다.
박 전문의는 “대인관계에서 어떻게 사람들을 대하는 것이 좋을지를 알고 열등감을 버리고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을 갖는 게 사회공포증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원숙 lee@dailysun.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