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서울시장과 박근혜 전대표 진영의 경쟁이 불꽃을 튀기는 가운데 이른바 ‘MB 언론장학생’ 논란이 양측의 신경을 곤두세우게 만들고 있다.
김유찬씨는 지난달 말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장성민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성접대까지 받은 ‘MB 언론장학생’들이 언론계 요직을 차지해 이 전 시장에게 유리한 기사를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전시장측은 “증거도 전혀 없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고 일축하고 있지만 친박 진영은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겠나. 10년 전에 그랬다면 지금도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의혹의 시선을 늦추지 않고 있다.
“당시 40여명의 기자관리를 제가 전담했다. 이 표현이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늘 유리한 기사가 나가게 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애를 썼다.”
김씨는 1996년 상황을 이렇게 주장했다. 이 전시장이 알고 있거나 또는 묵인하에 언론인 관리가 이뤄졌으며 촌지, 식사대접, 술접대에 성접대까지 이뤄졌다는 것.
이어 그는 “당시 접대를 받은 기자들 중 일부가 현재 각 언론사 주요 포스트에 포진하고 있다”면서 “이런 분들이 이 전시장에 대해 네거티브한 기
사를 쓰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김씨의 인터뷰가 나간 이후 정치권에선 과연 그 ‘MB 장학생’들이 누구냐를 놓고 신경을 곤두세우기 시작했다.
기자 7, 8명 ‘클럽 존재’
이 전시장 측 관계자는 이에 대해 “증거도 없는 김씨의 주장에 대해선 말할 가치도 없다”면서 “알고 있거나 또는 묵인이라는 것도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 등에 대해 ‘편향성’ 문제를 제기해왔던 친박진영에선 “과연 과거에만 그랬는지 의문이다”라고 의혹의 시선을 감추지 않는다.
MB측의 기자 관리 의혹은 또 다른 곳에서도 제기된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선 지방지 기자 7~8명과 중앙언론 30여명이 이 전시장측을 지원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돌았었다.
한 소식통은 이와 관련 “이 전시장을 지지하는 지방지 기자 7~8명이 ‘클럽’을 결성해 측면지원하고 있다거나 특정 지방지의 주요 포스트가 MB에 우호적인 인사로 바뀌었다는 등의 얘기가 회자되고 있다”며 “이들이 직접적인 관리를 받는 것은 아니지만 한 다리나 두 다리 건너 MB측 인사들과 연결돼 있다는 식의 이야기다”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이 전시장의 대학 동문인 고려대 출신이 주요 언론의 정치 부장을 맡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 근거 중 하나다.
지난 1월 말 미디어오늘이 분석,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연합뉴스 조선일보 동아일보 경향신문 YTN의 정치부장이 모두 고려대 출신이었다. 중앙일보도 얼마 전 교체 전까지만 해도 고대 출신 인사가 정치부장을 맡아 온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 전시장 측은 “정치부장 임명이야 모두 언론사가 알아서 하는 것 아니냐”면서 “한 곳도 아니고 여러 기관의 여론조사 결과가 비슷하게 나오는데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 박 전 대표측이 정말 자신있다면 기자가 아닌 여론조사 기관과 언론사에 문제를 제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장 재임시절 서울시청을 출입했던 기자들이 정치부로 옮겨 이 전시장과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는 루머도 없지 않다.
이에 대해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정두언 의원은 “사회부에서 정치부로 이동하는 게 쉽지 않다”면서 “정치인이라면 기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하지만 접대 차원의 ‘관리’라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일축했다.
일각에서는 고대 출신에 맞서 서강대 출신 언론인들이 박 전대표 밀어주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지만 이 역시 실체는 없다.
“전 근대적 발상일 뿐”
MB측의 조해진 공보특보에 따르면 현재 공식적인 대언론 창구는 조 특보와 신재민 전주간조선 편집장, 배용수 전국회도서관장 등이다.
조 특보는 “당연히 모든 기자들에게 문을 열어놓고 있지만 ‘기자관리’라는 것은 전근대적인 발상일 뿐이다”며 “과거와 달리 현역 기자들은 정치 바람을 타지 않는 것 같다. 캠프에 영입하려고 해도 쉽지 않더라”라고 말했다.
김승현 okkdoll@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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