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로 나간다며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지사의 다음 행보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김지하 시인, 소설가 황석영씨 등 비정치권 인사들이 지원사격을 퍼붓고는 있지만 민심의 이동은 쉽지 않다는 게 자체 평가다.
하지만 낙관적인 부분도 없지 않다. 대체로 냉담한 반응을 보여왔던 열린우리당이 조금씩 문을 열어놓고 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의 기획통인 민병두 의원은 이와 관련 “자원도 많고 천연가스도 많은 시베리아는 오히려 신개척지 아니냐”고 힘을 실어줬다.
손 전지사측이 대선정국을 겨냥, 그리고 있는 이른바 ‘벤처 신당’ 프로젝트를 취재했다.
일단은 정치권 밖에서 휘몰이를 시작한다.
손 전지사는 자신이 모색하고 있는 정치세력화와 관련,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밖 ‘제3의 길’을 언급했다. 표면적으로는 ‘선진개혁세력’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있지만 실상은 양분된 좌우를 모두 뛰어넘어 새로운 세력을 도모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본인은 이와 관련 “무능한 진보와 수구보수를 제끼고 국민들의 실생활에 가까이 다가서고 새로운 지표를 주는 그런 정치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돈도, 세력도 없다”
하지만 상황이 그리 녹록한 것은 아니다.
자신에게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였던 한나라당 원희룡·남경필 의원은 ‘당 잔류’를 공식 선언한 상황이고 고진화 의원측도 “일단은 당에 남아 상황을 보겠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돈도 없고 세력도 없다”는 게 손 전지사측의 현재 최대 고민이다.
그럼에도 손 전지사는 “목수가 된 심정으로 집을 지어 다른 사람들을 살게 하겠다”면서 “막연한 제 3당이 아니라 새로운 문명을 선도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들어 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독자 정치세력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최근 손 전지사측은 이런 움직임에 대해 ‘벤처신당론’을 자주 이야기한다.
“손 전지사는 새로운 벤처정치의 창업주다. 벤처라는 것이 성공률이 5%라고 하는데 현재 앞에 있는 것도 벽 밖에 없다. 벤처라는 것이 강한 의욕을 갖게 한다. 안전하게 다 확인을 하고 가는 것이 벤처가 아니다.”
손 전지사 캠프의 한 관계자는 “탈당 선언을 할 때부터 욕심을 버릴 수 있느냐가 최대 관건이었다”면서 “본인이 큰 뜻을 이루면 좋겠지만 그게 안 되더라도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불쏘시개 역할”
손 전지사측은 일단 외부에서 ‘군불’을 땐 뒤 본격적인 행동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김지하 시인은 “앞으로 사람들이 찾아오면 ‘손 아무개한테 가보라’고 말하겠다”며 공개적인 지지를 선언했고, “한나라당에 남아있으면 역사에 죄
짓는 것”이라고 탈당을 권유했던 황석영씨도 지원을 약속했다.
정치권에선 김부겸 의원의 ‘고군분투’가 눈길을 끈다. 김 의원은 “손 전 지사의 결단이 좌절되지 않도록 각오가 돼 있다”면서 “정치권에서 새 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역설했다.
김 의원의 외곽 지원단체인 ‘선진한국연대’는 지난해 말부터 ‘전진코리아’ 창립을 주도하며 물밑 움직임을 펼쳐 왔었다.
손 전지사측 인사는 “현재로서 구체적인 로드맵이 준비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면서도 “그러나 정치권 전반을 새로 짤 수 있는 변수가 조만간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의 핵심당직자는 “손 전 지사가 스스로 판을 만들어가기에는 흡입력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범여권의 통합 움직임과 종교계 원로 등이 주도하는 ‘원탁회의’를 통해 기회가 만들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손 전지사가 범여권의 국민후보경선에 참여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시베리아에서 꽃을 피우겠다”던 손 전지사의 꿈이 실현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손 전지사가 대권 도전 차원이 아닌 또 다른 역할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한다.
황씨는 이와 관련 “정치 질서가 바뀌는 과정에서 손 전지사가 불쏘시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욕심을 버려야 진정성이 전달된다”고 조언했다. 손 전지사 또한 “꽃을 버리지 않으면 열매를 맺지 못한다”고 말했다.
손학규 캠프, ‘5월 방북설’ 소동
손학규 전지사는 한나라당에 몸 담고 있을 때에도 남북관계에서만큼은 빅2와 차별화를 시도했다.
“햇볕정책을 계승, 발전하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시했고 연내남북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서도 전향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때문에 일부 언론에서는 한나라당 탈당 이후 활동 반경이 넓어진 손 전지사가 오는 5월, ‘방북대열’에 합류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하지만 손 전지사측은 “아직은 계획된 것이 전혀 없다”며 “전달 과정에서 비롯된 오보일 뿐”이라고 강경 부인했다.
김승현 okkdoll@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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