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잠꼬대도 상대진영에선 ‘정보’
후보 잠꼬대도 상대진영에선 ‘정보’
  • 김승현 
  • 입력 2007-03-22 09:38
  • 승인 2007.03.22 0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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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VS 박근혜 물 밑 ‘정보전쟁’
‘경선룰’을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이명박 전서울시장(MB)과 박근혜 전대표 진영. 그러나 대결 전선은 이것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밑에는 더욱 치열하고 강도 높은 첩보전이 한창이다.
서로 상대방 후보의 일정을 파악하는 것은 기본 사항이다. 여기에 따라 자기 후보의 대응과 향후 일정이 조정되는 일이 적지 않다. 취재 과정에서 이 전시장의 비공식적인 일정을 친박 진영에서 듣게 될 때도 있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존재한다.
수면 밑에서 치열하게 벌어지는 빅2 진영의 ‘정보전쟁’을 취재했다.



지난 2월, ‘검증 정국’으로 한창 예민해져있던 박 전대표 캠프가 발칵 뒤집혔다.

박 전대표의 법률특보를 맡고 있던 정인봉 변호사가 ‘이명박 X파일’을 꺼내들어 가뜩이나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외부로 나가선 안 될 내부문건이 유출된 것이었다.

문제의 문건은 친박 의원들의 2월 초 회의 내용이 담긴 것이었는데 여기에는 이규택 김무성 허태열 의원을 비롯, 정 변호사 등 핵심 친박 인사들이 참여한 것으로 기록돼 있었다. 이 날 회의의 명칭은 ‘아름다운 공동체 운영위원회’였으며 문건 내용에는 산악회 조직 구성의 필요성, 언론대책의 필요성 등이 담겨 있었다.

특히 문건에는 “MB와 관련된 부정적인 이야기들이 구전되고 있는데 이를 하부단위까지 전파할 수 있는 조직구성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적시돼 MB진영이 공세를 취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줬다.


이메일 사용은 ‘NO’
전국 지역 조직을 거느리고 있는 아름다운 공동체는 당초 박 전대표를 지지하는 외곽 후원조직으로 알려졌지만 본지 취재 결과 친박 진영의 ‘조직 임무’를 담당하고 있는 곳으로 확인됐다.

충청 지역 관련 행사에는 박 전대표가 하룻밤 묵으며 함께 할 계획을 세웠다가 지역 언론이 이를 알게 되자 취소했을 정도로 중시하는 조직이다.

이처럼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곳이자 현역 의원이 다수 참여한 회의의 내용이 외부로 흘러나갔으니 캠프가 벌집 쑤신 듯 우왕좌왕한 것은 당연했다.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발설자가 누구냐’를 밝히기 위해 내부 조사가 진행됐고 결국은 그 과정이 밝혀졌다.

캠프 관계자에 따르면 담당자가 회의 불참자를 위해 논의 결과를 정리, 메일로 발송했는데 이를 받은 보좌진이 출력해 놓은 것을 일부 언론이 입수하면서 문제가 커졌다고 한다. 하지만, ‘아름다운 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해 상황은 이 쯤에서 조용히 정리됐다.

물론 파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내부적으로 ‘가능하면 문건은 만들지 말라’는 엄명이 돌았고, 그나마 만들어진 문건을 전달할 때도 더욱 신중해졌다. 웬만해서는 이메일로 문서를 돌리지 않고 팩스나 인편을 통해서만 전달한다고 한다.

특히 내부 정세 보고서나 여론조사 결과는 이 중에서도 ‘대외비’로 분류돼 철저하게 보호되고 있다.

MB 진영은 한나라당내에서 최고의 정보력을 자랑하고 있다.

김유찬씨의 기자회견 후 2002년판 ‘이명박 리포트’를 공개하는 ‘치밀함’으로 물타기에 나섰다. 두 주장이 일관되지 않음을 강조하며 김씨 주장에
물음표를 제기한 것.

하지만 실제 MB 캠프가 공개한 내용은 극히 일부분이었다. 당시 캠프 관계자는 “단 1권 밖에 갖고 있지 않다”면서 “다른 내용은 어느 곳에도 보여줄 수 없다”고 말했다.

MB 진영도 ‘철벽 보안’을 위해 함구령이 떨어진 지 오래다. 입조심도 한 이유지만 자체 내부 정보가 친박 진영으로 흘러들어가는 사례가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MB측의 한 인사는 “우리 자체 여론조사 내용을 저 쪽(친박 진영)에서 이미 알고 있어 깜짝 놀랐던 적이 있다”면서 “그 후 더욱 신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전시장측은 자체 조직 구성과 싱크탱크 공개에 있어서도 친박 진영에 비해 폐쇄적으로 변했다. 현재 앞서가고 있는 상황에서 공개돼 봤자 박 전대표에게만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때론 고의 정보 유출도
자체 보안과 함께 상대측의 정보를 캐내기 위한 노력도 분주하다. 매일 상대 후보의 일정을 체크하는 것은 기본이고 평소 잘 알고 지내는 기자 등을 통해 문제성 발언은 없었는지를 확인해 보기도 한다.

중간에서 양다리를 걸치는 ‘모종의 첩자’가 없지 않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친박 진영의 한 인사는 “우리 쪽에 있다가 MB의 지지율이 오르자 건너간 사람들이 몇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그 외의 다른 인사들이 그 역할을 맡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어차피 이 판이 다 그런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열린우리당 출범 직후 당시 여권은 정보 누출과 관련, 고민이 컸다. 내부 정보가 하루, 이틀 뒤면 한나라당으로 넘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때의 유출 통로는 여러 가지가 제기됐지만 최종적으로는 민주당이 당사자로 지목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당 의원이 과거 친하게 지냈던 민주당 인사들에게 무심결에 정보를 말해 주면 이 과정을 거쳐 한나라당으로 정보가 흘러갔다. 당시는 탄핵정국 직후여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접촉이 많았던 때다.”

정보 전쟁은 특히 ‘네거티브 전략’에 있어 그 효과가 크다. 내부자가 특정 비리를 공개할 경우 해당 캠프는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이와 반대로 특정 캠프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를 고의로 흘리는 경우도 존재한다.



#“이게 왜 그리로 넘어갔어?”

때로는 ‘우리만 알아야 할 정보’가 생각지도 못하게 공개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발생한다.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비서진들이 무심코 출력해 놓거나 모니터에 열어놓은 문건들이 언론 등을 통해 공개되는 것은 비일비재하다.

열린우리당의 A씨는 “우리당 의원들에게 보내야 할 전체 메일을 클릭을 잘못하는 바람에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보냈던 적이 있었다”면서 “그나마 내용이 중요하지 않아 다행이었지만 이후로는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원회관 방의 주인이 바뀔 때도 이런 일이 발생하곤 한다.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의원직을 상실해 새로운 당선자가 들어오는 경우, 다른 당 의원이 들어왔을 때 문제는 커질 수 있다.

한 의원실에선 국회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되는 비서진이 당의 중요 전략 문건이 담긴 우편물을 무심코 버렸다가 외부에 유출되는 사례도 겪었다.

김승현  okkdoll@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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