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이 드디어 ‘칼’을 빼들었다. 이명박 전서울시장, 박근혜 전한나라당 대표 등 대선주자들에 대한 검증을 위해 특별기구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이미 상당수 자료를 확보하고 시기 조율에 들어갔다는 발 빠른 진단도 나온다.
특히, 이 전시장의 재산 형성 과정이 초미의 관심사로 부각될 전망이다. 강남 일대에 수천여평의 부동산을 소유한 이 전시장은 이미 일부 언론을 통해 검증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여권에서 새로운 파일을 확보했을 개연성이 있어 조만간 공개될 검증자료가 주목받고 있는 것. 이 대목에 있어서는 둘로 갈라진 열린우리당이 공동으로 대응하고 있는 양상이다.
근거없는 폭로가 나올 경우, 오히려 역풍에 휘둘려 범여권 전체가 와해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강래, 오영식 의원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시작된 검증작업은 ‘무언가 있다’는 식의 해석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전시장이 과연 당내 검증에 이은 범여권의 검증작업에서도 현재의 지지율을 지켜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열린우리당, 통합신당 모임 등 범여권이 대선정국 속으로 급속하게 빨려 들어가고 있다.
한나라당 자체에서 시작된 검증작업의 바통을 넘겨받아 이른바 검증 ‘속편’을 준비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는 한나라당 자체 검증의 한계를 넘어서는 파격적인 ‘X-파일’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이런 징후는 이미 일부 의원들의 발언을 통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네거티브 한 방이면 상황 종료”
통합신당모임 간사를 맡고 있는 이강래 의원은 이와 관련 “한나라당 후보들은 네거티브 한 방이면 갈 수 있는 취약한 후보들”이라고 특정 대선주자의 경쟁력을 평가절하했다.
이 의원은 지난 15일 기자와 통화에서 “최근 한나라당에서 진행되고 있는 검증을 보고 있노라면, 2002년 대선이 떠오른다”면서 “일부 대선주자는 (지지율이) 이미 너무 높이 올라가 있기 때문에 추락할 가능성도 그만큼 높다”고 분석했다.
이 의원은 그러나 “소속 정당이 다르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면서 구체적인 검증방법 등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검증은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열린우리당 전략기획위원장인 오영식 의원도 이명박 전서울시장 등 한나라당 대선주자를 겨냥한 검증특별기구의 필요성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오 의원의 보좌진은 “대선주자의 검증과 관련,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면서 “논란이 된 사안들을 조사하는 등 내부적으로 조금씩 진척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범여권이 적극적으로 네거티브 성격의 검증론을 흘리고 있는 것은 대선 판세를 뒤집기 위한 모종의 전략이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의 간헐적인 발언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는 분석도 상당하다.
정치권 한 인사는 “한나라당 대선주자들과 관련된 검증은 이미 상당부분 진행됐다”면서 “정부 차원에서 나온 새로운 정보라면 모를까, 시중에 알려진 의혹으로는 네거티브가 먹히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근거 없는 폭로는 더 큰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감도 없지 않다. 과거 김한길 의원의 경우, 특정 사안의 폭로를 크게 포장해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현재 가장 주목은 받는 검증 대상은 이명박 전시장이다. 특히, 부동산 등 재산과 관련된 다양한 의혹은 아직까지 ‘안정권’에 들어섰다고 보기 어렵다. 수백억대 자산가로 성장한 이 전시장의 배경에는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도 있을 것이라는 게 일반론적인 해석이다.
이 전시장은 서울 서초동 빌딩, 논현동 자택 등 강남에 상당한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1993년 9월 사상 처음으로 국회의원 재산공개가 실시될 당시 이 전시장은 274억2,000만원의 재산은 신고했다. 특히, 서초구 서초동에 4개 필지의 부동산이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이곳은 법조타운이 조성된 이후 수백 배의 지가 상승이 있었던 곳으로 당시 투기바람이 일었던 지역이다.
도곡동 부지 매각 대금 향배 관심
법조타운이 들어서기 전까지 여기에는 이른바 ‘꽃마을’로 불리던 철거민 집단 밀집촌이 형성돼 있었다. 하지만, 1987년 올림픽을 앞두고 개발바람이 일어 모두 강제 철거됐다.
서초동 1717-1 번지, 1718-1번지, 1718-2번지, 1709-4번지 등을 소유하고 있었지만, 1718-1과 1718-2번지의 부동산은 지난 1993년 서울지방변호사회에 매각했다.
2006년 8월31일자 서울시보에 공개한 이 전시장의 재산 신고 내역에 따르면, 이곳에는 현재 영포빌딩(건평 1,753평)과 상가(252평)가 각각 들어서 있다. 대형 중식당이 운영되고 있는 상가는 특히, 이 전시장 재직 당시 불법 증개축으로 2차례 시정명령을 받기도 했다.
이밖에도 양재동 영일빌딩(830평), 논현동 단독주택 및 대지를 300여평 소유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 전시장측은 “현대 재직 당시 특별상여금 등으로 받은 토지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투기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또한 논란이 되고 있는 부동산은 과거 이 전시장의 형인 이상은씨와 그의 처남 소유로 돼 있었던 강남구 도곡동 164-1번지 일대 1,313평과 관련된 은닉 의혹이다. 현재는 모두 매각해 소유주가 변경된 상태지만, 일각에선 이 부동산의 실소유주가 이 전시장일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는 것. 이곳은 매봉터널이 개통되고 지하철 역사가 들어서면서 지가가 크게 상승했다고 한다.
하지만, 도곡동 일대 부지는 현대건설로부터 이상은씨와 김재정씨가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고, 지난 1995년 다시 포스코개발에 매각됐다. 당시 시가로 역산해 보면, 매각으로 벌어들인 금액은 200억원 안팎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재산을 은닉했을 경우, 매각 대금 중 일부는 이 전시장에게 흘러들어갔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의혹 자체를 일축하고 있는 당사자들의 진술이 없는 한 이를 확인하는 것은 현재로선 불가능에 가깝다.
정치권 일각에선 도곡동 재산은닉 의혹은 사실이 아닐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처남 김재정씨의 한 친인척에 따르면, 김씨 또한 상당한 재력가 집안이었기 때문에 부동산을 매입할 충분한 자금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이렇듯 기존에 언급된 의혹들은 대부분 의혹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오히려 열린우리당 지도부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루머’가 더욱 관심을 끈다.
야당 한 고위 당직자는 “열린우리당 지도부에서 파악한 바로는 이명박 전시장, 이상은씨, 김재정씨 등 친인척들의 재산 규모가 수천억원에 달한다는 얘기가 있다”면서 “집권당 지도부가 이 정도로 언급할 때에는 그만한 근거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오 의원 등 열린우리당 전략기획위원회 차원에서 이와 관련된 자료를 이미 확보하고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밖에도 이
전시장이 가진 재산 규모가 워낙 크다보니, 새로운 의혹이 불거질 개연성은 얼마든지 남아 있다.
이 시장측은 그러나 이러한 범여권의 움직임을 ‘공작’으로 규정하고 대응방법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사실 관계가 드러나지 않은 ‘폭로’가 나올 경우, 강력하게 대처할 것으로 점쳐진다.
최근 벌어진 대선주자 관련 검증공방에서 이 전시장은 평정심을 잃지 않고 차분하게 대응했다는 게 내부 분위기다. 그러나,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고 했던가. 지지율은 어느새 조정을 받고 하락하고 있다.
‘묻지마식 폭로’ 재연될 가능성
과거 비서를 지냈던 김유찬식 ‘묻지마 폭로’가 큰 파장을 낳지는 않았지만, 지지율에는 적잖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이 전시장측이 이대로 지켜볼 수만도 없다는 판단 하에 법적 카드를 만지작 만지작 하고 있는 이유다.
노무현 정부를 ‘우군’으로 확보하고 있는 범여권이 전략적 네거티브전을 준비하고 있다면, 향후 대선정국은 더욱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처남 김재정씨는 ‘지금 어디에’
유력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서울시장의 재산과 관련된 의혹에서 빠짐없이 등장하는 인물이 있다. 이 전시장의 처남인 김재정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하지만, 김씨는 이 전시장의 재산형성 과정에서 별다른 역할을 맡지 않았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김씨와 친인척 관계인 K씨는 “김재정씨는 이명박 전시장이 정치인이 된 이후, 선거철만 되면 반복되는 의혹제기에 환멸을 느끼고 있다”면서 “매일 언론에 시달려 왔기 때문에 더 이상 기자를 만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K씨는 과거 이 전시장의 보좌 역할을 맡기도 했던 인물이다.
K씨는 특히 부동산 관련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내다봤다.
그는 “김재정씨는 부유한 집안의 자제였기 때문에 물려받은 재산이 많았다”며 “이 전시장도 국내에서 가장 큰 건설사 회장이었는데, 굳이 재산을 은닉할 이유가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K씨에 따르면, 김씨의 부친은 세무 공무원을 지냈으며 퇴임 후 회사를 설립해 상당한 재산가로 성장했다고 한다. 이후 김씨가 재산을 상속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김씨는 당뇨, 고혈압, 신장투석 등을 병행해야 할 정도로 건강이 크게 악화돼 있다. 이 때문에 지방 모처에서 요양 중인 상태다.
김대현 suv15@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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