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왕수석 ‘모두들 꼼짝마’
돌아온 왕수석 ‘모두들 꼼짝마’
  • 김승현 
  • 입력 2007-03-15 09:18
  • 승인 2007.03.15 0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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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파’ 갈매기사단의 막강 파워 실체
노무현 대통령의 최종 선택은 임기 후반을 고려한 ‘관리형’으로 귀착됐다. 청와대는 지난 9일 이병완 비서실장 후임으로 문재인 전민정수석을 내정했다. 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참여정부에서 민정수석과 시민사회수석, 대통령 정무특보를 지낸 문 전수석은 이른바 ‘왕수석’으로 불리며 PK(부산·경남) 사단의 수장으로 불렸다.
문 전수석의 비서실장 기용은 청와대 내 역학 구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386 강경파 그룹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그룹인 ‘부산파’가 전면에 배치됨으로써 또 다른 변화의 바람이 불어올 조짐이다.
정치권에선 문 전수석의 복귀를 노 대통령의 ‘친정체제’ 강화로 해석하며 향후 PK 사단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왕수석이 돌아왔다.’

김대중 전대통령은 임기 말 여론의 비판을 무릅쓰고 가장 믿을 수 있는 박지원 전비서실장을 선택했다. 노 대통령도 그 뒤를 잇는 걸까.

노 대통령은 정무와 홍보 역할에 주력했던 이병완 비서실장의 후임으로 자신의 친구이자 정치적 동지인 문 전수석을 내정했다. PK사단의 수장으로 불리는 문 전수석은 참여정부 초기, 청와대 내 호남파 수장이었던 정찬용 당시 인사수석과 함께 쌍두마차를 형성했다.


위축된 ‘386 그룹’

문 전수석의 기용은 이미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노 대통령의 ‘친정체제’가 시작됐음을 알리는 서막으로 해석된다.

당초 비서실장 후보로는 문 전수석과 함께 신계륜 전의원 등이 검토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고건 전총리와도 가까웠던 신 전의원은 열린우리당 등 정치권에 비교적 넓은 인맥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정무형 비서실장’ 후보로 거론됐다.

대통령 정무특보로 활동하며 ‘개헌론’ 설파에 앞장선 문 전수석이지만 정치권에서의 활동 반경은 상대적으로 좁다는 게 중론이었다.

이미 대통령이 탈당을 결행한 만큼 ‘정무 역할’이 이전보다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상황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에서는 ‘관리형’이라는 역할 보다 PK 사단의 수장으로서 갖는 의미에 더 큰 비중을 두기도 한다. 청와대에는 이미 PK출신인 이호철 국정상황실장이 노 대통령을 근좌에서 보좌하고 있다. 문 전수석은 민정수석 당시 이 국정상황실장과 손발을 맞췄다.

문 비서실장-이 국정상황실장 체제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사실상 부산파에 맞설 수 있는 청와대 내 다른 그룹은 찾아보기 힘들게 된다. 이광재 의원과 안희정씨로 대표되는 386 그룹도 위축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 때문에 386 그룹에선 신 전의원을 후임 비서실장으로 추천하는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신 전의원은 내년 초로 예정된 총선 출마 가능성이 높고 정무 역할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현재의 상황을 고려해 문 전수석에 밀린 것으로 전해진다.


최인호는 당으로

노 대통령 입장에서도 ‘정무형 실장’을 기용해 불필요한 잡음을 일으키기보다는 가장 믿을 수 있는 문 전수석이 PK 사단을 중심으로 청와대의 지휘체제를 단일화하는 게 더 좋은 카드로 받아들여졌을 법하다.

문 전수석을 지지한 인사들은 민정수석과 대통령 정무특보를 역임하며 정치적인 접촉을 꾸준히 가진 데다 임기 말 권력관리가 필요한 상황에서 최적의 적임자였다고 평가한다.

문 전수석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현정부를 ‘부산 정권’이라고 지칭했다, 그런 그가 청와대로 돌아온 것은 부산파의 막강 파워를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하다.

문 전수석과 이 국정상황실장 외에도 정윤재 의전비서관, 송인배 시민사회비서관실 행정관 등이 청와대 내 갈매기 사단의 주축이다.

송기인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이 사실상 이들 그룹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고 있다.

PK 사단의 일원이었던 최인호 전국내언론비서관은 지난해 말 사의를 표명한 뒤 열린우리당으로 활동 영역을 옮겨 현재 전국청년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를 부산파의 역할 분담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안희정, 청와대 들어가나

문재인 전민정수석이 후임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내정됨에 따라 후임 인사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현 이호철 국정상황실장이 PK 사단이라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교체 가능성도 거론된다.

눈길을 끄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리는 안희정씨가 이 과정에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안씨는 지난해 사면복권 된 뒤 정치권 안팎을 오가며 노 대통령의 임기 후반 구상을 준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본인은 부인하고 있지만 이해찬 전총리의 방북을 놓고서도 안씨의 역할은 논란이 됐다.

안씨가 거론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그에 대한 노 대통령의 신임이 여전히 두터운 데다 PK 사단을 견제할 수 있는 386 그룹의 상징적 인물이기 때문이다.

김승현  okkdoll@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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