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신당 배후서 DJ밀사 뛴다
통합신당 배후서 DJ밀사 뛴다
  • 김대현 
  • 입력 2007-03-08 11:01
  • 승인 2007.03.08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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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대통령 ‘정치 훈수’ 속내
‘결국, 도로 민주당인가.’
범여권 세력이 가고 있는 ‘목적지’에 대한 논란이 분분한 가운데, 원내 11석을 보유한 ‘미니정당’ 민주당이 주목받고 있다.
민주당 자체의 정치적 역량이라기보다, 김대중(DJ) 전대통령의 ‘후광’ 때문이랄까. 그래서 한화갑 전대표가 “도로 민주당이 돼야 한다”고 말한 것조차 그냥 지나칠 수만은 없는 것이다.
DJ는 자신을 순차적으로 예방하고 있는 범여권 세력에게 유독 ‘통합’을 강조하고 있다. 호남에서 영향력이 건재한 그가 대통합의 메시지를 던지는 것은 민주개혁세력이 와해되는 것을 지켜볼 수 없다는 일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과거 DJ의 정치적 영향력 하에 있었던 범여권이 DJ의 막후정치에 의존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그 실체를 추적해봤다.



최근 들어 부쩍 DJ가 정치적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과 관련, 정치권이 미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직 대통령보다 ‘파워풀’한 DJ의 ‘막후 정치’는 과연 어디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일까.

단적으로 보면, 범여권에서 ‘통합’을 운운하는 인사들이 하나같이 DJ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문희상 의원은 이미 “도로 민주당이 되는 것을 겁내선 안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탈당을 감행한 염동연 의원도 “민주당을 포함해 범여권 통합이 필요하다”고 했다.

천정배 의원 등 개별 탈당파가 만든 ‘민생정치모임’은 지난 2월 28일 DJ를 예방하고 자신들이 귀동냥한 ‘정치 훈수’를 브리핑했다. “민생모임이 열린우리당을 나왔지만, 통합 정당을 만들거나 선거연합을 이뤄내야 한다”는 것이다.


‘도로 민주당’으로 가나

김한길, 강봉균 의원으로 대표되는 집단탈당파도 통합신당 모임을 조직하고 원내 교섭단체로서 활동을 시작했다.

열린우리당을 탈당했거나, 남아 있는 이들의 공통점은 공히 DJ의 정치적 방향성을 추구해왔고, 앞으로도 그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일각에서 개별 모임의 주도권 싸움이 정리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 오는 6월을 전후해 대통합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도 ‘DJ의 상황정치’에서 답을 찾는다.

이와 관련, 당안팎에서 DJ의 의중을 전달하는 ‘메신저’가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까지 새어나오고 있다. 문희상 의원 등 원내 인사와 부활한 ‘동교동계’ 인맥들의 움직임이 주목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DJ 입장에선, 이번 대선이 사실상 마지막 대통령 선거가 될 것이다. 이미 팔순을 훌쩍 넘긴 나이도 나이거니와, 건강악화설이 끊이질 않았다는 점에서 2012년 18대 대선까지 관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렇다면, 이번 선거는 자신이 걸어온 정치적 인생의 가치를 설파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지도 모른다. 역사적 평가를 받고 있는 남북정상회담, IMF극복 등 치적도 많았지만, 민주개혁세력은 어느새 크게 위축돼 올해 대선을 앞두고 어두운 전망에 휩싸여 있다.

DJ가 최근 들어 범여권 통합 메시지를 자주 표출하는 것도 ‘정치 9단’의 전략이라기보다는 민주개혁세력의 통합을 바라는 진정성을 담고 있는 것 같다.

민주당 한 관계자도 “김대중 전대통령이 정치에 관여하는 것은 아니다”며 “다만, 자신이 그동안 바라왔던 통합의 간절함을 전달하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색다른 해석도 내놓고 있다. 범여권에서 일종의 ‘노무현 지우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에 담긴 노 대통령의 색깔을 지우기는 시간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에, DJ라는 ‘외투’를 다시 꺼내 입으려한다는 것. 동시에 정권창출의 기반인 ‘호남 민심’을 확보해 대선정
국의 ‘반전’을 시도할 여지도 충분해 보인다.

물론, 이점에 있어서는 이견도 있다. 호남 민심이 과거처럼 전폭적으로 범여권을 지지해 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DJ의 정치적 발언은 일면 그의 차남 김홍업씨의 정치 행보와도 연결돼 있는 듯하다. 한화갑 전대표가 의원직을 상실함에 따라, 오는 4월 재보궐선거가 치러지는 전남 무안·신안에 홍업씨가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DJ 차남 ‘김홍업 살리기’ 해석

민주당도, 열린우리당도 아닌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양당 모두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DJ 아들과 경쟁할 후보를 내야할지 여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DJ의 영향력이 살아있는 가운데, 그의 분신격인 홍업씨와 싸우게 된다면 향후 여론의 향배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DJ 입장에서도 출마 의지를 굳힌 아들이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사이에 끼여 고전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을 터다.

결국, DJ의 개인적 ‘욕심’과 대의명분이 충돌하며 정치적 발언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고 봐야 할 듯하다. 이른바 DJ의 ‘막후 정치’는 이래저래 앞으로도 상당 기간 계속될 것 같다.



대선 앞두고 주가 상승

김대중 전대통령의 측근 인사들인 ‘동교동계’가 다시 뭉쳤다.

지난 2월 22일 ‘좌장’인 권노갑 전민주당고문을 비롯, 박지원 전 장관과 설훈 전의원의 특별사면을 축하하기 위해 오찬 모임을 가진 것.

이날 모임에는 한화갑 전대표, 정균환 민주당 부대표, 김옥두, 윤철상, 최재승, 김충조, 박주선, 심재권, 조승형 전의원이 참석했다. 김 전대통령의 장남인 김홍일 전의원도 오랜만에 모습을 보였다.

무엇보다 관심을 끈 대목은 범여권 통합 논의에 대한 이들의 견해다.

일부 참석자는 이날 모임 직후 “몇 달 전열린우리당 문희상 전의장과 민주당 한화갑 전대표 사이에 통합신당에 대한 논의가 구체적으로 진행됐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범여권 통합의 매듭을 풀어갈 양당의 물밑접촉이 활발해져가는 흐름을 직감할 수 있다.

물론, 앞으로 동교동계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DJ의 정치적 언급 수위가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는 게 그 반증이다.

김대현  suv15@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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