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도입이 결정된 대통령 전용헬기(VHX)가 또 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당초 탑재가 예정됐던 적외선 감지장비(FLIR)가 빠진 것으로 드러나 야간이나 악천후 비행 때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
올 9월 도입되는 지휘헬기는 모두 3대로 대당 가격이 400억원대 가량이며 기타 장비 등을 합쳐 총 1,700여억원이 소요되는 사업이다. 국방부는 지난 2005년 5월 차기 대통령 전용헬기로 미국 시콜스키사의 S-92를 선정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대통령 지휘헬기는 알게 모르게 자주 등장한다.
2003년 7월에는 당시 정대철 대표와 노무현 대통령이 헬기에 동승했다는 기사가 실려 청와대가 부랴부랴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청와대는 노 대통령은 1호기에, 정 대표는 3호기에 탑승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탄핵안이 통과됐던 2004년 3월 12일 오후 5시, 노 대통령이 청와대 본관 앞 정원에 착륙할 때도 이용된 수단은 헬기였다.
청와대 경호실 관계자에 따르면 대통령 지휘헬기는 대통령이 사용하는 공군 1호기, 2호기, 3호기의 3대가 있으며 위장을 고려, 경호용 3대가 함께 움직이는데 이것을 통칭해 VIP 수송기라고 한다.
6대가 함께 이동
이번에 도입된 시콜스키사의 S-92는 영국, 이탈리아 합작사의 EH-101과 치열한 경쟁 끝에 선정된 기종이다.
S-92는 경쟁 기종인 EH-101에 비해 탑승 인원이 다소 적은 대신 소음도와 가격 경쟁에서 상대적인 우위 평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공군 관계자는 “다득점 기종이 선정되는 종합평가기법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S-92는 지난 1991년 도입된 시콜스키사의 VH-60 헬기가 교환주기인 10년을 넘김에 따라 이뤄졌다.
S-92는 고도의 현대 과학이 반영된 최첨단 장비로 무장할 것이라는 게 당초의 설명이었다. 각종 무기를 비롯 스스로 방어하는 레이더 경보수신기와 적외선 방해장치, 미사일추적 기만장치, 디지털화된 자동조정장치 등이다.
시콜스키사는 지난 1992년 S-92C 개발 계획을 발표했으며 1995년 6월 파리 에어쇼에서 S-92A라는 이름으로 첫선을 보였다.
항공기 개발 위험을 줄이기 위해 일본의 미스비시 중공업, 중국의 징젠 헬기그룹 등의 회사와 기술협력을 맺었으며 러시아의 밀(Mil)사와도 일부 분야에서 협력했다.
동체는 17.32m이며 최대 속도는 295km, 항속거리와 체공시간은 각각 702km와 3시간이다. 탑승 인원은 최대 18명이다.
공군 관계자에 따르면 시콜스키사는 기존 기술 역량을 모두 쏟아 부어 수작업으로 설계했고 조종석, 승객실 및 후방램프 등도 자체 기술을 기반으
로 만들어졌다.
이와 함께 S-92는 제작비용과 구성품 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알루미늄 재질로 구성됐다는 설명이다.
S-92는 이미 미국 영국 노르웨이 등 3개국에 인도됐으며 오는 2019년까지 700여대 가량을 생산할 예정이다.
대통령 전용헬기답게 내부 구조도 일반 헬기와는 다르게 구성될 전망이지만 구체적인 모습은 아직까지 전해지지 않고 있다. 단지 다른 헬기들의 모양을 통해 간접적으로 알 수 있을 뿐이다.
일반적으로 국가 원수들이나 인기 연예인들이 사용할 경우 방음 및 기타 미세한 부분까지 최고급으로 설계될 예정이다.
대통령 경호실 소관이지만 외형상으로는 국방부에서 관리하며, 적을 교란키 위해 최소 3대 이상 구매하는 게 관례다.
1대당 약 400억 원
지휘헬기와 관련, 최근 들어 불거진 FLIR는 야간이나 악천후 비행에 필요한 핵심 장비다.
FLIR는 밤이나 기상이 나쁜 때에도 수 km 밖의 지형지물을 기체에 탑재된 모니터로 또렷이 보여줘 항공기의 비행 안전을 돕는다.
국방부는 당초 삼성 탈레스가 개발할 FLIR를 장착할 계획이었으나 개발이 지연되어 시콜스키사에 약속한 납품 시한을 넘기는 바람에 장착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이와 관련 “시한이 맞았다면 장착했겠지만 그러지 못했다”면서 “개발 지연으로 납품 시한을 넘겨 대대적인 개조 작업을 거쳐야 장착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르면 약 4년간의 개발 기간과 84억원의 추가 비용이 필요하다는 것. 때문에 향후 책임 소재와 비용 부담을 놓고 해당 업체와의 검토가 이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 인사는 “S-92의 경우 국내 개발 FLIR의 장착 여부를 실험하는 것도 힘들다”면서 “여러 가지를 고려해 결정하겠다. 하지만 S-92가 추후 다른 용도로 쓰인다면 FLIR 장착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방위사업청은 “현재 대통령 전용헬기도 작전 임무가 아닌 단순 인원 수송 임무로 사용되고 있어 FLIR를 장착하지 않고 있다”며 “가시거리가 좋은 주간 및 양호한 기상상태에서만 운용되고 있어 큰 문제는 없다”고 공식 해명했다.
첨단 장비로 무장할 S-92는 올 가을부터 대한민국 대통령의 전용 헬기로 대한민국의 하늘을 누비고 다닐 계획이다.
김승현 okkdoll@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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