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한명숙의 향후 행보는 뭘까. 더불어 대선을 9개월 앞둔 시점에 노심(盧心)의 의중은 과연 무엇일까.
정치권 안팎에선 “한 총리의 여의도 정가 복귀는 대선에서 태풍의 눈으로 급부상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한 총리의 주변 측근은 “한 총리가 서두르지는 않겠지만 대권도전을 할 것이 확실하다”고 했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의 심중을 꿰뚫어보고, 이에 걸맞는 행보를 그려나가겠다는 의중이 깔려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3월 본격적인 대권행보에 나선 뒤 6월을 기점으로 여권 여성후보로 대중의 심리를 깊이 파고든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이 생각하는 한 총리의 대권 로드맵이다.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달인 6월이 지나면 한나라당 후보의 대세론도 약해지고 여권 후보에 대한 지지도가 급상승할 수도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민병두 의원은 한 총리의 대권도전에 적극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다. 그는 한 총리의 대권 플랜 가동에도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 의원은 “대립전선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 총리는)사회, 계층, 통합의 이미지가 굳어있는 독특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며 “이같은 장점을 극대화시키고, 호소력을 유도하는 것이 대중들에게 가장 크게 어필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 총리의 대권 프로그램에 참여한다고 봐도 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민 의원은 명확한 답변은 회피하면서도 “여성후보로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현 단계에선 구체적인 대권플랜을 설명하기는 이른감이 있지만, 앞으로 (한 총리의)장점에 근간을 둔 프로그램이 어떻게 가동되느냐에 따라 그 진가가 발휘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같은 사실을 뒷받침해주듯 최근 여의도 주변 호텔에서 여권 정치인이 모임을 갖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이는 대선향방에 대한 의견 조율과 정책적 시나리오 구상을 논의하는 모임이 많아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 이면엔 한 총리를 대권후보자로 등극시키려는 조짐도 엿보인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대표의 ‘대항마’로 한 총리를 잠룡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한 총리는 현실정을 감안해 ‘경제’, ‘안보’ 분야에 치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치권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총리실 공보파트에선 이미 한 두달 전부터 3월초쯤에 (한 총리가)대권후보로 나설 것이라는 얘기를 했다”며 “유력일간지 기자를 상대로 잘 홍보해 달라고 부탁까지 했다”는 말을 했다.
하지만 김석환 국무총리실 공보수석은 이에 대해 “(한 총리가)7일 이임식 이후 대권행보에 대해선 뭐라 말할 수 없다”고만 답변했다.
한 총리의 대권도전은 대선구도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 총리의 대권가도에는 언론의 힘을 충분히 활용할 공산도 커 보인다.
한 총리는 한나라당 대권주자인 박 전대표의 높은 지지율을 차단할 대권후보 적임자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더구나 한 총리는 박 전대표 못지않게 40~50대의 표심을 뒤흔들만한 이미지를 보유하고 있다. 여권내 마땅한 대권후보감이 없다는 점도 한 총리의 등장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는 기존에 유지해오던 박 전대표의 지지율과 ‘여성표심’은 물론, 중장년층의 표밭 분산을 유도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한 총리는 또한 박 전대표가 지닌 섬세함, 넉넉함, 부드러움, 여성스러움 등 여성의 강점인 한국의 여인상을 두루 갖고 있다.
한 총리는 후덕하고 여성적인 정치인 이미지가 각인됐다. 국무총리를 지낸 행정관료 출신이란 점, 전문정치인이란 점도 대중들에게 신뢰감을 한층 더해준다.
개혁적 성향이긴 하지만 보수-진보를 아우르는 통합의 이미지를 소유하고 있다는 점도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안정적인 이미지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범여권의 여성대권후보로 나선다고 해도 파급효과가 클 것인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경선에 참여시켜 대선 분위기를 고양시키고, 흥행효과를 일으키는 데 큰 몫을 할 것이다”라고 했다.
또한 여권내에선 어차피 호남-영남-충청 후보군을 내세울 채비를 서두르고 있어 이에 걸맞는 여성 후보로 한 총리가 적격이라는 분석이다.
결국 한 총리의 대권의지와 결단력, 적극적인 대권행보에 따라 여권의 대선후보 구도가 급변할 것으로 보인다.
김현 rogos0119@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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