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위(20·위성미)가 드디어 美LPGA(여자프로골프)에서 첫 우승트로피를 손에 넣었다. 2005년 10월 프로에 뛰어든 뒤 4년만의 쾌거다. 그동안 부상 핑계로 고의기권 구설수에 오르고, 남자 대회 출전이라는 무모한 도전, 긴 슬럼프 때문에 숱한 비난거리가 쏟아졌던 그녀지만, 이날만큼은 그동안의 불신을 씻어내는 퍼팅으로 우승을 일궈냈다. 대회 후 가진 인터뷰에서도 그녀는 “나를 짓누르던 저주에서 벗어난 것 같다”고 말해 그동안의 힘들었던 시간들을 회상했다. 눈물을 연신 흘리는 그녀 뒤에는 묵묵히 지켜보던 가족들이 있었고, 그를 축하하는 박수가 끊이지 않았다. 끊임없는 구설수에도 불구, 미운오리새끼에서 아름다운 백조로 탈바꿈한 그녀의 골프인생을 따라가본다.
미셸 위가 지난달 16일 멕시코에서 끝난 美 LPGA투어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에서 프로 첫 우승컵을 들었다. 2005년 10월 프로에 뛰어든 뒤 4년 만의 감격이다.
미셸 위는 3언더파 69타를 쳐 합계 13언더파 275타로 우승했다.
하와이에서 태어나 5세 때 골프를 시작한 미셸 위는 주니어 시절 주요 대회마다 ‘최연소’라는 단어를 달고 다니며 이름을 날렸다. 183cm의 큰 키에 300야드를 넘나드는 장타는 트레이드마크였다.
10살이던 2000년 역대 최연소로 US 아마추어 퍼블릭링크스 챔피언십에 출전했다. 2002년 12세 나이로 역시 최연소 LPGA 투어 대회 출전 기록을 세웠다.
2003년에는 LPGA 투어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공동 9위에 올랐고, 2004년 같은 대회에서는 4위를 차지했다. 당시 언론들은 그녀를 빗대어 ‘여자 타이거 우즈’라고 평하기도 했다.
힘든 역경 이겨낸 ‘쾌거’
2005년에도 메이저대회인 LPGA 챔피언십과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2위, 공동 3위를 차지하며 명성을 떨친 미셸 위는 2005년 10월 마침내 프로로 전향했다.
이와 동시에 대형 스폰서인 나이키 및 소니가 앞 다퉈 미셸 위와 1000만달러 규모의 후원 계약을 맺었고, ‘1000만달러 소녀’의 앞길에는 거칠 것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LPGA 데뷔 이후 남자 선수들과의 잇따른 성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미셸위는 정작 LPGA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미셸위는 지난해 12월 퀄리파잉스쿨을 통과, 올해부터 LPGA 투어 정식 멤버가 됐지만 시즌 개막전인 SBS오픈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이후 지난 10월 열린 나비스타 LPGA 클래식에서도 준우승에 그쳐 올 시즌 역시 우승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더욱이 올해 미국 스탠퍼드에 입학, 학업과 LPGA 투어를 병행함으로써 경기에 전념할 수 있는 시간적 공간적 여유가 적어졌다는 점에서 미셸위의 우승 가능성은 희박해 보였다.
그동안 그녀를 따라다녔던 악재(?)가 지속적으로 그녀의 발목을 잡는 듯한 분위기였다. 실제 스무살인 미셸 위는 우여곡절이 심한 골프 여정을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명성에 비해 프로무대에서의 성적표는 보잘 것 없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그녀는 깊은 수렁에 빠지기도 해 주변의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다.
지난 2008년에는 우승을 눈앞에 두고도 부주의한 행동으로 눈물을 곱씹었다. 7월 열린 스테이트 팜 클래식에서는 스코어 카드에 사인을 하지 않고 제출했다가 망신을 당했다.
3라운드까지 단독 2위로 경기를 마쳐 우승을 넘봤지만 작은 실수 하나로 물거품 됐다.
지난 5월엔 국내에서 열린 롯데마트여자오픈에서 프로암 참가를 거부해 또 한번 소동을 일으켰다.
캐디를 동반하지 못하도록 한 KLPGA의 규정에 “이해할 수 없다”며 프로암 참가를 거부했다. 선수가 프로암 출전을 거부할 경우 대회 출전 취소는 물론 벌금, 기타 대회 출전권 발탁 등의 제재를 받지만 미셸 위는 초청선수였다는 이유로 대회에는 그대로 출전했다.
이런 와중에 미셸 위는 2008년 리노타호오픈까지 13차례 남자 대회에 출전하며 성대결을 펼쳐 더욱 더 심한 ‘눈총’을 받았다.
또 미셸 위는 ‘고의 기권을 했다’는 오해로 인해 ‘백조’에서 ‘미운 오리 새끼’로 전락하기도 했다. 2007년 6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긴 트리뷰트 1라운드에서 벌어진 일이다. 16번 홀까지 14오버파를 치던 그녀는 손목부상을 이유로 2홀을 남기고 기권했다.
‘18번 홀까지 88타(16오버파) 이상을 친 LPGA 투어 비회원은 해당 시즌 투어 출전을 금지한다’는 룰을 피해가기 위해 ‘고의로 기권을 했다’는 오해를 샀다.
더욱이 기권하고 1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미셸 위는 곧바로 맥도날드 챔피언십이 열리는 메릴랜드주로 이동해 연습 라운드를 가져 여론의 집중 포화는 물론 동료 선수의 비난을 받았다.
이에 대해 긴 트리뷰트의 주최자이기도 한 애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은 “나도 부상을 당해봐서 안다. 나는 부상을 당하면 몇 주간 골프 클럽을 잡지도 못 한다”면서 “ 부상으로 기권한 뒤 곧바로 연습에 들어간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비꼬았다.
또한 그녀는 “부상 여부를 떠나 미셸이 이런 식으로 갑작스럽게 기권하는 것은 주최측이나 초청해준 스폰서에 대한 존경심이나 책임감이 없는 행위”라며 일침을 가했다.
미셸 위는 공식 인터뷰를 통해 “기권 이유는 분명히 왼쪽 손목 통증 때문이었다”며 고의 기권에 대한 의혹을 일축했다. 이어 “사실 그보다 더 일찍 10번 홀에서 기권했어야 했다”면서 “기권한 이유는 이번 주 맥도날드 대회를 꼭 나오고 싶었기 때문에 손목 보호 차원에서 그랬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후 에도 이 비난은 끊이지 않았다.
그녀는 이번 대회에서 만큼은 신지애, 크리스티 커, 폴라 크리머 등 강자들과 접전을 벌이면서도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코스 공략이 한결 성숙했고 쇼트게임도 정교했다.
우승 트로피 들고, 눈물 흘려
늘 약점으로 지적된 퍼트는 미국프로골프(PGA) 메이저 2승을 거둔 데이브 스톡턴(미국)의 레슨을 받아 공의 위치를 예전보다 조금 오른발 쪽에 두고 스탠스를 조금 열어 정확도를 높였다. 올 시즌 레귤러 온을 했을 때 퍼트 수는 1.76타로 5위에 오를 만큼 향상된 미셸 위는 이번 대회에서 2m 안팎의 까다로운 퍼트를 좀처럼 놓치지 않았다.
그 결과 당당히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대한민국의 골프자존심과 명가 이미지를 또 한번 구축한 셈.
그녀 역시 “첫 우승으로 자신감을 회복하게 됐다. 나를 짓누르던 저주에서 벗어난 것 같다”고 감회를 밝혔다.
자국민들도 그녀의 우승 소식에 기쁨을 함께 나눴다.
팬임을 자청한 김정호(28)씨는 “과거 불미스러운 일들로 인해 힘든 나날을 보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 우승으로 그 모든 역경을 이겨냈다 생각되어 박수를 보낸다. 앞으로도 더욱 성장한 모습으로 골프계를 석권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sun.co.kr
이범희 기자 skycros@daly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