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정치’의 전술적 의미
‘이재오 정치’의 전술적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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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04-07 14:25
  • 승인 2009.04.07 14:25
  • 호수 780
  • 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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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전 의원이 미국 유랑 생활을 접고 3월말 조기 귀국 할 것이란 전망은 벌써 수개월 전부터 나왔다. 측근들도 애써 부인하지 않았던 터다. 오히려 4월 이전에 귀국 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함으로써 언론의 권력 재편기사를 유도하는 측면이 있었다.

누가 생각해도 이재오 전 의원이 귀국하는 날 김포공항이 퍽 시끄러울 것으로 봤다. 정권 실세 중의 실세가 돌아오는 만큼 측근 인사들이 구름같이 모일 것은 물론, 입국 명분을 위한 지지자들 동원도 누군가가 하리라고 짐작했다. 그런데 이 전 의원은 너무나 조용하게 자택으로 돌아왔다. 의외였다. 이렇게 쉽게 ‘공항정치’를 포기한데는 반드시 보이지 않는 손의 작용이 있었음직 하다.

아니면 정적들의 각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이재오의 정치력일수 있다. 만 10개월 만에 자신의 사랑방에 앉은 그는 슬그머니 안착한 자신의 입국모습에 대해 기자들에게 “정치를 하면서 보니까 유력 인사들이 외국에 나갔다 공항에 들어올 때 사람들을 동원하는 등 많은 허비를 하더라”고 했다. 그래서 “공항정치의 구태를 깨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미국 간 이 전 의원이 언제 어떻게 귀국 하느냐는 세인의 관심거리였음에 틀림없다. 이에 관해서 그는 여러 차례 ‘조용한 귀국’을 측근을 통해 언급하고 언론에 흘린바 있다. 그가 이 같은 ‘귀국전술’을 쓰게 된 것은 자신의 귀국을 우선 청와대가 탐탁찮아 하는 기류가 감지될뿐더러 ‘친박계’의 거부감이 조금도 덜 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친이계’ 일부마저 조기귀국을 불편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얼마 전 정동영 전 장관이 귀국하면서 한껏 세 과시를 해서 2천명 가까운 환영객들로 떠들썩했던 것과 차별화 된 귀국모습이 꼭 필요했던 상황이다. 가급적 정치적 의미를 탈색시키고 소박한 이재오 이미지를 기획한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그래도 이재오의 귀국이 현 정권 내 권력 구도를 흔들어 놓을 것이 자명하다.

대통령 친형 이상득의원이 장악해 있는 권력 구도가 이 전 의원의 등장으로 다원적 권력 분할을 이룰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이재오계 아닌 누구도 그의 조기 귀국을 껄꺼러워 했을 판이다. 이 전 의원이 만약 세를 과시한 공항정치라도 벌였다면 모르긴 해도 얼마 안 가 다시 출국해야 하는 상황이 마련 될 수 있었을 것이다.

마침 국내 경제수지 최악의 명분이 있었다. 즉 죄지은 사람이 도망갔다가 살그머니 들어온 이미지 대신에 “경제가 어려운데 행여 공항에 많은 사람들이 마중 나와 국민께 불편을 드릴까봐 염려했다”는 소박한 이미지가 가능했다. 그는 또 귀국 후의 첫 행보를 고향 선산이 있는 경북 영양으로 택했다.

이는 부모님 묘소 참배로 ‘효자 이미지’를 부각 시켰다. 뿐만 아니라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첫 방문지로 삼지 않음으로써 국민적 반감을 최소화 하는 효과를 얻었다. 앞으로 그가 형성할 ‘MB 대 반MB’ 전선이 어떻게 펼쳐질지에 따라 MB정권의 남은 4년이 확연하게 변화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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