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남자’ 이·재·오 의 귀환…대통령취임 1주년 맞춰 2월말 귀국설
‘왕의 남자’ 이·재·오 의 귀환…대통령취임 1주년 맞춰 2월말 귀국설
  • 홍준철 기자
  • 입력 2009-01-15 09:25
  • 승인 2009.01.15 09:25
  • 호수 768
  • 6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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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기축년 맞아 ‘소처럼 앞만보고 간다’
미국에 체류중인 한나라당 친이(親李)계 좌장격인 이재오(왼쪽) 전 의원은 지난해 12월 4일 "비자가 끝나기 전이라도 스스로 판단해서 지금 미국에서 공부하는 것 보다 한국에 들어가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되면 그 때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소처럼 앞만 보고 간다!’

기축년 새해를 맞이해 한나라당 이재오 전 의원(64)의 일성이다. 그동안 이역만리 미국에서 8개월 동안 체류생활이 편치만은 않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일견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지난 겨울 이명박 정권의 탄생 주역으로 정권교체의 기쁨을 함께했던 그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올해 겨울은 사정이 남다르다. 정권 창출의 핵심 인물이자 이명박 대통령과 호형호제했던 그였지만 총선에서 낙마한 이후 자의반 타의반으로 국내를 떠나야 했기 때문이다. 누가 나가라고 하지 않았지만 떠날 수밖에 없었던 권력 2인자였다. 그런 그가 귀국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동안 언론을 통해 ‘이재오 조기 귀국설’은 끊임없이 제기됐다. 계속적인 언론 보도 때문인지 이 전 의원의 귀국 파장이 언뜻 크지 않아보인다. 그러나 이 전 의원이 한국 땅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 정가는 요동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전 의원은 자신의 팬클럽인 ‘재오 사랑’을 통해 신년사를 보냈다. 그러나 단순 신년사가 아닌 자신의 국내 복귀가 금명간 이뤄질 것이라는 것이 핵심이었다. 이 전 의원은 2009년 1월1일 신년사를 통해 “저는 올 겨울 미국-남미-아프리카-유럽-중국-몽골-러시아-인도-동남아를 돌아 한국으로 간다”고 선언했다. 또 그는 “이역만리 미국에 와서 편하지 못했다”며 “새해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 여러분 곁으로 갈 준비를 하겠다”고 솔직한 심경도 밝혔다.

그는 자신의 ‘귀국’관련 당내 찬반이 분분한 현실에 대해 고민의 일단락을 엿보이면서도 귀국은 기정사실화했다. 이 전 의원은 “새해는 소의 해로 소처럼 앞만보고 가겠다”며 “소가 밭을 가는 데 좌고우면하면 밭이 잘 갈릴 수 없다”고 결심이 변하지 않을 것임을 간접적으로 전했다.


귀국 시점, 청와대.개각 마무리 된 유력

이 전 의원의 귀국 결심이 선 이상 정치권은 귀국 시점과 역할론에 관심이 집중됐다. 당내 다수의 인사들은 설 전후로 이뤄질 개각이 마무리되고 2월 25일 대통령 취임 1주년에 맞춰 귀국할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청와대 개편과 개각 등 정국이 어수선한 가운데 이 전 의원의 1월 귀국은 자칫 당내 계파 갈등에 파워게임까지 겹쳐 후폭풍이 거셀 공산이 높다는 이유다. 청와대 개편과 조각을 앞두고 친이 강경파 의원들은 친정 체제 강화방향으로 인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원로파 등 온건파는 친박 인사들을 포함해 구정권 인사들까지 아우르는 탕평인사를 주장해 갈등을 빚고 있다.

이 전 의원이 어떤 스탠스를 취하건 인사 폭과 낙점이후 지난 공천 파동때 처럼 친박이나 친이계중 반이재오 인사들로부터 배후로 지목될 공산이 높다. 또한 이 전 의원 역시 국내 귀국에 연착륙을 원하고 있어 개각이 마무리되는 2월말을 귀국 시점으로 잡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관건은 이 전 의원의 향후 역할 부분이다. 이 전 의원관련 교육부 장관, 통일부 장관 등 입각설이 초반에 나왔지만 인사청문회와 여야 국회의원들로부터 질책을 받는 자리로 정치적 위상과 성향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역할은 4월 재보선 출마설이다. 이 전 의원과 경쟁했던 문국현 창조한국당 원내대표가 선거법 위반으로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기 때문이다. 대법원의 판결이 3월 이전에 나올 경우 이 전 의원의 출마할 수 있다는 것이다.


4대강 정비 사업 주도적인 역할론 확산

하지만 이 또한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우선 지역구 민심이 이재오 전 의원의 출마에 긍정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출마 명분 역시 ‘힘 있는 집권여당 실세 후보’가 경제 위기속에 지역구민들에게 얼마나 설득력을 줄지도 관건이다.

또한 진보신당 심상정 대표가 출마할 경우 변수도 존재한다. 한창 분위기가 좋았던 지난 총선에서 문 대표에게 패한 이 전 의원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은평을에 후보는 안 내거나 약한 후보를 내고 민주노동당-진보신당-친박연대가 반 이재오 전선을 형성할 경우 당선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말도 흘러나오고 있다. 차라리 이 전 의원측에서는 4월 재보선보다 10월 재보선 출마를 기대하는 배경이다.

‘이재오 역할론’관련 또 다른 관측은 올해초 출범할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 내정설이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확정한 ‘녹색뉴딜 사업 추진방안’을 발표하고 뉴딜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를 발족하는 한편 ‘녹색성장기본법’ 제정을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녹색 성장위의 핵심 사업중 하나가 ‘4대강 살리기 및 주변 정비사업’이다. 이 전 의원은 이미 ‘대운하 전도사’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 인수위 시절에도 이 전 의원은 ‘한반도대운하데스크포스 상임 고문’을 맡아 대운하 추진에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 이로 인해 이 전 의원 주변에서는 ‘녹색성장위 위원장’ 내정설이 비정치적이고 권력 투쟁의 장이 아니라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4대강 정비사업’에 속도전을 강조하는 이 대통령의 의중도 잘 알고 있다는 점에서 적격자인 셈이다.

그러나 이 전 의원이 귀국 시점과 역할론에는 변수가 존재한다. 바로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과 영원한 맞수인 박근혜 전 대표와 관계 설정이다.

대통령의 친형이자 당내 원로파의 수장인 이 의원의 경우 대통령 뒤에서 막후 정치를 해왔다. 청와대 인사뿐만아니라 정부 요직 인사에 ‘萬事兄通’(모든 일은 형님을 통해라)는 우스개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평소 상왕 정치를 통해 권력의 막후 정치를 해왔지만 이 전 의원이 귀국은 독점적 권력이 분산될 공산이 높다.

물론 친이 진영에서는 ‘이 전 의원의 귀국은 사전에 이 의원과 교감된 사안’이라고 지난 공천 파동처럼 정면대결은 없을 것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의원을 둘러싼 온건파와 이재오-정두언 라인의 강경파 사이에 근본적인 앙금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게 또 다른 정설이다.

특히 그 한가운데 있는 사람이 바로 박근혜 전 대표다. 이 전 의원은 지난 2004년 전당대회를 앞두고 박 전 대표를 ‘독재자의 딸’이라고 직격탄을 날린 이후 둘 사이는 ‘건널 수없는 강’이 돼버렸다. 지금은 다소 소원해진 박근혜의 남자 김무성 의원조차 한 월간지와 인터뷰에서 ‘이재오가 귀국하면 전쟁이 일어난다’고 할 정도로 현재 진행형이다.

이 전 의원의 신년 귀국발언이후 박 전 대표 역시 6개월간 긴 침묵을 깨고 이명박 정부와 집권 여당에 대해 쓴소리를 내뱉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5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해 “한나라당이 국가 발전과 국민을 위한다고 내놓은 법안들이 지금 국민들에게 오히려 실망과 고통을 안겨주고 있어 굉장히 안타깝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근혜 ‘침묵 모드’에서 ‘전투 모드’ 이재오 탓

외형상 집권 여당의 무책임론을 질타하는 것이지만 이명박 정부를 향한 쓴소리인 셈이다. 또한 장기간 ‘침묵 모드’를 깨고 ‘전투 모드’로 다시 박 전 대표가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전 의원의 귀국에 있어 박 전 대표의 ‘전투모드’는 걸림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당장 친이재오맨인 공성진 최고위원은 7일 불교방송 ‘김재원의 아침방송’에 출연해 “박 전 대표가 야당을 도와주고 있다”고 반격을 가하면서 친이, 친박 계파 대립이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친박, 친이 갈등이 심화될수록 힘이 붙는 쪽은 이상득 의원의 원로파 진영이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힘을 합쳐야 할 때 당 분열이 웬말이냐’는 식으로 몰아칠 공산이 높기 때문이다. 이는 곧 이 전 의원의 조기 귀국을 늦출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높다. 이 전 의원 역시 ‘투사형’에서 ‘화합형’으로 이미지 변신을 요구받고 있는 상황에서 친이 친박 갈등의 원인으로 자신이 지목받을 경우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박 전 대표의 반감이 당에서 청와대로 다시 이재오 전 의원으로 넘어갈 경우 이 대통령은 ‘박근혜냐 이재오냐’ 사이에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부담감을 떠안아야 하는 셈이다.

국어 교사 출신인 이 전 의원은 민중당 소속의 재야 출신이다. 그래서인지 골프도 못치고 술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의 프로필을 보면 한나라당 의원이지만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를 애창곡으로 당당하게 적어놨다.


민중당 출신 ‘솔아솔아푸르른 솔아’ 애창곡

그런 그가 한나라당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14대 총선에서 민중당이 국회의원을 한명도 내지 못하면서 사라진 이후다. 그는 YS 부름을 받아 15대 총선에서 서울 지역 최대 득표율로 당선한 이후 내리 3선을 했다. 이 전 의원이 이 대통령과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은 16대 총선 이후다. 그는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을 때 선대본부장을 지냈다. 이런 인연을 기반으로 대선 경선의 전초전이었던 당 대표 경선에 출마했지만 박 전 대표에게 석패했다. 이때부터 친이 친박 갈등이 시작돼 정권이 바뀐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 전 의원의 귀국은 단순히 개인적인 문제가 아닌 고도의 정치적 방정식이다. 박 전 대표와 계파 갈등에 대통령의 친형인 이 의원과 파워 게임까지 겹쳐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 또한 이 전 의원의 귀국에 맞춰 어떠한 역할을 부여할지 고민스러운 이유이기도 하다.



#이재오 전 의원 주요 프로필

▶ 출생 : 1945/01/11 (음력)
▶ 출생지 : 경북 영양
▶ 학 력 : 영양고등학교-중앙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 한일 국교정상화 회담 반대·투옥(6·3사태)
▶ 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 민족통일위원장
▶ 자주민주통일국민회의 사무국 국장
▶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조국통일위원장
▶ 민중당 사무총장
▶ 민중당 은평을지구당 위원장
▶ 제15대 국회의원(서울 은평을, 신한국당·한나라당)
▶ 한나라당 원내부총무
▶ 한나라당 교육위원회 위원장
▶ 제16대 국회의원(서울 은평을, 한나라당)
▶ 한나라당 원내총무
▶ 서울시장인수위원회 위원장
▶ (현) 6ㆍ3동지회 회장
▶ 한나라당 사무총장
▶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
▶ 제17대 국회의원(서울 은평을, 한나라당)
▶ 한나라당 원내대표
▶ 한나라당 최고위원
▶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한반도대운하데스크포스 상임고문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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