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추리소설] 이상우 작가의 신의 불꽃1
[연재-추리소설] 이상우 작가의 신의 불꽃1
  • 온라인뉴스팀
  • 입력 2020-02-14 18:50
  • 승인 2020.02.14 19:03
  • 호수 1346
  • 20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요즘 세상의 화두는 지구 온난화다. 시간이 갈수록 더워져가는 혹성, 지구는 마침내 종말의 길을 걷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두려운 미래를 피하는 길은 오직 하나, CO2를 발생시키지 않는 것이다. 그 방법은 친 자연 에너지 개발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는 CO2가 제로인 원자력 발전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그린 성장을 목표로 삼고 있다. 세계는 원자력 발전 경쟁시대에 돌입했다. 그러나 원자력은 인류를 멸망시킬지 모르는 방사선의 위험, 핵무기의 제조 등 엄청난 위협도 함께 가지고 있다.
 
양면의 얼굴을 가진 핵, 이제 국가뿐 아니라 야심찬 글로벌 대기업의 생사를 건 개발과 판매 전쟁이 한창이다. 한반도는 비핵화 선언을 했지만 지금은 핵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이 소설은 사실적인 사건을 바탕으로 픽션을 가미했다. 소설에 인용된 사건이나 회사명, 정부의 조직 등은 현실감을 주기 위해 상당 부분 실명을 사용했음을 밝힌다.
 
해당 기관과 회사의 양해를 바란다.특히 김형욱에 관한 부분은 미확인 상태로, 지금까지 알려진 스토리에 소설적 허구를 가미했음도 밝혀둔다.
 
프롤로그

“우리도 핵 주권을 찾아야 합니다.”
예비역 중장 출신 김운동 위원이 비장한 얼굴로 말했다. 현역 때도 다혈질이었다. 한미연합사에 있을 때 미군 장교들과 충돌이 잦기로 소문난 장군이었다.
북한이 2차 핵실험을 한 뒤 2시간 만에 소집된 대통령 주재 국가안전보장비상회의. 모두 긴장된 얼굴이었다.

국가정보원장과 국방장관,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이 북한 지하 핵실험에 관한 브리핑을 마치자 김운동 위원이 볼멘소리를 터트렸다.
“우리나라가 과거 NTP(핵확산금지조약)에 성급하게 서명만 하지 않았더라도 오늘날 입지가 사뭇 달랐을 겁니다. 지금이라도 평화적 이용을 목적으로 하는 핵 주권을 가져야 합니다. 핵 농축, 재처리 이 두 가지는 반드시 확보해야 합니다.”

농축과 재처리는 핵 발전을 하거나 핵무기를 만들 때 꼭 거쳐야 할 단계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미국의 원자력 발전 기술을 도입할 때 이 두 분야는 기술 보유를 하지 않는다는 계약을 체결했었다.
원자력 에너지, 즉 핵의 사이클은 천연 우라늄 채광으로부터 시작된다. 채광된 우라늄은 불순물을 제거하는 정련 과정을 거쳐 농축 과정에 들어간다. 이 농축 과정에서 원자력 발전에 쓰이는 핵연료와 핵무기를 만드는 재료로 운명이 갈린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핵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우라늄만 수입할 수 있다. 이 원료를 원자로에 넣고 핵분열을 일으켜 그 에너지로 터빈을 돌려서 발전을 하게 된다.
원자로에서 다 타고난 우라늄의 재를 폐연료봉이라고 한다. 폐연료봉은 또 한 번 핵무기의 재료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우라늄 함유량을 95퍼센트 이상으로 농축시키는 재처리를 하면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한미 조약상 재처리 기회를 봉쇄당해 그냥 보관만 할 수 있을 뿐이다. 게다가 보관하는 경비도 만만치 않다.

“농축이나 재처리 기술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더구나 미국이 우리나라에 핵우산을 제공하고 있지 않습니까. 또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감시를 벗어날 수도 없고요. 앞으로 있을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한국에 핵우산을 제공한다는 것을 명문화시키는 것이 실리를 찾는 길입니다.”
비둘기파에 속하는 통일부 장관이 강경론을 반박했다.

“독자적인 핵개발을 과거 정권에서도 시도했지만, 모두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지금이라고 해서 쉬운 건 아닙니다.”
같은 비둘기파인 외교통상부 장관이 온건론을 거들었다.
“우리는 1970년대에 이미 NTP에서 비핵국가를 자처했습니다. 이제 와서 핵무장을 시도한다면 국제 사회에서 입지가 어렵게 됩니다.”
“우리는 통일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통일된 한국이 핵무장을 한다면 주변국이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지요. NTP에서 보장 받은 핵의 평화적 이용권마저 위태로워질 수 있습니다.”

외교통상부 장관의 주장에 통일부 장관이 동조했다.
“우리나라는 원자력 발전소 20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세계 6위의 원자력 에너지 강국이란 말입니다. 1년에 재처리할 수 있는 폐연료봉만 해도 7백 톤이 넘습니다. 이제 재처리 권한을 미국으로부터 찾아와야 합니다. 꼭 핵폭탄을 만들자는 게 아닙니다. 핵 농축과 재처리, 이 두 가지 기술을 보유해야 한다는 겁니다. 언제까지 미국이나 IAEA에 묶어둘 겁니까?”

김운동 위원은 물러서지 않고 강력하게 다시 주장했다.
“맞습니다. 핵 주권은 꼭 찾아야 합니다.”
매파에 속하는 공 박사도 나섰다. 공 박사는 국가안보회의 전문위원이자 핵물리학자였다.

“2012년 한미협정 개정 때 반드시 반영시켜야 합니다. 지금 세계는 원자력 발전 르네상스를 맞고 있습니다. 세계 시장 규모가 수백조 원에 이릅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원자력 발전소 건설 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원전 수출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합니다.”
“그러니까 핵 농축과 재처리 기술을 필히 보유해야 한다, 이 말입니다.”
김운동 위원이 다시 한 번 목에 힘을 주었다.

“핵 농축과 폐연료봉 재처리를 할 수 있다면 폐기물 처리 등의 문제가 해결되어 경제적 가치가 높은 건 사실이지요. 그러나 진행 과정에서 핵무기와 관련이 없다는 것을 증명해야 합니다.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외교통상부 장관이 조금 물러선 태도로 말했다.

“물론 대외적으로는 핵무기와 관련이 없다는 걸 강조해야 합니다. 우리가 핵폭탄을 만든다는 것은 북한의 망상을 깨는 일이고 국방비를 가장 절약하는 길입니다. 우방을 믿고 손 놓고 있어서만은 안 됩니다. 우리나라는 우리가 지켜야 합니다.”

국방부 장관도 은근히 매파를 편들었다.
“정치권에서도 여야 할 것 없이 자위용 핵무기를 개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그 기세를 몰아 김운동 위원이 다시 침을 튀기며 열변을 토했다.
“미국을 너무 자극하면 불리해집니다.”

외교통상부 장관이 김운동 위원을 건너다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래도 최소한 일본 정도의 핵 주권은 가져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일본이 우리보다 훨씬 폭 넓은 자율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 다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우리가 핵을 가지면 중국이나 러시아도 북한을 견제하는 정책을 쓰게 될 것입니다.”

“문제는 미국입니다. 우리가 딴 생각을 품지 않을까 항상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국정원장이 나직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실은, 기밀 정보가 들어와 확인중입니다. 미국 정보기관들이 한국에서 독자적인 핵무기 개발 움직임이 있는지 사찰하기 위해 비밀요원을 침투시켰다고 합니다.”
“정말입니까?”

김운동 위원이 가장 놀라는 표정이었다.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지요.”
듣고만 있던 대통령이 입을 떼었다. 미국의 사찰을 지칭하는 것인지, 독자적 핵무기 개발 움직임을 가리키는 말인지 모호했다.
“우리가 독자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한다는 오해를 티끌만치라도 받으면 안됩니다. 외국 정보원이 사찰 활동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확인해서 다시 보고하십시오. 원자력 발전소와 관련 연구소를 잘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대통령이 굳은 표정으로 일행을 돌아보며 다시 말했다.
“이 문제는 확인될 때까지 국무회의에 상정하지 않겠습니다. 모두 기밀을 엄수하십시오.”

<다음호에 계속>
 
[작가소개]

이상우는 추리소설과 역사 소설을 40여 년간 써 온 작가다. 40여 년간 일간신문 기자, 편집국장, 회장 등 언론인 생활을 하면서 기자의 눈으로 본 세상사를 날카롭고 비판적인 필치로 묘사해 주목을 받았다. 역사와 추리를 접목한 그의 소설은 4백여 편에 이른다. 한국추리문학 대상, 한글발전 공로 문화 포장 등 수상.

주요 작품으로, <악녀 두 번 살다>, <여섯 번째 사고(史庫)> <역사에 없는 나라>, <세종대왕 이도 전3권> <정조대왕 이산>, <해동 육룡이 나르샤>, <지구 남쪽에서 시작된 호기심> 등이 있다.

 

온라인뉴스팀 ilyo@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