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인수 올인 ‘글로벌 한화’ 도약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독특한 리더십이 재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김승연 회장은 매사에 ‘의리’를 내세우는 인물로 유명하다. 1981년 8월 회장직에 취임할 당시 그룹 경영의 최고 가치로 ‘신의’를 꼽았을 정도다. 김승연 회장이 그룹 총수로 지내온 세월은 올해로 28년째. 부친인 고 김종희 선대회장이 지병으로 갑작스레 별세하면서 29세 나이에 사령탑을 맡았으니 인생의 절반을 회장으로 산 셈이다. 이밖에도 김 회장은 ‘인수합병의 귀재’란 애칭을 갖고 있다. “전망이 어둡다”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1982년 한양화학(현재의 한화석유화학)과 2002년 대한생명 인수를 밀어붙인 것도 바로 김 회장 자신이었다. 현재 이 두 기업은 한화그룹의 ‘실탄’으로 자리 잡았다. 29세라는 약관의 나이에 굴지의 대기업 총수에 오른 김승연 회장의 리더십에 대해 알아봤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두 개의 상반된 별명을 갖고 있다. 가장 잘 알려진 애칭은 ‘다이너마이트 주니어’.
이는 선친인 고 김종희 회장이 ‘다이너마이트 김’으로 불리면서 자연스럽게 이어받은 것도 있지만, 화끈한 그의 불같은 성격과도 잘 어울려 재계에서는 스스럼없이 그를 ‘다이너마이트 주니어’라고 부른다.
김 회장의 또 다른 애칭으로는 ‘의리의 사나이’란 별명이 있다. 실제로 그는 구조조정 과정 속에서도 ‘고용승계’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등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 화제를 낳기도 했다.
지난 1998년 한화에너지를 현대정유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김 회장이 “20~30억원정도 덜 받아도 좋으니 근로자들을 한명도 해고하지 않는 조건으로 신속하게 매각 작업을 추진해 달라”고 제의한 일화는 아직까지 우리들에게 훈훈한 감동을 전해준다.
‘의리의 사나이’ 별명
이 때문에 한화에너지 706명과 한화에너지프라자 456명은 완전 고용 승계가 이뤄졌다. 이후 김 회장은 “문화의 차이로 다시 한화에 복귀하길 원하는 사람은 마지막 한 사람까지 받아주라”는 지침을 내렸다. 한번 ‘내 사람’이라고 믿으면 절대로 ‘팽’하지 않는 김승연 회장의 의리경영이 낳은 결과물이다.
최근 제일화재를 인수·합병한 것도 김승연 회장의 ‘의리’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좋은 예다. 알려진 대로 제일화재 이사회 전 의장인 영혜씨는 김 회장의 친누나다.
김 회장은 1981년 지병으로 타개하신 아버지로부터 “누나를 잘 챙겨주라”는 유언을 들었다. 유언대로 그는 IMF위기 때 제일화재에 자금을 대줬는가 하면, 한화가 신동아화재를 인수한 후에도 한화-제일화재 간 보험계약을 그대로 유지했다.
인수합병의 귀재
신동아화재를 인수할 때 실무자들이 제일화재 인수를 건의했지만 김 회장은 “누나의 회사를 뺏는 것처럼 비쳐질 수 있다”며 인수 후보군에서 제외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화재 인수건과 관련 한화의 한 관계자는 “사실 그룹 전체 규모로 봤을 때 손해보험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기 때문에 누나의 회사가 아니었다면 김 회장이 굳이 제일화재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김 회장의 또 다른 애칭은 ‘인수·합병(M&A)의 귀재’다. 고비마다 과감한 베팅으로 한화의 비약적인 성장을 이끌어 얻어진 별명이다. 이런 의미에서 그는 ‘결단의 CEO’라 불리기도 한다.
그의 결단력은 특히 현재 그룹의 주력 계열사로 자리 잡은 기업들을 M&A할 때 빛을 발했다.
1982년 한양화학(현 한화석유화학)과 2002년 대한생명 인수가 대표적이다. 두 경우 모두 회사 안팎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과감히 결행, 그룹의 획기적인 성장 모멘텀이 됐다.
한양화학은 한국종합화학과 미국의 다우케미컬이 50대50으로 합작 투자한 회사다. 한때 고성장 가도를 달렸지만 2차 오일쇼크로 실적이 크게 악화돼 매각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에 김 회장은 한양화학의 인수를 결정한다. 하지만 경영진이 팔을 걷고 만류했다. 기울어가는 기업을 인수할 이유가 없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김 회장의 생각은 달랐다. ‘석유화학 업계의 업황이 좋아 성장 잠재력이 높다’며 경영진을 설득했다.
김 회장의 판단은 적중했다. 한화석유화학은 빠르게 성장하며 한화그룹의 주축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한화는 경인에너지(현 SK인천정유) 한양유통(현 한화갤러리아) 정아그룹(현 한화리조트) 등을 연이어 인수하며 그룹의 사업 다각화를 본격화했다. 한화석유화학에서 벌어들인 돈이 든든한 ‘실탄’이 됐음은 물론이다.
2002년 대한생명 인수도 김 회장의 결단으로 이뤄졌다. 김 회장이 자력으로 회생이 불가능할 정도로 심각한 부실기업을 인수하려 하자 이번에도 반대 여론이 빗발쳤다. 매각 대금이 엄청난 데다 회생 가능성이 불투명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김 회장은 오히려 인수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 늦어지면 대한생명의 최대 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인재들이 다 빠져나가고 그야말로 껍데기만 남을 것이라는 이유였다.
결과적으로 이번에도 김 회장이 옳았다. 대한생명은 3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그간의 부실을 털어내고 국내 2위의 생명보험사로 자리매김했다.
이익 측면에서도 그룹에 기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그룹 전체매출 27조원 중 금융부문의 비중이 15조원 차지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에 올인
그런 김승연 회장이 이번엔 대우조선해양 사냥에 나섰다.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 2017년까지 글로벌 한화로 재도약하겠다는 포부다.
이를 위해 한화는 대우조선해양을 계열사 성장에 ‘이용’하기보다 그룹의 역량을 총집결해 핵심계열사로 ‘육성’한다는 전략을 수립해놓았다.
△한화 글로벌 네트워크와 김승연 회장이 다져온 중동, 독일 등 발주국가와의 인적네트워크를 활용한 선박수주 증대 △대한생명 한화증권 등 그룹 내
금융부문을 활용한 선박금융 활성화 △캐나다 오일샌드 개발 사업 등 해외자원개발 경험을 기반으로 한 해외에너지개발 사업 확대 △50년간 지속해온 방위사업 경험을 살린 대우조선해양의 방위사업 안정화 등 한화의 기존사업을 활용하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한화는 이를 통해 우선 현재 8조2000억원 수준인 대우조선해양의 매출액을 2012년 그룹 전체 매출 목표인 60조원 중 33%인 20조원으로 확대하고,
2017년까지 그룹 매출 목표 100조원중 35%인 35조원의 주력사로 성장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대우조선해양의 사업구조 변화를 시도해 조선부문의 비중을 줄이고, 해양플랜트, 자원·도시 개발, 환경 등의 사업부문을 전체의 50%까지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이처럼 적극적인 육성전략을 통해 대우조선해양을 2017년 세계 제일의 조선해양기업으로 육성, 자원개발·해양도시개발·해양환경의 세계적 사업자로 키운다는 게 한화의 목표다.
이를 위한 구체적 육성전략으로는 △적극적인 시설 투자 및 신규사업 진출 △그룹 금융 부문을 통한 리스크 관리 강화 △한화의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한 수주역량 강화 △그룹 차원의 투자와 시너지를 통한 자원개발 강화 △방위 사업 경험을 통한 선진 방산 역량 강화 등을 제시했다.
#한화그룹 홍보팀이 본 김승연 회장의 24시
대우조선 인수 TF팀 진두지휘
- 회장의 요즘 근황은.
▲ 올해 최대 경영현안인 대우조선해양 인수 추진 지시에 눈코 뜰 새가 없으시다. 최근엔 김 회장이 직접 태스크포스(TF)팀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 봉사활동을 하면서 깨달은 점이 있다면.
▲ 봉사활동을 하시면서 종종 ‘우리 사회에 버림받고 생활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더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면서 ‘사회봉사 명령기간이 끝난 뒤에도 그룹 봉사단 등을 통한 사회봉사활동에 나서야겠다’고 말했다.
- 어린이날 또 다시 꽃동네를 찾았다던데.
▲ 지속적으로 봉사활동을 하겠다는 스스로의 약속을 지킨 것이다. 특히 어린이날이 되자 지난번 봉사 때 함께 했던 아이들이 보고 싶어져 같은 곳으로 간 것으로 알고 있다.
-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따른 효과는.
▲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과의 직접적인 거래에서 오는 시너지가 아닌 대우조선 자체의 사업을 보완할 수 있는 역량들을 폭넓게 보유하고 있다.
우선 대한생명과 한화증권 등 그룹 금융부문을 통한 리스크 관리가 가능하다.
또 캐나다오일샌드 개발사업 등 해외자원개발 경험을 기반으로 한 해외에너지개발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한화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김승연 회장이 다져온 중동, 독일 등 발주국가와의 인적네트워크를 활용한 선박수주 증대도 빼놓을 수 없는 이점이다.
특히 50년간 지속해온 방위사업 경험을 살린 대우조선해양의 방위사업 안정화 등 한화의 기존사업을 활용하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지영 기자 pjy0925@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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