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년 만에 면죄부
700년 만에 면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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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8-06-26 13:30
  • 승인 2008.06.26 13:30
  • 호수 739
  • 4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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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시인 단테 ‘주홍글씨’ 지워
이탈리아가 낳은 세계적 시인 단테가 700여년 만에 ‘범죄자’ 꼬리표를 뗐다. 고향 피렌체에서 ‘계관시인(桂冠詩人)’으로 인정받게 된 것. 이는 그의 생전 소원이기도 했다.

피렌체 시 의회는 단테에 선고했던 영구유형(流刑·일종의 추방·귀양형)을 철회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지난 17일 보도했다.

시 의회는 최근 단테에 대한 기존 판결을 무효화하는 찬반 투표를 벌여 24명 중 19명이 찬성하자 이같이 결정했다.

단테는 1302년 1월 독직죄(직권을 남용한 죄)로 고소당해 5000플로린(서민 연수입의 30여배)의 벌금형과 2년간 유형을 받았고, 2개월 뒤에는 아예 영구유형을 선고받았다. 만약 시 정부에 체포되면 화형에 처한다는 단서도 붙었다.

당시 피렌체는 교황과 결탁한 네리파(흑파)와 피렌체 독립을 수호한 비앙카파(백파)간 갈등으로 내홍을 겪었다. 단테는 백파의 일원으로 교황의 간섭에서 벗어나 독립을 지키려 했으나 흑파가 교황 보니파티우스 8세와 결탁해 정권을 잡으면서 피렌체에서 추방당했다.

단테를 명예시인으로 추대하는 작업도 추진 중이다. 레오나르도 도메니치 시장은 단테에게 피렌체를 빛낸 공로로 시 최고 명예시인상을 수여할 예정이다.

영원불멸의 대작으로 꼽히는 ‘신곡’은 단테가 유랑하면서 쓴 작품. 지옥·연옥·천국 3편으로 짜여진 걸작을 남기고 1321년 라벤나에서 생을 마감했다. 천국편에서 단테는 피렌체 시민이 자신을 계관시인으로 맞이해줄 것을 소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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