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국회의장 내정자 김·형·오 의원
신임 국회의장 내정자 김·형·오 의원
  • 홍준철 기자
  • 입력 2008-06-12 11:20
  • 승인 2008.06.12 11:20
  • 호수 737
  • 6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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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의사당 등불 밝혀 광화문 촛불 꺼야”
지난 2일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김형오 의원(오른쪽 두번째)과 부의장 후보인 이윤성 의원(맨 오른쪽)이 손을 들어 답례하고 있다.

18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한나라당 김형오(61.부산 영도) 의원이 선출됐다. 김 후보는 안상수(경기 의왕.과천) 후보자를 압도적인 표차로 누르면서 사실상 국회의장에 내정됐다. 김 내정자는 당선 소감에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인터넷의 촛불이 더 이상 번지지 않고 국회에서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낮은 지지율에 국회 개원 시기마저 불투명한 상황으로 김 내정자의 어깨가 무거워 보이는 게 사실이다. 특히 조용한 타협과 조율의 달인으로 평가받는 김 내정자가 정치권의 협상의 달인으로 인정받을 지 관심이 주목된다.

‘수적천석(水滴穿石)’. ‘작은 물방울이라도 끊임없이 떨어지면 결국엔 돌에 구멍을 뚫는다’는 말이다. 김형오 국회의장 내정자가 향후 의장직을 수행하는 데 근간이 되는 자세다. 작은 노력이라도 끊임없이 계속하면 큰일을 이룰 수 있다는 의미로 ‘낙숫물이 댓돌 뚫는다’와 다름없다.

이와관련 김 내정자를 17년간 모신 고성학 보좌관은 “원내 대표 시절 사학법을 여야 합의로 이끌어 온 점이나 노무현 대통령 개헌 주장을 백지화하는데 김 의원님이 앞장섰다”며 “난공불락같은 상황에서도 수적천수와 같은 마음가짐으로 헤쳐 갔다”고 평했다.


국회 ‘사고의 발상’ 필요하다

부드러운 원칙주의자로 알려진 김 내정자는 국회의장 출사표에서도 이런 점을 강조했다.

김 내정자는 “나라가 대단히 혼란스럽다. 촛불 집회가 꺼질 줄 모르고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원내대표단과 지도부와 힘을 합쳐 정상화 시키는데 노력을 다하겠다”고 피력했다.

또한 김 내정자는 “광화문 촛불을 꺼지게 하는 것은 여의도 의사당 등불을 밝히는 길 밖에 없다”며 국회 개원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당선 소감을 말하는 자리에서도 김 내정자는 “국민만큼 위대하고 국민만큼 현명한 판단은 없다”며 “인터넷 촛불이 더 이상 번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의장직은 영예로운 자리다. 입법부 수장으로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과 3권 분립 상 대등한 위치다. 차량과 공관이 제공되며 경호와 의전도 최고 수준이다. 4년 임기의 국회는 전반기와 후반기로 나눠 2명의 국회의장을 배출한다. 16대 국회에선 이만섭, 박관용 전 의장이 17대 국회에선 김원기, 임채정 전 의장이 그 영예를 누렸다.

하지만 지금 국회의장은 영예보다 부담이 큰 자리다. 꼬일대로 꼬인 정국을 풀자면 여야 정치권의 타협이 절실하다. 여야 간 이견을 조율해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국회의장의 역할은 막중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김 내정자의 의장직 수행 초반은 의지만큼 순탄하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야당인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이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며 장외투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청박사’ 별명 국정원 X파일 제기

당장 쇠고기 재협상을 둘러싼 여야 간 갈등으로 18대 국회 개원식부터 파행을 겪고 있다. 통합민주당 등 야 3당은 쇠고기 재협상을 관철할 때까지 등원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정상적인 개원이 불가능해졌다. 국회법에 따르면 18대 국회 임기 7일째인 날에 첫 회의를 열어야 하지만 야당은 본회의장에 참석하는 대신 국회 본청 앞 계단에 모여 ‘쇠고기 재협상 촉구 및 폭력 진압 규탄대회’를 열었다.

야 3당은 “재협상이 완전히 타결될 때까지 국민과 함께할 것”이라며 국회 등원을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FTA 비준안 처리, 개헌 논의 등 여야가 극렬히 대결할 사안이 산적해 있다. 김 내정자가 당내 국회의장 선출장에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언급한 배경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김 내정자로서는 국회 개원이 급선무다. 18대 국회가 개원돼 국회의장단 선출과정을 거쳐야 본격적인 의장직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집권당 경선에서 승리한 후보가 그대로 국회의장이 되는 게 국회의 관례인 만큼 18대 전반기 국회의장으로 확정됐지만 아직은 국회 현안에 대해 언급하기가 부담스런 모습이다.

김 내정자의 고 보좌관은 “18대 국회는 역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의미가 깊다”며 “국회 개원이 절실하지만 의장이 되지도 않았는데 너무 나서면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있는 만큼 자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내정자는 큰소리치기 보다는 조용한 타협과 조율의 달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자신의 장점으로 다음과 같은 점을 꼽고 있다.

첫째가 전효숙 헌재 소장 임명논란, 사학법 개정 등을 무리없이 해결했다는 점. 둘째 천막 당사 시절 사무총장하며 구조조정 등 궂은일을 다하는 등 당에 헌신한 점. 셋째 당내 선수를 중요시하며 화합형 부드러운 원칙주의자로 상생과 조화를 강조한 점 등 들고 있다.

한편 김 내정자는 ‘수필 쓰는 정치인’으로 유명하다. 김 내정자의 프로필을 보면 ‘14∼18대 국회의원’과 함께 ‘수필가’라는 이색적인 직업이 적혀 있다.

지난 1999년 한 문예지를 통해 지난 <돌담집 파도소리>(문예당)라는 문집을 내기도 한 김 내정자는 “틈날 때마다 컴퓨터를 이용해 수필을 쓴다”며 “수필가는 내가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이력”이라고 밝힐 정도다.

그렇지만 부드러운 이미지 속에 강한 이미지도 숨겨져 있다. 외유내강형 인사다. 김 내정자의 별칭 중에 ‘도청박사’라는 게 있다.

지난 1998년도 한나라당 정보통신위원장직을 수행하면서 국정원의 조직적인 휴대폰 도감청 의혹을 주장하며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김 내정자의 고 보좌관은 “당시 기술적인 증언을 통해 국민들로부터 상당한 공감을 얻었지만 관련 물증이 없어 정치공세로 몰리기도 했다”며 “그러나 국정원 X파일이 터지면서 김 의원님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났다”고 회고했다.


경남 고성 출신, 기자에서 공직 입문

경남 고성 출신인 김 의원은 동아일보 기자로 근무하다 1978년 당시 외무부 산하 외교안보연구원에 들어가면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국무총리 정무비서관,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거쳐 92년 14대 총선에서 당선돼 국회에 처음 입성했다. 이후 18대 총선까지 16년간의 의정 생활을 거치면서 사무총장·원내대표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특히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 속에서 사무총장을 맡아 박근혜 전 대표와 함께 당을 추스르는 데 기여했다. 김 내정자 측에서는 ‘7월 전당대회에 출마했어도 대표 최고위원으로 당선 됐을 것’이라고 말하는 배경이다.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는 선대위 산하 일류국가비전위원장으로 선거공약 작업을 책임졌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는 부위원장을 맡아 이명박 대통령의 신임을 얻어 새정부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 일조했다.

18대 총선에서 5선 고지에 오른 김 의원은 1987년 민주화 이후인 13대 국회 이래로 최연소 국회의장이 될 공산이 높다. 정연한 논리가 돋보인다는 평을 듣고 있으며 외모처럼 온화하고 예의를 중시해 당 안팎에서 두루 친분이 깊다. 덕분에 한나라당 원내대표 시절 처음으로 1년 임기를 다 채웠다.

만60세로 올해 환갑을 맞은 김 내정자는 경남고.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했다. 부인 지인경 여사와 사이에 2녀를 두고 있다.

김 내정자의 좌우명은 대하무성(大河無聲, 큰물은 소리가 없다)으로 그가 지휘할 18대 국회가 좌우명처럼 큰 정치를 펼칠 수 있을 지 정치권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 김형오 국회의장 내정자 프로필

· 1947/11/30
· 경남고등학교 (부산)
· 서울대학교 문리대학 외교학과 (학사)
· 서울대학교 대학원 정치학 (석사 )
· 동아일보 기자
· 외무부 외교안보연구원 연구관
· 대통령비서실 공보과장·정무1과 과장
· 국무총리 정무비서관
· 민주화추진위원회 전문위원
· 대통령비서실 정무비서관
· 민주자유당 영도구지구당 위원장
· 국회 교체·교통위원회 위원
· 제14대 국회의원(부산 영도, 민주자유당·신한국당)
·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
· 민주자유당 부대변인
· (현) (사)동남아네트워크 이사장
· 신한국당 민원위원장
· 제15대 국회의원(부산 영도, 신한국당·한나라당)
· 신한국당 기획조정위원회 위원장
· 국회 통신과학기술위원회 위원
·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위원
· 한나라당 제1사무부총장
· 한나라당 정보통신위원회 위원장
· 국회 정보화정책연구회 책임간사
· 한나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 수필문학가 등단
· 제16대 국회의원(부산 영도,한나라당)
· 국회 실업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
·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위원장
· 한나라당 개혁특위 제2분과 위원장
· 한나라당 디지털한나라당추진기획위원회 위원장
· 한나라당 제17대 총선 선거대책위원회 공동본부장
· 한나라당 사무총장
· 제17대 국회의원(부산 영도,한나라당)
· 제17대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 위원
· 한나라당 외부인사영입위원 위원장
· 한나라당 인재영입위원 위원장
· 한나라당 원내대표
· 한나라당 제17대 대통령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일류국가비전위원장
·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
· (현) 제18대 국회의원 (부산 영도, 한나라당)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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