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위안부 소녀 그림 속으로 들어가다
한 위안부 소녀 그림 속으로 들어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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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8-05-21 09:05
  • 승인 2008.05.21 09:05
  • 호수 734
  • 4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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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작가 배홍진, 고 강덕경 할머니 다룬 다큐멘터리 출간

“강덕경 할머니는 일생을 유령처럼 세상을 떠돌며 살다가 돌아가셨다. 그건 내가 지금까지 타인의 삶을 대필하며 유령처럼 살아온 삶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령(대필)작가 배홍진의 말이다. 몇 년 동안 생계를 위해 남의 글만 대필하다 처음으로 일본군 위안부 故 강덕경 할머니의 그림을 소재로 한 팩션 다큐멘터리 ‘그림 속으로 들어간 소녀’을 펴냈다.

그가 강덕경 할머니의 그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모 출판사 사장이 보내준 위안부 관련 화집을 보고부터다. 화집을 펼치는 순간 한 흑백 영정 사진에서 할머니의 몸속에 숨어 살고 있는 소녀의 모습을 발견하게 됐다. 사진의 주인공은 바로 일본군 위안부 故 강덕경 할머니였다.

그림을 통해 사람들에게 위안부들의 삶을 알렸던 그녀의 삶을 책으로나마 세상에 남겨주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이로 인해 유일한 생계였던 대필을 뒤로하고 지난 해 8월부터 약 6개월 동안 생존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후원시설인 ‘나눔의 집’과 시위장을 전전하며 ‘그림 속으로 들어간 소녀’를 상자하게 됐다.

이를 위해 작가가 사용한 기법은 팩션이다. 역사적 사실이나 실존인물을 작가가 상상력을 동원해 재창조하는 장르를 팩션이라 한다. 그는 독자들과 함께 ‘마츠시로 위안소’, ‘고향’, ‘길 밝히는 호안’ 등 12점의 작품을 통해 강덕경 할머니가 남겨 놓은 그림 속으로의 여행을 시도하고 있다. 그림들 속엔 그녀의 삶의 지도가 고스란히 놓여 있기 때문이다

그는 “악몽 같은 기억을 숨긴 채 유령처럼 살아야 했던 강덕경 할머니와 현대사회의 가혹한 메커니즘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꼭꼭 숨긴 채 기계적으로 살아가야만 하는 우리들의 삶 또한 그다지 다르지 않다”고 역설했다.

한편 그는 오는 8월 무경계 문화펄프 연구소 ‘츄리닝바람’(대표 김경주)과 함께 고 강덕경 할머니를 비롯한 다른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쓸쓸했던 삶을 알리기 위해 연극, 길거리 퍼포먼스 등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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