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일류 자동차 미래 첨단IT 접목에 달렸다

정몽구 정의선 부자의 2대에 걸친 노력이 현대자동차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성공적인 제휴로 이어지면서 화제를 낳고 있다. 정의선 기아자동차 사장이 빌 게이츠와의 인연을 살려 현대차ㆍ마이크로소프트의 IT 제휴의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빌 게이츠는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과도 지난 2000년부터 인연을 쌓아온 사이다. 아버지와 아들이 오랜 인연을 유지해 신사업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모범 사례를 남긴 셈이다.
정 사장은 지난 6일 저녁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현대·기아차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전략적 제휴 계약 체결식에서 “이번 제휴는 현대·기아차가 IT와의 결합을 통해 글로벌 리더로 도약하기 위한 첫 걸음”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했다.
정몽구 정의선 부자와 빌 게이츠의 인연
당초 이날 계약체결 행사에는 빌 게이츠 회장이 직접 참석한다는 점에서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의외로 정 사장이 혼자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 회장은 앞선 청와대 만찬에서 빌 게이츠 회장과 조우를 했기 때문에 협약체결식에는 회사의 또 다른 얼굴인 정 사장이 참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 사장과 빌 게이츠 회장은 얼굴만 아는 정도가 아니라 이미 상당한 친분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사장과 빌 게이츠 회장의 인연은 2006년 초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4년 3월 정 사장은 당시 ‘차세대 리더’ 자격으로 다보스포럼에 처음 참석하면서 ‘글로벌 경영인’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정 사장은 이 자리에서 빌 게이츠 회장과 인사를 나눈 것을 계기로 상당한 친분을 쌓았다. 평소 IT분야에 관심이 많아 이 같은 인연을 발판으로 현대·기아차와 MS간의 이번 전략적 제휴를 막후에서 실질적으로 주도해 왔다는 게 현대차 측의 설명이다.
자동차와 IT의 접목 ‘메커트로닉스’
현대차 관계자는 “2006년 봄부터 약 2년여에 걸쳐 다양한 협력과제와 방안들을 논의해 왔다”고 말했다. 이는 양사의 전략적 제휴가 정 사장과 빌 게이츠 회장이 첫 인연을 맺은 2006년부터 본격화 됐음을 의미한다.
정 사장은 이번 전략적 제휴 체결식에 아버지인 정 회장을 대신한 ‘얼굴마담’으로서가 아니라 제휴를 실질적으로 진두지휘한 최고위 경영진 자격으로 참석한 셈이다.
현대·기아차와 MS가 손을 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정몽구 회장과 빌 게이츠 회장은 8년 전인 2000년 6월 자동차 사업과 정보기술 사업 분야의 협력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정 회장이 6일 저녁 청와대 만찬에서 “빌 게이츠 회장과는 2000년부터 알고 지내는 사이”라며 남다른 친밀감을 나타낸 것도 이때 맺은 인연을 상기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두 회사는 차량 내 무선통신 및 컴퓨터를 활용해 교통과 기상, 여행 등과 관련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이번에 현대·기아차와 MS가 맺은 전략적 제휴도 따지고 보면 이때부터 맺기 시작한 양사의 교류가 밑바탕이 된 것이다.
현대·기아차와 MS간의 기술협력은 정 회장이 ‘IT 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오랜 기간 뼈대를 다져놓은 뒤 아들인 정 사장이 살을 붙여 완성한 부자간의 하모니인 셈이다.
현대·기아차가 전략적 제휴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세계 자동차업체 간의 제휴 분위기 속에서도 ‘독자노선’을 걸어온 현대차가 IT업계와 머리를 맞대고 신시장 개척에 힘을 쏟는 모습이다. 자동차산업이 기계와 전기, 전자산업이 합쳐진 메커트로닉스(mechatronics)의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는 점을 꽤 뚫고 나선 발 빠른 대처다.
MS와는 차세대 차량용 소프트웨어 플랫폼과 이를 활용한 차세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주력 개발 분야다. 이번 협력으로 현대차는 자동차 안에서 운전자가 영화, 음악, 무선인터넷, 내비게이션 등을 하나의 기기에서 마음대로 즐길 수 있는 시스템 개발의 토대를 마련하게 됐다.
현대차는 2002년 IBM 및 LG전자, 2005년에는 국내 이동통신사인 KTF, 2007년에는 차량용 반도체 세계 2위 회사인 독일 인피니언과 차량용 전장(전기가 흐르는 부품 및 장치) 기술 연구개발에 대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이로써 현대차는 ‘MS-차량용 소프트웨어 플랫폼, LG전자-차량 내장형 단말기, 인피니언-차량용 전장기술 개발’ 등 자동차 IT관련 분야에서 큰 틀의 전략적 관계망이 구축됐다. 현대차는 최근 부산국제모터쇼에서 LG전자와 공동 개발한 ‘Car PC’ 시스템을 선보이는 등 가시적 결과물을 내놓고 있다.
이번 MS와의 협력에 대해 현대차와 텔레매틱스 사업을 추진해왔던 LG전자 관계자는 “일반인들이 PC에 MS운영체제(OS)인 윈도를 깔아 놓고 활용하는 것처럼 MS가 자동차 안에 들어갈 PC의 운영체제를 개발해 휴대폰 연결, 인터넷과 e-메일 송수신 등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IT기업 제휴 계속 추진”
현대차는 MS와의 제휴 기술은 북미 수출 자동차에 우선 적용하고 앞으로 글로벌 IT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이현순 현대·기아자동차 연구개발본부 사장은 이날 체결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MS는 소프트웨어, LG전자는 단말기 등 하드웨어 중심으로 구분돼 겹치지는 않는다”면서 “필요한 분야가 있으면 앞으로 다른 IT기업과도 계속 제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마이크로소프트와 제휴를 맺었던 포드, 피아트와는 달리 이번에 공동개발 할 차세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기술내용이 충실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 기술은 북미용 수출차량에 먼저 탑재한 이후에 국내 판매용 차량에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이츠 회장은 향후 차량IT혁신센터 건립, 게임 산업 및 교육 분야 등에 향후 5년간 모두 1억4700만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김종훈 기자 fun@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