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이건희’ 삼성호(號) 새선장 이·수·빈 회장
‘포스트 이건희’ 삼성호(號) 새선장 이·수·빈 회장
  • 박지영 기자
  • 입력 2008-05-09 09:05
  • 승인 2008.05.09 09:05
  • 호수 732
  • 6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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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70주년 ‘초일류 역사’ 새로 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4월 28일 청와대에서 4대 그룹 총수를 비롯한 재계 주요 인사들과의 간담회에 앞서 최근 전격 사퇴한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참석한 이수빈 삼성생명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지난달 22일 오전, 전국의 삼성맨들이 술렁거렸다. 아침부터 사내방송으로 예고된 ‘11시 그룹방송’ 때문이었다. 방송 내용은 ‘그룹 쇄신안’ 관련일 게 뻔했다.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의 사내방송에선 10시 50분이 되자 음악이 흘러나왔다. 직원들은 일손을 멈추고, 회의실에 있던 직원들도 회의를 중단하고 나와 모두들 텔레비전을 주시했다. 국내에서 일하는 18만 삼성직원들이 대부분 그랬다. 방송에서 이건희 회장이 등장하자 모두들 숨을 죽였고, 이 회장이 퇴진을 선언하자 한숨과 안타까움의 탄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쇄신안 발표 뒤 점심시간. 삼성 본관 뒤편 공원에는 어두운 표정을 한 삼성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쇄신안 관련 얘길 나누고 있었다. 그중 단연 화제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퇴진으로 그룹 대외수장을 맡게 된 이수빈(69) 삼성생명 회장에 대한 내용이었다. 삼성그룹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그는 지금까지 ‘회장’ 직함만 유지해왔을뿐, 실은 현업에서 물러난 지 5년도 넘었다고 한다. 때문에 그룹 내부에서조차 ‘이수빈 카드’를 이건희 회장의 퇴진 충격 못지않게 쇼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재계 관계자들은 이수빈 회장의 복귀를 놓고 “과거 재계 오너 2세들이 회장으로 추대되기까지 전문경영인 체제를 통해 과도기적 전환기를 거친 사례들이 떠오른다”고 말한다. 이건희 회장 비서실장 출신인 이수빈 회장의 ‘후견인 역할론’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포스트 이건희’가 걸어온 길을 되짚어 봤다.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삼성을 대외적으로 대표하게 된 이수빈 회장은 삼성그룹 역사의 산증인으로 꼽힌다.

삼성의 전문경영인 가운데 ‘의전서열 1위’인 그는 고 이병철 선대회장 때부터 각별한 신임을 받아왔던 것으로 알려진다.


3대 걸쳐 그룹 핵심역할

1939년 경북 성주에서 태어난 이 회장은 서울 사대부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1965년 삼성그룹 공채 6기로 제일제당에 입사하면서 삼성과 인연을 맺었다. 이건희 회장의 서울 사대부고 4년 선배이기도 하다.

이후 특유의 성실함을 인정받은 그는 1978년 제일모직 사장 자리를 꿰찼다. 입사 13년 만에 이룬 쾌거였다.

또 1985년엔 삼성생명 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삼성생명을 국내 생명보험 업계 1위 기업으로 키워내기도 했다.

당시 그는 뉴욕과 런던, 싱가포르 등에 투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태국에 합작사인 시암삼성을 세워 국내 보험사의 해외영업 시대를 열었다.

이후에도 이 회장은 탁월한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제일합섬 사장 ▲제일제당 사장 ▲삼성항공 사장 ▲삼성생명 사장 ▲삼성그룹 비서실장(부회장) ▲삼성생명 회장 등 삼성 내 요직을 두루 거쳤다.

이병철-이건희 양대에 걸쳐 두터운 신임을 받아온 것이다.

특히 1991년에는 삼성그룹 회장실 10대 비서실장을 맡으며 1987년 그룹 회장에 오른 이건희 회장을 가까이에서 보좌하기도 했다.

그룹 총수로서 외로운 자리에 있는 이건희 회장에게 때로는 선배이자 친구, 경영조언자로서 역할을 해왔던 것이다.

삼성그룹 내부에서는 이건희 회장의 의중을 헤아릴 줄 아는 몇 안 되는 인물로 꼽히고 있다.

그러던 지난 2002년 2월 돌연 이 회장은 “후배 경영진을 키우기 위해 사퇴하겠다”며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한번 믿었던 사람은 끝까지 믿는’ 삼성이 온전히 놓아줄리 만무했다.

삼성은 이 회장의 간곡(?)한 뜻에도 불구 아직까지도 삼성생명 회장직을 맡겨두고 있다.

실제 이 회장은 쇄신안이 발표되기 직전까지 회장 직함만 가지고 있었을 뿐 모든 일선 업무를 이수창 삼성생명 사장에게 일임해 놓은 상태였다.

다만, 그는 그룹 핵심 업무와 다소 거리가 있는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과 삼성라이온스 야구단 구단주 직함만 각각 지난 1997년과 2003년부터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30년간 그룹 내 전문경영인

때문에 삼성 내부에선 우스갯소리로 그를 두고 ‘직업이 사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국내 1위 기업인 삼성에서 30년이란 긴 세월 동안 사장직함을 고스란히 유지한 유일무이한 인물인 까닭이다.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나서기를 싫어하고 온순하며 합리적인 성격의 화합형 리더로 정평이 나있다.

또 재무 전문가답게 숫자에 밝고 치밀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회장은 특히 그룹 내에서 위아래와 의사소통이 잘 되는 인물로 손꼽힌다.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이 ‘재무통’이라면 이 회장은 ‘관리통’으로 통한다.

임직원들에게 정이 많은 이 회장은 요즘도 자신과 같이 근무했던 퇴임 임원들을 꼭 불러 식사를 챙긴다고 한다.


이건희 회장 단골 구원투수

이수빈 회장은 화려한 경력과 별개로 매우 검소하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그의 검소함을 말해주는 일화가 있다. 일명 ‘신발사건’이다.

이 회장이 몇 년 전 계열사 임원의 상가로 문상을 갔는데 식사를 한 뒤 나오다가 신발을 찾는 해프닝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당시 문상객을 맞았던 삼성 계열사의 한 직원은 “회장 신발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초라해 설마 그 신발이 이 회장 신발인 줄 아무도 몰랐다”고 회고했다.

삼성그룹의 ‘구원투수’로 긴급 투입된 이수빈 회장이 이건희 회장의 역할을 대신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 회장은 이건희 회장이 폐암수술 후 정밀진단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던 2006년 1월 삼성그룹 신년하례식 등 공식행사에서 이 회장을 대신해 행사를 주관하는 등 그룹을 대표하는 역할을 종종해 왔다.

올해 초 삼성특검 영향으로 그룹 시무식이 열리지 않았을 때는 사내방송을 통해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신년메시지를 전달했으며, 삼성인상 시상식에서 시상자로 나서기도 했다.

그는 당시 “올해는 그룹 창립 70주년, 신경영 선언 20주년을 맞는 뜻 깊은 해”라며 “슬기롭고 지혜롭게 대처해 샌드위치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자”고 당부하기도 했다.


#한국의 대표 CEO 좌우명

“부지런한 부자는 하늘도 못 막는다”

기업 CEO들은 각자 분야에서 남다른 노력으로 현재의 자리까지 올랐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불안한 미래에 대해 고민하던 사회 초년병 시절이 있다. ‘햇병아리’ 시절에서 간부를 거쳐 경영자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CEO들이 어떤 마음가짐과 행동방식으로 살아왔는지에 대해 알아봤다. 다음은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한국의 주요 CEO들의 좌우명이다.

▲ 조선시대 거상 임상옥 - 재물은 물처럼 평등해야 하고, 사람은 저울처럼 곧아야 한다.

▲ 삼성그룹 이병철 창업주 - 수신제가치국평천하 (자신의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한 사람만이 가정을 다스릴 수 있고, 가정을 다스릴 수 있는 자만이 나라를 다스릴 수 있으며, 나라를 다스릴 수 있는 자만이 천하를 평화롭게 다스릴 수 있다)

▲ 현대그룹 정주영 창업주 -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 SK그룹 최종현 전 회장 - 학습을 통하여 스스로 문제를 해결한다

▲ LG그룹 구인회 창업주 - 한 번 사람을 믿으면 모두 맡겨라

▲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 - 겉치레를 삼가고 실질을 추구 한다

▲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인천 창업주 - 신의, 성실, 근면

▲ 한진그룹 조중훈 창업주 - 모르는 사업에는 손대지 말라

▲ 한화그룹 김종희 창업주 - 스스로 쉬지 않고 노력한다

▲ 대림그룹 이재준 창업주 - 풍년 곡식은 모자라도 흉년 곡식은 남는다

▲ 코오롱그룹 이원만 창업주 - 공명정대하게 살자

▲ 효성그룹 조홍제 창업주 - 덕을 숭상하며 사업을 넓혀라

▲ 벽산그룹 김인득 창업주 - 남과 같이 돼서는 남 이상 될 수 없다

▲ 경방그룹 김용완 전 회장 - 분수를 알고 일을 즐긴다

▲ 교보생명 신용호 창업주 - 맨손가락으로 생나무를 뚫는다

▲ 샘표식품 박규회 창업주 - 옳지 못한 부귀는 뜬구름과 같다

▲ 유한양행 유일한 창업주 - 기업은 사회를 위해 존재한다

▲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 경청

▲ 현대·기아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 - 부지런하면 세상에 어려울 것이 없다

▲ SK그룹 최태원 회장 - 실천이 중요하다

▲ LG그룹 구본무 회장 - 약속은 꼭 지킨다

▲ KT 이용경 전 사장 - 노력한 만큼 거둔다

▲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 지고 이겨라

▲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 살아있는 물고기는 물을 거슬러 헤엄친다

▲ 두산그룹 박용곤 명예회장 - 분수를 지킨다

▲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 - 매순간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자

▲ 동양그룹 현재현 회장 - 병사가 교만하면 싸움에서 반드시 진다

▲ 코오롱그룹 이웅열 회장 -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살자

▲ 태평양그룹 서경배 대표 - 정성을 다하여 노력한다

▲ 미래에셋그룹 박현주 회장 - 독수리는 조는 듯이 앉아 있고 호랑이는 앓는 듯이 걷는다

▲ 웅진그룹 윤석금 회장 - 나를 아는 모든 사람들을 사랑한다

▲ 안철수연구소 안철수 대표 - 남보다 시간을 더 투자할 각오를 한다

▲ 유한킴벌리 문국현 전 대표 - 세 사람이 가면 그 중에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

▲ 아산재단 정몽준 이사장 - 화합은 하지만 부화뇌동하지 않는다

박지영 기자 pjy0925@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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