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잘 날 없는 캠프
바람 잘 날 없는 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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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7-01-25 09:51
  • 승인 2007.01.25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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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유력 대권 주자인 이명박 전서울시장과 박근혜 전대표 진영은 잘 나가는 대권 주자를 모신 탓에 미래에 대한 기대가 크다. 하지만 그만한 대가는 따르는 법. 현재 각각 1·2위를 달리고 있는 잠룡들이라 양자 간 경쟁도 치열하고, 외부에서 날아드는 견제 총알도 따갑고 많다. 이 뿐만이 아니다. 캠프 내부자들 간의 갈등과 견제 때문에 실력 있는 인재가 이를 견디지 못하고 둥지를 떠나는 경우도 있고, ‘어중이 떠중이’들 때문에 캠프 일꾼들이 골머리를 앓기도 한다. 바람 잘 날 없는 두 진영의 내부를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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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캠프
▶운하에 심상찮은 ‘태클’

최대 공약 사안인 한반도대운하 계획에 ‘태클’을 거는 내부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이 전시장 진영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MB가 한반도대운하 공약에서 한발 빼려는 분위기’라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실제로 지난 12월 중순 이후부터 운하에 대한 언급이 별로 없다. 할 만한 얘기를 다 했을 수도 있고, ‘운하’ 없이도 박 전 대표와 ‘더블스코어’를 내고 있다는 자신감일 수도 있다.

하지만 MB 진영 관련 인사들에 따르면, 사정이 간단치는 않은 것 같다. 대운하 공약에 대해 MB에 우호적인 시민단체들이 환경문제 등을 거론하면서 따가운 ‘고언’을 시작했고, 몇 안 되는 측근 의원들까지 나서서 대운하 공약의 수정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 MB 진영의 한 인사는 “공약은 보완 가능한 것이어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지적들을 검토하고 있다”며 “지난 12월에 (측근들로부터의) 문제 지적이 있긴 있었다”고 말했다.


▶‘날파리들’ 때문에 진땀
인기 잠룡 진영에는 각종 정치인들이 들끓게 마련. 이와 관련, MB 진영에서는 최근 웃지 못 할 해프닝이 있었다. ‘대선 대목’을 노리고 캠프 주변을 서성이는 ‘정치 지망생들’이 MB 진영의 캠프 격인 ‘안국포럼 ○○○’을 새긴 명함을 스스로 만들어 가지고 다니는 통에 한껏 짜증이 났었다. 안국포럼 측에선 이를 막기 위해 묘안을 마련했다. 안국포럼 실제 멤버들의 명함 뒷면 왼쪽 하단에 안국포럼을 상징하는 영문 ‘AF’에다 세 자리 숫자를 이어 표시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MB 캠프 사람들이) 대책이라고 만들어 놓은 방식도 웃기지만, 숫자 세 자리의 성격이 캠프에 합류한 순서라는 점은 두고두고 정치권에 회자될 얘기 소재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개신교 인기 역풍 고민
이 전시장이 호남지역에서 예상 밖 선전을 하고 있는 데 대해 정치권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라이벌’ 박근혜 전대표 쪽 관심이 높다. 대표 시절 호남 쪽에 각별한 공을 들인 박 전대표로선 당연한 일. 이 전시장의 호남 성공 요인에 대해 정치권에선 개신교와 고려대 출신 덕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개신교 덕’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좀 더 실려 있다.

한나라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전시장은 호남 지역을 방문할 때마다 어지간하면 교회를 방문했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개신교신자임을 꾸준히 강조한 탓에 호남의 개신교신자들로 하여금 ‘한나라당 후보 이명박’이 아닌 ‘개신교 신자 이명박’으로 여기도록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MB 계열로 분류되는 한 인사는 이 전시장의 종교색을 우려하면서 “개신교 신자들을 얻는다는 것은 비 개신교 신자들을 잃는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개신교 신자들을 그냥 싫어하는 국민들도 많다는 사실을 대권주자로서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캠프
▶영양가 없는 대안들

박 전대표 진영은 오르지 않는 지지율이 최대 고민거리다. 박 전대표 진영에선 지지율 저조의 원인에 대해 내부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왕좌왕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대권 레이스의 진로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에서부터 분위기 전환을 위해 쇼킹한 아젠다를 던져야 한다는 등 각종 대책들이 나오고 있지만, 박 전대표를 움직일만한 영양가 있는 대책은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박 전대표는 “아직 본게임이 멀었기 때문에 하던 대로 조용히 가자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기다리다보면 이 전시장의 지지도에서 거품이 빠질 것이고 그 때를 노려 역전 레이스를 벌이면 된다”는 쪽에 기울어 있다고 한다.


▶못 미더운 언론대책
박 전대표 진영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박 전대표가 측근 A 의원 때문에 상당히 마음이 상했다. A 의원이 언론을 상대로 박 전대표의 의중인양 조심성 없이 얘기를 하고 다녀서다. 때문에 박 전대표는 A 의원을 멀리하고 있고, 기자들에게 ‘박심’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을 물색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한국경제신문 편집부국장 출신인 최경환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박 전대표는 지난 8일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간담회 형식의 자리를 만들어 자신의 생각을 전하고 싶다는 뜻까지 내비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캠프 인사는 “(자신의 뜻이) 다른 사람(특히 A 의원)에 의해 왜곡 전달되는 것을 막기 위해 스스로 나서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내부 신경전
박 전대표 캠프에는 지난해 언론사 출신 B·C씨 두 명이 영입됐었다. 둘 다 중앙일간지 출신으로 기대를 한껏 받으며 캠프에 합류했다. 하지만 둘은 캠프 텃세 때문에 엄청난 마음 고생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캠프에 합류하고 난 뒤에도 공식 직함이 제대로 주어지지 않아 이래저래 떠돌았다. 특히 B 씨의 경우 캠프 인사들로부터 집중적으로 견제를 받는 통에 한나라당에선 ‘참 안 된 사람’이란 동정까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국회 한 소식통은 “B 씨는 박근혜의 전폭적인 신임으로 직보(직접 보고) 하는 몇 안 되는 인사였는데, (캠프 인사) 몇몇 사람들이 이를 못마땅하게 여겨 (B 씨를) 못 살게 굴었다”고 말했다.
한편, C씨는 이 같은 굴욕을 미리 감지하고 일찌감치 손학규 캠프에 자리를 잡았다.

<김민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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