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반역행위는 노벨상 욕심에서 비롯됐다”
“DJ 반역행위는 노벨상 욕심에서 비롯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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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8-05-02 13:13
  • 승인 2008.05.02 13:13
  • 호수 731
  • 6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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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정원 직원 김·기·삼 씨
2000년 12월 18일 김대중 전대통령이 오슬로에서 노벨 평화상 수상하고 있다.

본지는 지난 24일 미국에서 망명중인 김기삼씨와 전화인터뷰를 가졌다. 인터뷰에서 그는 국가안보에 중대한 위기가 초래되고 있는데도 진실을 바로 보도하지 않는 한국 언론에 불만을 드러냈다. 사실을 흥미위주로 포장해 보도하는 데만 급급할 뿐 정작 국민이 알아야 할 중요한 내용들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그는 DJ 비리의혹을 정부차원에서 규명하지 않는 한 개인적으로 ‘진실 찾기’에 나서진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혼자 진실을 위해 외로운 투쟁을 벌이고 그에 대한 대가로 모든 불이익을 뒤집어써야 하는 현실에 지쳤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에게서 최근 근

황과 망명이 인정되기까지의 생활, 그리고 DJ비리의혹 폭로에 얽힌 여러 이야기들을 들어 보았다.


-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 망명 생활하는 사람이 무슨 일을 제대로 하겠나. 집에서 시간 보내고 가끔 시내에 바람 쐬러 가는 게 전부였다.

- 국내 언론이 김기삼씨의 입을 주목하고 있다.
▲ 내가 기자회견을 계획 중이라고 국내 언론에 보도된 걸로 안다. 사실 그것 때문에 요즘 난감하다. 그 보도는 사실과 차이가 있다. 나는 그저 주위 아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중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보자고 한 것뿐이다. 국내 언론에서 문의전화가 너무 많이 와 일일이 답해주는 것 보다 그렇게 하는 게 나을 것 같아 말했는데 와전됐다. 하지만 기자회견에 관한 문제는 좀 더 고민한 후에 결정하겠다.

- 타국이라 생계유지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국내에 도움 주는 단체나 인물이 있나.
▲ 이민 와 살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힘들다. 특별히 내 생활을 도와주는 단체나 지인은 없다. 가족들끼리 의지해 살고 있다.

- 거대 권력을 향한 본인의 폭로로 애꿎은 가족들이 힘들었을 것 같다. 심경 등을 말해 달라.
▲ 물론 가족들이 힘들 수밖에 없지 않겠나. 하지만 그런 모든 것들을 감안하고 폭로한 것이다. 가족들에게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이제는 내 스스로 이 일을 마무리 지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무엇보다 DJ의 비리를 폭로한 것은 국가통수권자가 벌이는 반역행위를 더 이상 두고 없었기 때문이다. 조사하면 할수록 알면 알수록 ‘이래선 안 된다. 국민이 이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 일부에선 DJ정부의 여러 비리 의혹을 폭로한 것을 두고 애국애족 외에 다른 의도가 있을 것이라 보는 시각도 있다.
▲ 정부에서 월급 받고 사는 사람이 DJ의 비리를 폭로해서 얻을 게 뭐있나. DJ의 민족적 반역행위를 국민이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 것 외에 다른 의도는 없다.

- 이번 망명허용은 DJ정부의 여러 비리 의혹을 미국 측이 일부 인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제기된 의혹 중 어떤 부분이 심사에 작용됐나.
▲ 망명 허용을 그렇게 볼 순 없다. 이번에 망명요청이 받아들여진 것은 나의 폭로로 인해 내가 정치적으로 탄압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심사국은 DJ의 비리에 대해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 기능도 없다. 단지 내가 한국에서 정치적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힘들기 때문에 망명요청이 타당하다고 결정 난 것뿐이다.

- 망명사무소의 결정이 미뤄진 이유는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DJ ·노무현 정권과 미국의 이해관계가 작용한 부분도 있나.
▲ 언론들은 자꾸 그런 부분을 연관 지어 생각하는데 단지 심사가 늦어진 것뿐이다. 그 이외에 심사국의 내부사정을 내가 어찌 알겠나.

- 현재 조풍언씨가 국내 검찰에 조사받고 있다. 폭로 당시 DJ비자금과 국방사업 비리 의혹을 제기하면서 조씨를 언급한 적 있다. 이런 정황들 때문에 시점이 묘하다는 지적이 있다. 당국의 망명허용 내막이 따로 있는 것인가.
▲ 없다. 조풍언씨에 대해 내가 아는 바도 거의 없다. 이 부분에 대해선 김한정씨가 잘 알거라 생각된다.

- 망명을 선택한 정확한 이유를 설명해 달라. 정치적 보복을 우려해 망명했다고 밝힌 적 있는데, 피부로 위협을 느낀 적 있나.
▲ 어떤 형태로든 위협을 느끼지 않았다면 내가 망명할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위험의 징후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주변에서도 위험한 것 같으니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 예로 2002년 대선직전 한국에 잠깐 들어온 적 있다. 그때 청와대에 내가 입국했다는 정보가 보고됐고 나를 체포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던 걸로 알고 있다.

- DJ비자금 의혹에 대해 소문이 무성하다. 일설에는 13조원에 이른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이를 밝힐 수 있는 방법이 전무해 보인다. 현 정부가 조사할 경우 그 실체에 접근할 수 있다고 보나.
▲ 나는 DJ의 비자금이 6천억 원에서 1조 원 정도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추정일 뿐 정확히 어디에 얼마나 숨겨져 있는지 알 순 없다. 이 부분은 국가차원에서 조사해도 밝혀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설령 밝혀낸다하더라도 너무 많은 사람과 기관들이 얽혀있기 때문에 공개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 미국에서 DJ·노무현 정부 인사와 접촉한 적은 없나.
▲ 노무현 정부 당시 접촉해 온 적 있다.
그때 들은 이야기론 노 대통령이 “왜 자꾸 밖에서 이야기하나. 할 말이 있으면 들어와서 하라”고 했다고 한다. 노 대통령 측근들은 나를 돕겠다고 했으나 내가 그들을 믿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때 나와 같은 상황에 처하면 누구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 현재 한국 측으로부터 감시나 보이지 않는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 일정부분 그런 게 있다고 생각한다. 불이익이야 지금 정치적으로 망명해 타국에 살고 있는 자체가 불이익 아닌가. 감시문제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 같다. 전화도청이나 동향파악 등 감시의 움직임은 어느 정도 직감적으로 느껴지는 바가 있다. 나도 정보국에서 10년 가까이 몸담은 사람인데 그걸 못 느끼겠나.

-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 정부의 의지에 따라 귀국할 의사도 있음을 내비쳤는데, DJ정부의 여러 의혹에 대한 조사가 시작되면 어떻게 도울 계획인가.
▲ 정부에서 확실한 의지를 갖고 조사한다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할 것이다. 내가 말을 꺼내놓고 그때 가서 발을 뺄 순 없는 일 아닌가. 전에도 밝혔던 것처럼 본격적인 조사가 이뤄지면 한국으로 귀국해 의혹들을 규명할 것이다. 내가 제기한 의혹들 중 국민들이 알아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DJ의 노벨상 수상공작이다. 이것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대북불법송금 등 모든 반역행위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 DJ의 비리 의혹을 밝히기 위해 끝까지 싸울 생각인가.
▲ 전에는 그랬지만 지금은 별로 그러고 싶은 생각이 없다. 솔직히 이젠 정말 지친다. DJ의 비리를 폭로하자 뜻을 같이하는 사람보다 비난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 또 내가 말한 내용들은 단지 흥밋거리로 밖에 취급되지 않았다. 반역자를 세상에 알렸는데 오히려 내가 반역자가 돼 이렇게 도망쳤다. 정작 문제의 당사자들은 건재한데 왜 나만 이 모든 걸 뒤집어써야 하는가하는 회의감이 든다. 국민을 위해 행동했지만 누구하나 나를 지지하거나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다. 현 정부에서 DJ의 비리를 조사하고 내가 자료들을 공개해야 한다고 하면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공개한다 해도 의미가 없는 것 아니겠나.

- 현 정부가 DJ의 비리를 조사할 것이라고 보나.
▲ 상당히 희박하다고 본다. 아마 조사는 없을 것이다. 그런 부분에 대해 별로 기대하지 않는다. 또 그 문제가 다시 쟁점화 돼 내가 골치 아파지는 것도 싫다.

- 따로 운영하고 있는 블로그나 홈페이지 또는 카페가 있나.
▲ 지금까지 모든 내용을 충분히 다 말했기 때문에 더 이상 할 말도 없다. 그래서 특별히 블로그나 카페 활동을 하진 않는다.

- 향후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 특별한 계획은 없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이제는 내가 벌인 일들을 수습하고 마무리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래서 기자들과의 대화도 생각한 것이다. 마무리를 위해 나름대로 하나씩 준비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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