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촛불’ 통해 삶 표현하는 우종일 사진작가
화제의 인물 ‘촛불’ 통해 삶 표현하는 우종일 사진작가
  • 김종훈 기자
  • 입력 2008-03-26 10:42
  • 승인 2008.03.26 10:42
  • 호수 49
  • 4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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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패션업체서 러브콜
제 8회 한국현대미술제에 출품한 우종일 작가의 작품.(우)

우종일은 인체의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누드를 통해 드러내는 작가다. 그는 20년 간 미국에서 패션사진가로 활동하면서 보그(Vogue), 하퍼스 바자(Happer's Bazzar) 등 유명잡지 작업을 도맡았다. 1998년 귀국 후에도 블루(blue)나 블랙 앤 화이트(black+white) 같은 호주의 세계적인 누드 전문지에 한국인 최초로 그의 작품을 선보였다. 사진작가들 사이에서는 권위 있는 잡지에 실리는 것만으로도 꿈이라고 한다. 이러한 그의 패션사진가로서의 경력은 작품세계에도 이어져 비례와 균형이 이상적으로 드러난 누두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다. 지난 18일 그를 만나기 위해 청담동에 위치한 우종일스튜디오를 찾았다. 3월21~27일까지 열리는 작품전시회를 위해 최종 출시작을 분주히 셀렉팅하고 있었다.

우종일의 누드 작품은 최근 현대사진에서 볼 수 있었던 누드의 경향, 이를 테면 섹스와 죽음에 대한 본능에 집착하는 아라키 노부요시(荒木經惟), 거기에 동성애적 정체성이 더해진 로버트 메이플소프(Robert Mapplethorpe), 그리고 완벽한 신체를 지닌 여성들의 성(性)에 대한 파격미를 선보인 헬뮤트 뉴튼(Helmute Newton) 등에게서 느껴지는 시대적 당혹스러움과는 구별된다.


명품업체 패션업체서 귀한 몸

그의 작업은 우선 조형적인 미, 그것도 인체의 자연스런 조형적 미를 최대한 드러내는 데 집중한다. 사진 속 인체의 주인공들은 고대 그리스의 폴리클레이토스가 조각한 이상적인 인체 비례(Canon)의 인물처럼 균형과 비례가 조화로운 신체를 표출하고 있다. 우종일의 시선은 신체의
선이 이뤄내는 건강한 아름다움을 단순 명료하게 발견하면서 그 속에 숨겨진 대상의 감성을 쫓고 있다.

특히 자연광선의 부드러움을 이용해 단순한 배경 속에서 대상의 형태를 부드럽고 비밀스러운 것으로 유인해 이내 그 내면에 조응하도록 한다. 이런 신체의 균제와 심상의 대비, 그리고 두 가지 요소의 조화는 그의 누드작품이 관음적인 욕망으로써 드러내는 게 아니라 정서적인 환영으로 존재하게 한다.

인간의 누드를 통해 작품을 표현했던 그가 최근 촛불을 찍기 시작했다는 것은 일면 연결 고리가 없어 보일수도 있다. 그러나 언제나 그가 추구하는 것은 인간에 대한 표현이다.

우 작가는 새로운 콘셉트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전작의 작품들이 인간의 발가벗은 몸을 통해 아름다움의 감성을 담고자 했다면, 이번은 촛불을 통해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나약하고 연약한 우리인간의 외로운 삶의 모습이다. 꺼지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흔들리는 나약한 불꽃은 치열한 인간의 삶과 결코 다르지 않다. 몸을 태우고 꺼지는 마지막 불꽃이 한 가닥 얇은 실선의 연기를 내 뿜을 때 끝내는 그 몸부림으로 인해 영혼이 타들어가고 죽음을 맞이해야하는 우리는 그 안에서 투영된 인간의 운명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안에서 내가 진정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삶의 아이러니다.”

우 작가는 작은 것이지만 사물하나에서도 영감을 떠올린다. 그가 표현하는 촛불은 자신을 녹인 맑은 물로써 빛을 발하며 어둠을 밝힌다. 자신의 몸을 희생하면서 계속 타오를 때만이 자기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역설적으로 이는 불교에서 언급하는 무명업장을 태우는 행위이기도 하면서 기독교의 사랑과 희생이라는 명제와도 공통분모를 이룬다. 스스로를 태우는 행위가 종교를 초월한 삶의 존재이유, 그 자체일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 작가는 “그런 의미에서 나의 작품에 십자가라는 기하학적 구도를 남김으로서 기독교의 부활, 불교의 윤회까지 이야기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우종일은 다른 해외 유학파와는 달리 부친의 사업실패로 1977년 미국으로 건너가 유학생활을 시작했다. 때문에 그의 초창기 미국생활은 시련과 좌절의 연속이었다. 이민 초 학교를 다니면서 접시닦기 등 힘든 아르바이트를 여러 곳하며 하루 3~4시간밖에 잘 수 없었기에 심신은 지칠 때로 지쳐 혈소판이 감소할 정도로 쇠약했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으나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는 사진의 매력에 빠져 전공을 바꿨다.

이후 그는 사진기 하나로 미국을 누비며 사진에 전념했다. 이후 상업사진과 작품사진을 넘나들며 지속적으로 인체의 미에 탐닉했던 그는 실력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그가 흑백으로 이뤄내는 이상적인 신체의 아름다움은 젊은 날의 강렬함을 되새기게 한다. 젊은 시절의 아픔이 그의 누
드 속에서 표출돼 존재한다.


시련과 좌절 겪으며 미국유학

그는 사진을 전공했지만 사진집을 사보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좋은 사진을 보면 카피하게 된다. 사진을 전공하면서 책을 보지 않았다.” 실제로 그의 스튜디오에는 여느 스튜디오와는 달리 책이 보이지 않았다. 그는 상업사진인 패션계에서도 각광받는 작가다. 국내패션업계는 물
론 각종 명품업체에서도 그를 찾는 손길은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상업성은 취미생활이라며 파인아트작가로 불리고 싶어 한다. 파인아트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는 유 작가의 작품을 기대해본다.

김종훈 기자 fu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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