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퇴임 뒤 귀향한 최초의 대통령> 근황
노·무·현 <퇴임 뒤 귀향한 최초의 대통령> 근황
  • 송효찬 기자
  • 입력 2008-03-11 14:43
  • 승인 2008.03.11 14:43
  • 호수 724
  • 7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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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떠났어도 서민생활 “바쁘다 바뻐”
노무현 전 대통령 내외가 지난 6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앞 하천가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고 있다.

퇴임 후 고향으로 내려간 최초의 대통령 노무현의 요즘 생활을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가 정착한 봉하마을엔 수많은 지지자와 관광객들로 날마다 문전성시다. 이름난 관광지를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그의 행보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청와대를 떠나 고향에 간지 보름이 지난 노 전 대통령은 어떻게 지내고 일을까.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간 노 전 대통령의 나날들을 알아봤다.

지난 2월 25일 오후 5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노 전 대통령은 32년 만에 고향인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로 이사했다. 그곳엔 종일 환영인파로 들썩이며 행사들도 줄을 잇는다.

새로 지은 사저에서 귀향 첫날밤을 보낸 그는 다음날 패션부터 달라졌다. 서민복장에 편한 이미지로 바뀌었다. 발가락양말에 슬리퍼를 신고 사저 밖을 나와 자신을 찾아온 시민들과 인사를 나눴다.

그의 일상은 늘 부인(권양숙 여사)과 함께 한다. 산보나 농가를 들릴 때도 그렇다. 부부가 농촌의 아름다움과 어려움을 몸소 체득하는 모습이다. 편한 일상을 즐기는 노 전 대통령 모습은 그 자체가 관광아이템으로 인기다. 사저가 관광명소로 각광받는 것은 말할 것 없다.

수 십대의 관광버스가 진을 치고 마을을 다녀가는 관광객 수만 하루 평균 2300여명에 이를 정도다. 시민들의 높은 관심으로 길목의 울타리가 치워졌고 사저 전경촬영을 강하게 막았던 경찰도 부드러워졌다.


“노무현씨! 나와 주세요”

재미있는 건 노 전 대통령을 보려는 방문객들이 연신 목소리를 높인다. “노무현님! 노무현 아저씨! 대통령님! 나와 주세요”라며 부르는 모습은 진풍경이다. 지난달 말엔 봉화마을 찾은 한 여성이 “노무현씨! 나와 주세요”라고 소리쳐 눈길을 끌었다.

노 전 대통령은 2월 28일 첫 나들이를 했다. 모교인 부산개성고등학교(전 부산상고)총동문회 정기총회자리에서다. 지지해준 동문들에게 감사인사 겸 귀향신고를 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1일 시민으로 돌아와 첫 주말을 맞은 그는 많은 시민들과 함께 했다. 찾아온 이들에게 인사말을 건네고 산책도 같이 했다. 짬짬이 기념사진촬영에도 응했다. 이날 관광객수는 1만5000여명.

지난 6일엔 김해시가 매달 1~2차례 정기적으로 여는 자연정화활동에도 동참했다. 물론 부인 권 여사도 같이 갔다. 그는 정계인사, 적십자사 회원과 새마을지도자협의회 등 지역봉사단체 회원 200여명과 쓰레기를 치웠다.


홈페이지 운영도 열심

노 전 대통령은 청와대를 떠났어도 이처럼 바쁜 일정으로 쉴 짬이 없다. 특히 노사모회원들에 대한 관심과 답례를 하는 데 적잖은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20일 개통한 노 대통령의 공식홈페이지 ‘사람 사는 세상’(www.knowhow.or.kr)을 통해서다. 이
사이트를 접속하면 대통령 시절 모습은 물론 ‘서민 노무현’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지금까지 2만 여건의 글이 올라와 있다. 퇴임 뒤 귀향환영행사가 열린 날엔 접속자가 넘쳐나 종일 홈페이지가 마비됐다.

또 홈페이지 ‘봉하사진관'엔 그와 찍은 마을주민과 관광객들 사진을 살펴볼 수 있어 흥미롭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월 29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퇴임 뒤 국민에게 전하는 첫 번째 편지를 시작으로 지난 3일 두 번째 편지를 띄웠다.

첫 번째는 이사와 가사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자신의 일상을 실었다. 두 번째 편지엔 환영식 때 수고했던 사람들에게 감사인사와 홈페이지운영계획을 담았다. 또 지난 6일의 세 번째 편지에선 봉하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명물 봉하산과 화포천을 권했다. “봉하마을 명물은 봉화산”이라며 “산에 가보지 않고는 봉하마을방문은 헛일”이라고 했다. 이어 산책코스에 대한 설명으로 “산책길에서 가끔 저를 만나서 이야기도 나누고 사진도 찍고 하면 좀 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반인들이 만들어가는 '회원게시판'엔 “봉하마을에 가면 노무현 아저씨를 만날 수 있느냐?”는 질문이 자주 오른다.

노 전 대통령은 특별한 대외활동을 피하고 편히 쉬면서 찾아오는 노사모 회원, 참여정부 내각과 정치인 등을 맞으며 소일할 예정이다.

더불어 자연을 벗하며 환경운동을 비롯한 고향사랑도 실천할 것으로 알려졌다.


#역대 대통령들의 지금

YS 꿈틀·DJ 조용·연희동은 숨죽여

지난달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장에서 김대중·김영삼·전두환 등 전직 대통령 3인방이 ‘어색한 만남’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어색할 수밖에 없었던 역대 대통령들의 근황은 어떨까.

김영삼 전 대통령(YS)은 한국티볼협회 총재를 맡게 됐다. 이 협회는 지난 5일 김 전 대통령이 지난달 방한한 일본티볼협회 회장단 요청을 받고 총재직을 받아들였다. 티볼은 야구와 소프트볼을 접목시켜 개발한 신종스포츠다. 특수한 받침대 위에 고무재질의 공을 올려놓고 방망이로 때리는 운동이다. 투수 없는 야구와 같다. 미국티볼협회장은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DJ)은 요즘 심기가 불편하다는 소문이다. 곧 있을 18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서다. 통합민주당의 공천칼날이 김 전 대통령의 수족들을 잘라냈기 때문이다.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 신건 전 국정원장, 설훈 전 의원, 차남 김홍업 의원 등이 공천에서 낙마했다. 동교동계 핵심인사로 자신의 그림자들이다. DJ는 장기판에서 ‘차 포 떼인’ 꼴이 돼버렸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열린 ‘평화적 정권이양 2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그는 이날 “5공화국은 역대정권 중 처음으로 평화적 정권이양을 통해 민주주의가 자랄 토양을 마련했다”고 말해 시비를 낳았다.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이 ‘역사적 과오를 잊은 소리’라며 쏘아붙인 것이다. 행사장에서 던진 말이 원성을 사고 있다.

송효찬 기자 s2501@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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