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 측근 “상태 심각 한 것 맞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입원치료가 장기화되면서 그의 건강을 둘러싸고 각종 추측들이 나돌고 있다. 2002년 전립선암 수술을 받은 뒤 건강이 급속히 나빠진 노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16일부터 고열에 시달리다 같은 달 21일 서울대병원 특실에 입원했다.
병원 관계자는 “가벼운 증상이지만 고령이므로 수일 정도 입원 치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로부터 두 달이 넘도록 노 전 대통령은 퇴원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병원이 밝혔던 것보다 병세가 훨씬 심각한 것 아니냐는 얘기들이 곳곳에서 들린다. 뿐만 아니라 ‘의식이 거의 없고 음식을 넘기기 힘든 실정’이란 소문까지 나돌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대선에 당선된 이명박 대통령이 방문하려 했을 때 건강악화를 이유로 만남을 뒤로 미뤘다. 그러자 정치권 일각에선 ‘노 전 대통령 건강이 생각보다 심각한 것 같다’ ‘곧 다시 입원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들이 나왔다. 그리고 수일이 지난 뒤 그는 입원했다.
문제는 그 뒤부터다. 노 전 대통령의 건강상태에 대해 본인은 물론 그 누구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있다. 측근들은 “가벼운 감기증
상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가벼운 증세 때문에 국내서 병실료가 가장 비싼 곳에서 장기 입원해 있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한때 노 전 대통령이 자율신경을 조절하는 소뇌의 뇌세포가 줄어들면서 몸의 운동기능을 잃어가는 질병을 앓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기
도 했다.
그러나 특실이 있는 서울대병원 12층에서 일하는 한 간호사는 어떤 질문에도 ‘모른다’는 말만 되풀이 할 뿐이다. 병원 쪽으로부터 보안유지교육을 철저히 받은 느낌이다.
병실 앞을 지키는 노 전 대통령 측근들도 마찬가지다.
병원관계자 설명에 따르면 병실을 찾는 방문객들도 거의 없다. 가끔 지인 1~2명이 문병차 들르는 게 전부다.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와 손주환 전 대통령 정무수석비서관(전 공보처 장관)이 병실을 자주 찾는 편이다. 노 전 대통령의 외동딸인 노소영씨(최태원 SK그룹 회장 부인)도 가끔 씩 들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소영씨는 극진히 간호하고 있다. 부친 병 치료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등 효심이 지극하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
건강악화설 굳어지는 분위기
노 전 대통령 입원이 장기화되면서 그의 건강악화설은 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장기입원으로 이런 추측이 나오는 것만은 아니다.
병원은 그가 처음 입원했을 땐 감기몸살증상이 있다는 설명과 더불어 “폐에 이상이 있는지 검사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노 전 대통령이 가벼운 폐렴증세를 보인 적 있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다.
병원 쪽 설명대로 그가 폐렴증상을 보인 게 사실이라면 여러 가능성들을 짚어볼 수 있다.
진짜 폐렴일 수도 있고, 다른 합병증일 수도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왜 하필 ‘폐’인가 하는 것이다. 전립선암은 뼈나 폐 등으로 원격전이 하는 확률은 20~30%대에 머문다는 게 의학계 통계다.
전립선암은 폐, 뼈 등으로 퍼지면 2/3가 10개월 안에 숨진다. 따라서 그가 암전이로 입원한 것이라면 ‘위독하다’는 소문은 사실로 보여진다.
가래 끓고 호흡곤란
전문의들은 ‘암이 폐로 퍼질 경우 열이 나고 감기몸살증상을 보이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폐암초기는 폐렴과 증상이 비슷하다. 기침이 나고 가슴통증도 따른다. 또 가래가 끓고 호흡곤란증세 역시 일어난다. 노 전 대통령도 이와 비슷한 증세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립선암은 뼈로 가장 잘 퍼지지만 폐로 이어지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는 게 전문의들 설명이다.
이런 점들을 종합해볼 때 노 전 대통령이 폐렴증세로 입원했지만 암이 폐 쪽으로 전이돼 입원이 장기화되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결론이다.
익명을 요구한 노 전 대통령의 한 측근은 “나이가 많은데다 암을 앓아 아무리 수술을 잘 했다고 해도 예전 같을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하면서 “건강이 많이 악화된 건 맞다. 입원중인 것도 몸이 예전보다 더 불편해졌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대병원 VIP병실은 어떤 곳?
하루 병실료 90만원 …68㎡(25평)크기
노태우 전 대통령이 입원해 있는 서울대병원 12층 VIP병동은 어떤 곳일까. 일반인들이 쉽게 들어가기 어려운 곳이어서 궁금증을 갖는 이들이 적잖다.
이 곳은 서울세브란스병원이 VIP병동을 만들기 전까지만 해도 국내 병실 중 입원료가 가장 비쌌다. 하루입원료는 약 90만원. 크기는 68㎡(25평)정도다.
서울대병원은 VIP특실 4곳과 일반특실 26곳을 운영 중이다. 특실 중 12XXX호실이 VIP전용병실이다. 병원에선 이곳을 ‘대통령실’이라 부른다. 1978년 건물증축 때 그렇게 부른데서 유래됐다. 이름처럼 역대 대통령들은 몸이 좋지 않으면 이곳을 많이 이용했다. 최규하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 등이 주로 썼다. 또 언론사 사주들도 많이 찾는 편이다.
이곳은 환자실과 보호자들이 머무는 거실로 나눠져 있다. 거실엔 소파와 테이블, 컴퓨터, 팩시밀리 등을 갖춰 간단한 업무까지 볼 수 있도록 돼있다.
윤지환 기자 jj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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