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선 한국의 오일 재벌로 거듭나나
최·규·선 한국의 오일 재벌로 거듭나나
  • 윤지환 기자
  • 입력 2008-02-28 13:47
  • 승인 2008.02.28 13:47
  • 호수 722
  • 7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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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의 유아이에너지 오일 사업 ‘날개’

DJ정부시절 최대 정치스캔들 ‘최규선 게이트’의 주인공 최규선씨에게 또다시 의혹에 찬 시선이 쏠리고 있다.

최씨는 2005년 11월 출소한 뒤 거의 1년만인 2006년 말 유아이에너지(유아이)의 수석부회장으로 취임했다. 이후 최씨는 최근 특유의 수완을 발휘해 해외 유명 인사들을 회사고문으로 영입하는가 하면 이라크의 석유개발사업과 관련, 해외기업체와 MOU를 맺는 등 제기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여기에 힘입어 유아이 주가는 급등, 그전까지만 해도 1200원에 불과했으나 불과 한 달 사이에 8000원대까지 치솟았다. 이에 주식시장은 이른바 ‘최규선 효과’에 들썩였다. 개미들은 유아이 주식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최씨 행보에 ‘뭔가 이상하다’는 식의 의혹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아이가 추진 중이라고 공시를 통해 밝힌 사업 중 그 실체가 분명한 게 하나도 없다는 것. 이 때문에 일부에선 주가를 띄우기 위한 일종의 ‘작전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최씨는 “더 이상 과거의 최규선은 없다. 떳떳하게 보란 듯이 제기해 보이겠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최근엔 최씨가 MB의 쿠르드유전사업을 성사시킨 배후세력인 것으로 밝혀져 최씨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인맥활용으로 주가 급상승

최씨는 2006년 11월 코스닥 상장사인 서원아이엔비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회사이름을 유아이에너지로 바꿨다. 기존의 업종에 에너지사업도 추가시켰다.

이후 최씨는 지난해 12월 13일부터 최근까지 전 미국 8선 국회의원 스테판 솔라즈, 전 캘리포니아 버클리대 학장 로버트 스칼라피노교수 등을 고문으로 영입해 특유의 ‘인맥 끌어들이기’ 수완을 발위하기 시작했다.

또 같은 해 12월 18일 유아이는 공시를 통해 이라크지역 석유개발사업 추진을 위해 아랍에미리트국왕 셰이크 칼리파의 아들 셰이크 술탄이 최대주주로 있는 파이오니어사와 원유개발 사업 관련합자회사 설립을 위해 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어 2007년 1월 30일엔 전 미 국방장관 프랭크 칼루치, 전 미 국무부 차관 니콜라스 벨리오츠 등 유명인사 두 명을 유아이 수석고문으로 추가 영입했다.

이에 대해 유아이 쪽은 “미국이 주도한 이라크재건사업이 이라크 내 천연자원 개발사업으로 더욱 활성화 될 게 확실시 된다”면서 “특히 미국의 대이라크 정책결정에 결정적 영향력을 갖춘 4명의 수석고문단결성이 끝남으로써 미국 주도아래 이라크원유개발을 위한 다국적
컨소시엄구성 때 주도적 참여와 원유개발사업권 획득의 교두보를 확보할 것”이라고 기대효과를 전했다.

이어 다음날인 31일엔 유아이는 또 다시 공시를 내고 미국 버지니아 글로벌에너지컨설턴트사와 이라크유전개발에 대한 독점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최씨의 이런 활약에 힘입어 유아이 주가는 연일 강세를 보였다.

또 ‘유아이 사업진행에 따른 공시가 계속 이어질 것’이란 소문이 나돌아 유아이주식에 대한 기대심리는 식지 않고 있다.

유아이의 이런 강세에도 증시전문가들을 비롯한 일부에선 유아이가 추진 중인 사업의 실체에 대해 의구심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 회사의 석유개발과 관련, 어떤 자체기술력이나 자본력도 없을 뿐 아니라 에너지개발사업 추진경험도 거의 없어 계획하는 사업들을 실행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유아이가 잇따른 공시를 통해 주가 올리기엔 성공했지만 공시를 통해 발표한 사업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주가에 거품이 빠지면서 투자자들이 큰 손해를 볼 수 있는 위험주식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런 의견은 주식전문가들 뿐 아니라 에너지개발사업전문가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에 따르면 석유개발은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고 개발비 또한 엄청나다. 따라서 이를 감당할 수 있는 비용과 기술력 없이는 석유개발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


유아이는 최규선 1인 운영체제?

또 유아이가 진행 중인 것으로 밝힌 사업의 실체에 대해서도 의문투성이다.

유아이는 공시를 통해 이라크 쿠르드스탄지역 석유개발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쿠르드지역은 이라크중앙정부와 쿠르드자치정부간에 오일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이에 이라크와 쿠르드는 이 문제를 놓고 협의 중이지만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석유개발을 논하기엔 시기상조라는 게 업계관계자 및 전문가들의 일반적 시각이다.

또 2006년 9월 9일 쿠르드자치의회를 통과한 쿠르드지역 석유법안에 따르면 쿠르드지역 안에 있는 모든 석유는 쿠르드의 재산임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라크는 이를 부분적으로만 인정하고 있을 뿐이어서 분쟁의 불씨는 여전히 꺼지지 않고 있다.

유아이는 이런 상황을 배제한 상태에서 석유개발계획을 공시했다. 이라크로부터 어떤 협의가 있었는가에 대해선 구체적인 설명은 내놓지 않고 있다.

해외석유개발은 대부분 석유보유국의 주도에 따른 지분참여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석유 개발은 개발비 자체가 천문학적일 뿐 아니라 실패위험성도 커 단일 기업이 개발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유아이는 최씨의 인적네트워크를 활용, 다른 해외기업과 연결고리를 만들어 사업을 충분히 진행할 수 있다는 막연한 입장만을 되풀이 하고 있다. 석유개발과 같은 대형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업체의 설명치고는 부실하기 짝이 없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최씨 사업을 바라보는 국내 거대 정유사들의 시각은 냉담하기만 하다.  

GS칼텍스의 한 관계자는 “오일을 개발한다는 것은 상당한 기술력을 요하는 부분이다. 프로젝트 자체가 매우 까다로운 사업 군에 속 한다”면서 “경험이 거의 없는 중소규모 업체는 이런 바탕 없이 사업권을 독점적으로 딴다고 해도 실행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아이 관계자는 주위의 의구심 서린 시각에 대해 “사업에 대한 계획만 발표됐을 뿐 구체적으로 진행에 들어가지 않아 곳곳에서
우려의 소리가 나오고는 있다. 이는 시간이 지나 사업이 구체화되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유아이는 최근 원유 유통사업에까지 영역을 넓혔다.

유통사업은 일본 자금력이 풍부한 교와 간코사와 함께 추진된다. 이를 위해 지난 2월 15일 일본 쿄와간코사의 에모토 요시토 상무이사가 방한, 최규선 대표와 조인트벤처 설립계약서에 서명했다.


유아이에너지, 원유 유통까지

같은 달 18일 계약을 맺게 된 배경에 대해 유아이 관계자는 “일본의 교와간코사가 아시아 지역 자원개발사업에 활발히 참고하고 있다.

서로 윈윈(win win)할 수 있는 업체를 찾던 중 유아이와 접촉하게 됐을 뿐 최규선 대표의 인맥과는 무관한 것”라고 말했다.

한국컨소시엄은 쿠르드총리 방한으로 4개 광구를 추가확보한 바 있다. 또 유엔아이는 지난해 11월 비나바위광구를 시작으로 바지안광구, 인프라건설 및 유전개발을 연계하는 패키지형 자원개발까지 모두 6개의 광구를 확보했다.

이밖에 유아이는 지난해 10월엔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인 오바마 상원의원의 외교정책고문을 맡은 앤서니 레이크 전 국가안보보좌관도 수석고문으로 앉혔다. 이 역시 최씨의 마당발 효과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최근 시장에선 유아이가 '오바마 수혜주'란 말까지
나돌았다.


#‘MB자원외교’ 업고 꽃가마 탄 ‘유아이에너지’

최규선 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주)유아이에너지 주가가 심상찮다.

유아이는 지난 2월 18일 “일본 교와 간코와 이라크지역 생산원유의 구매와 판매를 위한 ‘조인트벤처’ 설립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유아이는 이에 따라 원유 물량확보와 매입가 책정, 생산유전운영자 및 공급자와의 구매계약 체결 등을 맡게 된다. 쿠르드지역에서 생산되는 원유를 중심으로 대규모 유통사업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

한·일 두 회사의 조인트벤처는 한해 1299만 배럴(약 1조원)의 원유유통을 목표로 한다. 수익금은 유아이와 교와 간코가 3대 7로 나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이날 유아이는 코스닥스장에서 전날보다 14.85%(940원) 오른 727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가격제한폭까지 곤두박질친 지 하루 만에 큰 폭으로 반등한 것이다. 6000원대로 추락했던 주가도 7000원선을 회복했다.

‘유가 100달러 시대’ 유망 원유생산업체로 유아이가 주목받으며 ‘자원외교’를 내세운 MB정부의 ‘신데렐라’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런 낙관론은 지난 2월 22일 이라크정부 반발로 안개 속에 빠져들었다. 이라크 석유부의 아심 지하드 대변인은 이날 <연합뉴스>와 전화인터뷰를 통해 “이라크정부는 쿠르드자치정부와 외국회사 사이 어떤 계약도 인정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이렇게 되면 유아이가 참여한 200조원 규모의 쿠르드유전개발 한국컨소시엄이 공중분해될 위기에 몰릴 수밖에 없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유아이의 이날 주가는 하루 새 8.53%(580원) 떨어진 6220원에 장을 마감했다. ‘자원외교’를 등에 업고 상승세를 타던 회사주가가 빠지자 성공적인 재계복귀를 노리던 최 씨 입지도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규선 게이트 일지

2002년
3월 28일 최규선 운전기사 천호영씨,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 로비의혹 폭로
3월 29일 최규선씨, 천씨 공갈혐의로 고소
4월 1일 경기도 분당서 천씨 긴급체포
4월 2일 타이거풀스, 천씨 명예훼손·공갈 혐의 성남지청 고소
4월 3일 천씨 영장신청
4월 4일 수원지법 성남지원, 천씨 영장기각
4월 8일 천씨, 최씨 변호사법 위반으로 검찰고발
4월 9일 최씨, 기자회견
4월 10일 서울지검 특수2부 수사착수 천씨 소환, 최씨 등 6명 출국금지
4월 12~14일 최씨, 김희완 전 서울시 부시장·최성규 전 총경·송재빈 타이거풀스 대표 등과 강남 호텔서 대책회의
4월 14일 최 전 총경 돌연 출국
4월 16일 검찰, 최규선씨 소환
4월 19일 최씨 알선수재혐의 구속 청와대 밀항권유설 주장(영장실질심사) 검찰, 송재빈씨 첫 소환 설훈 의원, ‘최씨, 이회창 전 총재 쪽에 2억5000만원 제공’ 주장
4월 21일 최 전 총경 미국 입국
4월 25일 윤여준·신경식 의원 소환
4월 26일 김희완씨 체포영장 청구
4월 29일 송재빈씨 재소환. 홍걸씨 동서 황인돈씨 소환
5월 3일 송재빈씨 구속
5월 4일 유상부 포스코 회장 소환, 설훈 의원 소환
5월 7일 최규선씨 녹음테이프 공개
5월 8일 홍걸씨, 최규선씨 돈 3억원 수수 확인
5월 10일 국민체육진흥공단 박모 단장 소환 최규선씨 e-메일 계정 압수수색
5월 14일 홍걸씨 귀국. 조석현 변호사 선임 및 소환통보
5월 16일 홍걸씨 소환
11월 11일 김홍걸·최규선·김희완씨 유죄 판결

윤지환 기자 jj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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