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사퇴카드’ 살아있다”
“대통령직 ‘사퇴카드’ 살아있다”
  • 김대현 
  • 입력 2007-01-19 09:18
  • 승인 2007.01.19 0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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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최 승부수-연임제 개헌-③

인터뷰 맹 형 규 의원이 진단한 ‘개헌정국’ 노림수
지난해 서울시장 당내 경선에서 아쉬움을 달래야 했던 한나라당 맹형규 의원. 최근 그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몰고 온 ‘개헌정국’을 예측하고 대응방안을 내놓은 바 있기 때문이다. 맹 의원은 지난 2005년 4차례에 걸쳐 정치권 ‘빅뱅’ 시나리오를 발표하고 대응방안으로 이른바 ‘빅텐트론’을 펼쳤다.
맹 의원은 특히, 노 대통령의 다음 카드로 ‘대통령직 사퇴’ 가능성을 점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여론과 정치권의 반발을 충분히 예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승부수’를 던진 만큼 다음 수순까지 준비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염동연 의원 등 당내 일부 세력의 탈당시기가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노 대통령이 정국 주도권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일요서울>은 맹 의원과의 인터뷰를 통해 ‘개헌정국’의 방향을 진단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몰고 온 ‘개헌정국’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정치권에 충격파를 던진 ‘4년 연임제’ 개헌안 발의 선언은 노 대통령이 조장할 ‘파국’의 전조라는 점에서 각종 시나리오가 범람하고 있다.
특히, 노 대통령의 ‘승부수’는 지난 2005년 한나라당 맹형규 의원이 4차례에 걸쳐 예상한 정치권 ‘빅뱅’ 시나리오<도표 참조>와 일맥상통해 눈길을 끈다.


‘식물 대통령’ 피할 묘안 있나
당시 정국 방향을 진단한 맹형규 의원은 <일요서울>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2년 전 발표한 ‘빅뱅’ 시나리오는 현재와 같은 혼란을 막기 위한 예방차원의 접근이었다”면서 “하지만, 노 대통령이 민생보다 승부수를 던지기로 결정한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개헌 자체에 대한 일말의 ‘진정성’까지 배제할 순 없겠지만, 여야 정치권은 그 이면에서 진행될 정국지형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있다는 측면에서 ‘가공된 혼돈’은 정치적 변곡점으로 활용될 소지가 다분하다.

노 대통령이 정국 주도권을 쥐고 개헌을 결심했다면, 다음 카드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한나라당, 민주당, 민주노동당 등 여당을 제외한 정치 세력들이 모두 노 대통령의 발언에 호응하지 않을 게 자명했다. 여론과 언론도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 ‘식물 대통령’이 되지 않으려면 특단의 행보가 필요한 시점이다.

맹 의원이 2005년 12월 1일자로 발표한 ‘한국정치발전과 한나라당 집권 비전 구상’ 제 3부에 따르면 노 대통령의 다음 카드는 ‘임기 단축’이다.

이 자료에는 향후 정치권 ‘빅뱅’ 시나리오로 ▲예정된 파국, 대통령의 중대결단 ▲당적이탈 ▲최후통첩-선거구제 개편 및 임기단축 로드맵 제시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 ▲국회 부결, 대통령직 사퇴 선언 ▲조기선거, 새로운 정부 구성 등을 언급하고 있다.

실제로 노 대통령은 지난 9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개헌이라는 중대결단을 내렸고 이틀 뒤 기자간담회를 통해 당적이탈도 거론했다.

물론, 11일 기자간담회에서 “개헌과 신임을 묶어서 생각하고 있지 않다”면서 임기단축 가능성을 일축했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내 임기 중 개헌은 없다’고 못 박은 지 1년 만에 본인의 주장을 뒤집은 노 대통령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맹 의원은 ‘개헌 파문’을 일으킨 노 대통령에 대해 ‘대단한 승부사’라고 평가하면서도 ‘원칙’의 부재를 지적했다.

그는 이와 관련, “노 대통령은 대단한 승부사다. 머리도 좋고 위기 대처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라고 평가한 뒤, “문제는 원칙이 부재하기 때문에 오는 총체적 위기”라고 꼬집었다.

맹 의원은 노 대통령의 파격적 행보의 배경으로 ▲정국 주도권 장악 ▲한나라당 후보간 균열 초래 ▲국정운영 실패에 대한 시선 차단 ▲핵분열 위기에 처한 열린우리당 숨고르기 등 부수적 효과들을 언급했다.
그는 결국, “노 대통령이 개헌카드 이후 냉담한 여론과 정치권의 반응을 자신의 거취문제와 연결지을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2월 임시국회에 개헌안을 던지고 4월 국회에서 부결되고 나면 5~6월경에는 ‘대통령직 사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 것.

맹 의원은 “그렇게 되면 나라가 혼란에 빠지게 되고 한나라당에서도 후보를 급조하는 양상으로 갈 수밖에 없지 않느냐”면서 노 대통령의 발언을 정권 재창출을 노린 ‘잔수’로 격하시켰다. 그는 또, “상대적으로 노무현 추종 세력은 (대선에서) 극적 흥행카드로 반전을 노리게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좌파세력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
맹 의원은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으로 범보수진영 제정치세력과 사회단체를 결집하는 이른바 ‘빅텐트론’을 제시한 바 있다.
그는 “한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국민들이 과거와 달리 좌파세력과 아마추어 정부에 강한 거부감을 형성하고 있는 점”이라며 “당의 분열을 막고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데 전력하겠다”는 향후 계획도 밝혔다.



#“노 대통령, 승부사적 기질 뛰어나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평가한다면.

▲노 대통령은 승부사적 기질이 뛰어난 사람이다. 위기 대처능력도 탁월하다고 본다. 하지만 기본 원칙이 부족한 것 같다.

-배경을 진단한다면.
▲노 대통령의 지지율이 극히 저조하고 당의 내분도 격화되는 등 정치적 위기에 처했다. 이대로 그냥 물러날 경우, 역사에 해를 끼친 인물로 남을 것을 우려한 게 아닌가 싶다.

-다음 ‘카드’는.
▲내가 걱정하는 것은 2월, 4월 임시국회에서 개헌안이 부결될 경우 찾아올 다음 상황이다. 노 대통령은 5월 이후 결국 사퇴카드까지 거론하면서 자신의 진정성을 주장할 것 같다. 이 혼란은 현재의 대선구도를 깰 수 있는 ‘꼼수’의 일환이다. 한나라당이 대응을 잘 해야만 한다. 남북정상회담 등을 깜짝 카드로 활용할 여지가 남아 있다.

김대현  suv15@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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