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대비 ‘황장엽 보호령’
테러 대비 ‘황장엽 보호령’
  • 윤지환 
  • 입력 2007-01-18 10:19
  • 승인 2007.01.18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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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엽 지금 뭐하나…

황장엽 전북한노동당 비서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핵파문으로 반북의식이 확산됨과 더불어 황씨를 구심점으로 한 일부 보수단체들이 정치세력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북핵파문의 경우 이로 인해 현정권의 주력 사업 중 하나인 대북지원프로젝트가 위기를 맞으면서 평소 대북지원 비판론을 내세워오던 황씨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23일 탈북자동지회 등 황씨를 중심으로 한 반북 보수단체가 발칵 뒤집어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황씨가 명예위원장으로 있는 <자유북한방송>에 마치 피를 쏟은 듯 붉은색으로 칠한 황씨 사진과 경고문, 그리고 손도끼가 들어 있는 택배 소포가 황씨 이름 앞으로 배달됐기 때문이다. 탈북자들을 비롯한 일부에서는 이 사건이 황씨의 세력 확대를 견제한 북한이 대남간첩에 지령을 내린 것이라고 단정 짓고 있다. 이에 언론 등 외부와의 공식적인 접촉을 일절 삼간 채 반북활동을 계속 이어가고 있는 황씨의 근황과 행보를 취재해 보았다.



도끼배달 사건과 같은 일은 이미 지난 2004년 3월 그리고 2006년 6월과 11월에도 발생한 바 있다. 당시에도 탈북자동지회, 귀순자협회 등 황씨가 이끄는 단체 사무실로 황씨의 신변을 위협하며 반북활동을 중단하라는 메시지가 배달돼 왔었다.

그러나 보수단체를 비롯한 국정원과 경찰은 이번 사건에 대해 그 어느 때 보다 민감하다. 그동안은 협박편지를 담은 소포가 전달되는데 그쳤으나 최근 실제로 황씨를 테러하려 했던 인물이 검거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20일 북한에 잠입 및 찬양고무 등의 혐의로 검찰에 구속 기소된 민노당원 박모(43)씨는 황씨의 테러 계획을 직접 실행해 옮기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보수단체와 경찰은 황씨의 신변보호에 더욱 더 만전을 기하고 있다.

황씨는 현재 강남의 OO빌딩에 자리한 자신의 사무실을 매일 오가며 자유북한방송, 탈북자동지회, 통일을 준비하는 귀순자협회 등에 관한 업무를 보거나 보수단체 인사들을 접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황씨를 만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며 그를 만나기 위해서는 경호팀장에게 사전에 신분과 만나려는 목적 등을 밝히고 철저한 심의를 거쳐야만 한다.

황씨를 옆에서 보필하고 있다는 그의 한 최측근에 따르면 황씨는 현재 국정원이 아닌 경찰의 특별보호를 받고 있고, 생활 역
시 경찰에서 제공하는 안전가옥에서 하고 있다. 경호팀 역시 경찰에서 파견 나온 인력이라는 것.

이 측근은 “도끼 사건 이후 위원장(황장엽)에 대한 경호가 더욱 철저해 졌다”며 “특히 방송이나 언론사 기자 등은 일절 만나지 않고 있다. 위원장을 만나려면 경찰의 허락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에 따르면 황씨를 보호하고 있는 경호경비 인력은 7명이나 된다. 이 정도면 말 그대로 국가원수에 준하는 철통경비다.

이에 황씨를 만나기 위해 그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보았다.

하지만 황씨의 입장은 ‘면접불가’였다. 자신의 근황에 대해 따로 할 이야기가 없으니 나중에 시간이 되면 그때 보자는 것이었다.

이어 그가 강남의 사무실로 꾸준히 출근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이번에는 사무실로 찾아가 보았다. 확인해 보니 그의 사무실 주소라고 알려진 OO빌딩 1XXX호는 그의 사무실이 아니었다. 그곳은 그의 최측근인 A씨와 모 보수단체가 사용하는 사무실이었다.

황씨를 직접 보필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A씨는 황씨의 사무실이 어디냐는 질문에 경계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무슨 용건으로 위원장을 찾아 왔느냐”고 물은 뒤 방문객이 기자임을 확인하자 그 즉시 “만날 수 없으니 돌아가라”고 말했다.

또 A씨는 “언론에서 위원장의 사생활을 운운하는 등 골치 아픈 문제들을 자꾸 만들어 위원장은 언론과는 일체 만나지 않고 있다”며 “또 최근 도끼 소포배달 사건 때문에 경찰에서 외부와 접촉을 차단하고 있어 만나기 힘들다”고 전했다.

확인결과 황씨의 사무실은 이 사무실 근처 다른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황씨가 사무실에 있다는 A씨의 말을 듣고 찾아 문을 두드려 보았으나 황씨의 사무실은 굳게 잠긴 채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이에 황씨가 관여하고 있는 탈북자협회, 자유북한방송, 통일을 준비하는 귀순자모임 등의 관계자를 통해 황씨가 최근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확인해 보았다.

이들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위원장은 나이가 여든이 넘어 거동이 불편하다. 그러나 정신은 아직 멀쩡하다. 모든 탈북자 관련 협회는 위원장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 중 통일을 준비하는 귀순자모임의 회장인 허광일씨는 “우리는 국정원의 인가아래 결성된 단체고 나는 위원장을 직접 보필하고 있는 사람”이라며 “우리는 자유북한방송, 탈북자동지회, 북한민주화동맹과도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부분의 탈북자 관련 단체는 황씨를 중심으로 뭉쳐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최근에는 황씨가 반북보수단체들을 규합, 정치세력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황씨의 한 측근은 이에 대해 “정치세력화라는 말은 적절하지 않다. 단지 나라를 걱정하고 바른길로 이끌자는 것 뿐이다”며 “이를 위해 뜻이 맞는 이들끼리 뭉치는 것이지 어떤 정치적인 권력을 세워보려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황씨가 위원장을 맡고 있는 탈북자단체인 북한민주화동맹은 지난 5일 북한에 대한 포용정책으로는 북한 민주화와 인권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 대북정책에 대한 적극적인 입장 표명과 ‘좌파 정권’ 교체를 목표로 한 정치 활동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황씨를 추종하는 그의 측근들은 황씨에게 조금이라도 위해가 되는 부분이라 생각되면 극도로 공격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황씨의 사생활을 묻는 질문을 던질 경우 단순히 ‘그런 것은 모르겠다“고 말하는 차원을 넘어 매우 불쾌해하는 기색을 드러냈다. 이런 반응은 모든 탈북자 관련 협회 관계자들에게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이었다.

이에 대해 황씨의 한 측근은 “현재 정부가 친북성향을 가진 상태이기 때문에 위원장은 불안한 탈북자들에게 있어 지도자와 같은 존재다”며 “연세도 높은데 자꾸 언론에서 안좋은 면만 부각시키려하니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적절한 비유는 아니지만 전라도 사람들에게 김대중 전대통령 욕하면 화내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황장엽 전화 인터뷰“정치세력화 의도 없다”

- 최근 근황은 어떤가.

▲ 많이 바쁘다. 북한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강연도 다니고 인터넷 사이트에 칼럼도 쓰고 있다.

- 건강 상태가 안좋다는 소리가 들리던데.
▲ 특별히 나쁘지는 않다. 다만 나이가 들어서 활동하는 게 좀 힘들다.

- 북한민주화동맹은 어떤 단체인가.
▲ 북한의 실상을 바로 알리고 북조선 인민들을 해방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단체다.

- 직접 만나서 인터뷰를 하고 싶다. 가능한가.
▲ 불가능하다. 나를 만나는 것 보다 자유북한방송의 김성민 국장을 만나서 이야기하는 게 좋겠다.

- 그래도 본인의 근황을 묻는 인터뷰인데 직접 만나는 게 좋지 않은가.
▲ 도대체 나에 대해 무엇을 물어보겠다는 것인가. 나는 김 국장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것뿐이고 나와 관련된 모든 것은 그 친구가 다 알아서 처리 하고 있으니 김 국장을 만나서 이야기하면 된다.

- 과거에 숨겨둔 자식에 관한 내용이 보도된 적 있는데, 최근 자식과 접촉은 없나.
▲ 내가 지금 몸도 좋지 않고 귀도 잘 안들려서 무슨 소린지 도무지 못 알아듣겠다. 이만 전화를 끊겠다.

-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묻겠다. 북한민주화동맹, 자유북한방송, 탈북자동지회, 통일을 준비하는 귀순자 모임 등 많은 단체가 황 위원장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 들리는 소문에 이들 협회들을 규합해서 정치세력화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는데,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나는 그런 사실(규합하려는 움직임) 없고, 정치세력화할 의사도 없다. 지금 길게 이야기할 상황이 되지 않으니 다음에 다시 기회가 되면 그때 이야기하자.

윤지환  jjh@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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