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 사고 치고 누군 뒤치다꺼리 하고…참 바쁜 국민
누군 사고 치고 누군 뒤치다꺼리 하고…참 바쁜 국민
  • 이병화 기자
  • 입력 2008-02-19 13:03
  • 승인 2008.02.19 13:03
  • 호수 721
  • 1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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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기름유출사고가 지난해 12월 7일 일어나자 온 국민들이 힘을 모아 오염된 해안 살리기에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환경전문가들은 태안반도가 예전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선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그로부터 한 달 뒤 외신들은 태안의 기적을 일제히 보도했다. 회생이 불가능할 정도로 황폐해졌던 태안반도가 전국에서 모여든 국민들의 노력으로 급속도로 되살아나고 있다며 이를 ‘기적’이라 불렀다.

이때 사건을 책임져야할 사람들은 무엇을 했을까.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발뺌하기에 바빴다. 애꿎은 국민들만 한겨울에 기름과 싸우며 굵은 땀방울을 흘려야 했다.

그리고 두 달여가 지난 뒤인 지난 10일, 600년을 넘게 지켜온 숭례문이 화마에 잿더미가 되는 재앙이 닥쳤다. 어안이 벙벙해진 국민들은 놀라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방화범 채종기씨의 어처구니없는 범행에 한탄 섞인 긴 한숨을 내뱉어야 했다.

하지만 정작 국민을 분노케 한 건 따로 있었다. 차기 이 나라의 통수권자가 될 이명박 당선인의 “국민성금으로 숭례문을 복구해야 한다”는 엽기적인 발언이 바로 그것이다.

세간에 떠도는 말 중에 “알아서 잘 해주면 습관된다”는 말이 있다. 이 경우가 바로 그렇다. 나라에 큰 재난이나 사고가 터질 때마다 국민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이를 극복해냈다.

이에 대한 학습효과일까. 이젠 국민들에게 모든 것을 떠넘기는 게 습관처럼 돼 있는 모양이다.

국민을 위해 실용적으로 일하겠다는 새 정부의 행보가 예고되는 것 같아 우려스러울 따름이다. 사고치는 사람 따로 있고 뒷수습하는 사람 따로 있나.

이병화 기자 photolb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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