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대기업과 특허분쟁으로 회사 잃은 박원섭 (전 애드링 대표)

최근 대기업의 중소기업 특허 침해사례가 늘고 있다는 특허청의 자료가 공개됐다. 지난 2004년 64건에 불과했던 대기업의 중소기업 특허 관련 침해 건수가 2006년 106건으로 66%가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들어서도 100여건의 분쟁 심판 소송이 제기됐지만 중소기업의 승소율은 절반에 그쳤다. 특히 차기 정부가 재벌규제 완화라는 카드를 들고 나오면서 중소기업에서는 시장 침해가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대기업과의 특허 분쟁으로 회사를 잃은 박원섭 전 애드링 대표를 만나 국내 중소기업 특허에 대한 의견을 들어본다.
“발명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냐.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특허를 침해한다면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특허가 나오겠느냐.” 박원섭 전 애드링 대표는 대기업의 중소기업 특허 침해 행위에 대해 꼬집었다.
박 대표는 지난해 운영 중이던 IT중소기업 애드링의 법인을 말소했다. 거대 공룡기업 이동통신사와의 특허권 무효소송에서 패소하면서 회사 운영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동통신사를 상대로 특허권을 두고 분쟁을 계속하고 있다. 자신이 출원한 특허가 사장되는 것을 지켜볼 수 없어다는 것이 박 대표의 설명이다.
“해외는 되고 국내는 취소되는 현실”
박 대표가 이동통신사들과 소송에서 패소한 부분은 컬러링에 대한 특허권이다. 박 대표는 이동통신사의 컬러링 서비스가 자신이 이미 특허를 출원한 부분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동통신사 3사는 박 대표의 특허는 특허로 볼 수 없다며 무효 소송을 잇따라 제기했다. 결국 대법원까지 가는 재판 결과 패소했다.
그러나 박 대표는 분쟁 과정에서 국내 특허권 분쟁 현실을 개탄할 수밖에 없었다. 박 대표의 특허가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등 5개국에 등록이 됐기 때
문이다. 국제 특허기관을 통해 이미 특허의 요건을 갖췄다는 평가까지 받은 마당에 국내에서는 대기업의 주장이 일방적으로 받아들어졌다.
특히 대기업과의 분쟁은 인도네시아에 설립한 법인을 통해 특허권을 해외사업 기회마저 포기하게 만들었다.
박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자국 특허가 무효가 된 선례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해외에서 특허를 받은 것은 신규성이 없는 것이냐. 특허로 인정을 받기
위한 기본 요건인 3가지를 2001년도 국제 예비심사를 마쳤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대법원 패소 후에도 일부 이동통신사와 ‘멀티미디어를 이용한 광고방법’ 특허를 놓고 분쟁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이동통신사는 박 대표의 주장에 대해 짤막한 대답으로 일축하고 있다.
박 대표는 특허권 분쟁은 대기업이 현금장사에 급급해 중소기업의 영역을 침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제도적인 문제보다는 인식의 문제다. 일부 언론에서 소개된 특허 사냥에 대한 대기업의 세미나 영상과 자료, 문서들은 특허권 분쟁의 현실을 말해준다.”
박 대표는 대기업 측에서 중소기업의 특허를 선별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 좋은 특허를 상호주의에 따라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좋은 특허를 선별할 능력을 갖추지 않고 중소기업 특허권 주장을 돈이나 바라는 한탕주의식 주장이라고 매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덧붙었다.
박 대표는 “컬러링 서비스와 관련된 국내 특허는 3건으로 볼 수 있다. 그 중에서 2건은 국제특허를 갖고 있다. 대기업이 관련 특허를 종합을 해 해외시장 등에 진출해 진화시켜야 하는 것이 글로벌 기업의 몫이다”이라고 주장했다.
중소기업 관련 은행과 기관들의 자세도 문제라는 의견을 내놨다. 박 대표는 특허권을 갖고 중소기업 기관과 은행을 찾았을 때 처음부터 들은 소리는 ‘담보’다.
제도보다 인식 개선이 우선
박 대표는 “싱가포르에서 ‘고용할 인원이 얼마나 되나’ 등 경제에 얼마나 기여할 것이냐는 질문을 가장 먼저 듣고 국내와 다른 중소기업 환경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은행이나 관공서가 기술적 부분뿐만 아니라 비즈니스부분의 특허 사업성을 전혀 판단을 하지 못해 사장되는 중소기업 특허가 많다고 토로했다.
박 대표는 “우주선도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것이 아니냐” 며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영역을 인정하는 인식적 바탕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많은 국가들의 중소기업 특허를 국가의 지식재산권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보호를 하는 사례가 많다”고 덧붙었다.
현유섭 기자 HYSO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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