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피 수혈해야 한국디자인 산다

“할 수 있는 모든 부분에서 최선을 다해 최강 한국으로 만들고 싶다. 더 이상 카피로 뒤만 좇는 시대는 지났다. 나의 조국, 한국의 정신이 녹아있는 작품을 트랜드화 시켜야 한다.” 나의 조국 ‘한국’이란 말에 가슴이 벅차올라 눈물 짖는 패션디자인의 거장 황재복. 누구보다 조국을 사랑하기에 자신의 자식에게도 “내가 너에게 공부시키는 것은 네가 잘되기 위함이 아니라 한국을 더욱 강대국으로 만들기 위해”서라 교육시킨다.
월드 미스 유니버시티, 미스코리아, 서울 국제 패션콜랙션 등을 비롯해 굵직굵직한 국제무대에서 바쁘게 뛰어온 디자이너, 그 동안의 노력을 인정받아 지난 1월 29일 대한패션디자이너협회(KFDA)의 18대 신임회장으로 취임했다.
이제 한국 패션의 발전을 위해 자신의 뜻을 실천하며 더욱 바쁜 하루를 맞이할 황 회장을 만나 고견을 들었다.
황재복이란 이름 앞에는 항상 ‘한국 최초의 웨딩전문 디자이너’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가 패션계에 두각을 나타내기 전까지 한국의 웨딩드레스시장은 전문 인력이 아닌 양장점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따라서 제작기술은 물론 라인과 바느질까지 일반 옷과는 다른 웨딩드레스가 본래의 이미지와 동떨어진 길로 발전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전문적 지식만으로 오늘의 거장으로 자리매길 할 수 있었을까? 일반적인 유명 패션디자이너와는 차별화된 그녀의 라이프스타일이 그 비결이다.
국내최초 웨딩전문 디자이너
“패션시장은 보수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한곳에 정착하는 시대는 지났다. 의식을 갖고 다분야의 사람을 만나고 공부와 풍부한 경험을 통해 시대가 원하는 트랜드를 앞서가야 한다. 이것이 바로 소비자들이 원하는 명품을 주도할 수 있는 비결이다.”
이런 그의 생각이 소비자들이 원하는 스타일을 창조해 심플하고 소재자체의 특징을 살아있는 드레스를 만들 수 있었다. 이로서 패션피플들이 즐겨 찾고 자연스럽게 외국유명 브랜드 웨딩드레스들의 한국진출을 막아내는데 일조했다.
이런 그녀가 회장 재임기간 동안 신생디자이너 육성과 한국 고유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그동안 빈약했던 2가지 부분을 채우고 약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한국은 브랜드 정착화에 힘을 쏟으며 그 명맥을 이뤄왔다. 이제 새로운 신인 디자이너들을 영입·육성시켜 그들에게 선배들이 쌓아놓은 업적을 밟고 올라가게 해야 한다. 즉 젊은 피를 한국패션에 수혈시키자는 것이다.”
또 그동안 보수적인 패션계의 이미지를 벗고 미디어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가깝게 다가가 한국패션을 승격시켜야한다고 말한다.
“한국패션브랜드를 소비자들이 잘 모른다. 그만큼 미디어 활용을 못해 패션디자이너들과 소비자들이 따로 놀았다는 것이다. 한국브랜드가 질적으로 뒤처진 것이 아니라 홍보에 대한 개념부족이다. 다분야매체를 통해 한국패션을 알리고 미디어 역시 사명을 갖고 알려야한다.”
하지만 한국브랜드 이기에 무작정 입어달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만큼 한국 제품들의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는 뜻도 포함된 것이다.
“소비자 선택은 냉정하고 그들의 판단이 맞다. 작품이 좋아서 입는 경우도 있고 브랜드자체의 위상을 느끼기 위해 그들은 돈을 지불한다. 그들에게 남는 부분이 있어 한다는 것이다. 애국을 외치기 전애 소비자들이 애국자가 되도록 기업이 더 노력해야 한다.”
즉 모든 분야에서 한국물건이 월등하다면 소비자들은 굳이 외국브랜드에 지갑을 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소비자들을 애국자로 만들까. 그녀는 경험을 통해 얻은 철학인만큼 한 분야에 머물러 있다면 이미 퇴보의 문턱에 있다고 말하며 시대를 읽으라고 강조한다. 글로벌시대에 패션시대가 예외일수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심리를 읽는 것이 계발이다. 나에게 사람들이 올해의 트랜드를 물을 때면 ‘내 자신을 훈련해요’란 말로 모든 뜻을 함축한다. 문화적 수준과 안목을 높이기 위해 영화, 책, 음악을 두루 탐독한다. 심지어 노래방에서도 결코 젊은 사람들에게 뒤지지 않는다.”
“나는 자신을 훈련한다”
이런 인물이기에 세계무대의 유혹은 끊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외국 부호들과 정계인사들도 그녀의 드레스를 주문하며 외국진출을 논한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은 한국시장에 할 일이 너무 많다 한국이 놔주지 않으니 나갈 수 없다”며 단호하고 부드러운 한마디만을 남긴다.
활발하고 끊이지 않은 젊은 열정으로 무장한 그녀이기에 진정한 황재복의 디자인세계는 이제부터 시작일지도 모른다.
이제 대한패션디자이너협회의 신임회장에 취임한 황재복, 그녀의 어깨를 통해 진취적이고 역동적으로 발전할 한국패션시장을 기대해 본다.
송효찬 기자 s2501@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