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수련장서 만난 ‘대학가요제 스타’우순실
명상수련장서 만난 ‘대학가요제 스타’우순실
  • 송효찬 기자
  • 입력 2008-01-15 13:14
  • 승인 2008.01.15 13:14
  • 호수 40
  • 3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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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와 희망으로 타인의 아픔 감싸줄 터

지난 1982년 대학가요제에서 ‘잃어버린 우산’으로 스타덤에 오른 ‘만인의 연인’ 우순실. 26년의 긴 시간이 흘렀지만 그녀의 노래는 여전히 386세대를 넘어 사랑받는 베스트 음반으로 꼽힌다. 하지만 화려한 무대 밖 인생길은 그리 녹록하지 않았다. 이제 역경을 이기고 다시 팬들을 만나는 우순실의 표정은 깊은 터널을 통과한 열차처럼 흥에 겨워 있다. 자신을 기다리고 궁금해 하던 팬들에게 꿈과 건강의 중요성을 알리려한다. 강남구 신사동 세도나 명상센터에서 마음을 수련하는 그녀를 만났다. 그동안의 아픔과 인생역경, 앞으로의 행보를 들어봤다.

“아이고 화장도 안했는데 괜찮을까요?” 평상시 모습을 그대로 보이고 싶어 이곳에서 약속을 잡았다는 스타, 명상복 가벼운 차림으로 기자를 맞이한 얼굴에는 평온한 미소가 가득 차다.

대학가요제에서 동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해 ‘잊혀지지 않아요, 빨간 장화’ 등 애틋한 발라드로 팬들의 사랑과 관심을 모았다. 지난 91년 결혼한 후 무대를 조용히 떠났다.


흔들리는 차 안에서 출산

그토록 노래를 사랑했던 그녀가 무대를 떠난 데에는 가슴 아픈 사연이 숨어 있다. 결혼과 함께 시작된 임신 중에도 노래가 인생이라 생각했기에 직접 운전해 라이브카페에 가 노래를 부르는 열정을 보였다. 무대에 오른 순간 모든 어려움과 피곤함이 잊혀 지지만 무대 뒤 남는 것은 긴장과 피곤함뿐이었다.

출산 예정일을 한 달 앞둔 1월, 평상시와 같이 무대에 올랐지만 산통을 느껴 병원으로 향하던 중 흔들리는 차 안에서 큰 아들 병수를 낳았
다.

차 안에서 아기는 힘겨워했고 결국 호흡곤란을 겪어 병원에 도착했을 땐 이미 뇌손상을 입은 상태였다. 생후 4개월 무렵 뇌수종과 두개유압증(천문이 일찍 닫혀 뇌가 정상적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병)을 판명 받았다.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으로 장애아란 아픔이 닥쳤고 두 번의 뇌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이미 손대기 힘들 정도로 손상됐기에 뇌기능은 겨우 10%만 살아 있어 앞도 보이지 않고 소리만 겨우 듣고 앉지도 서지도 못했다.

의사 표현도 겨우 ‘싫다’는 말뿐, 움직임도 앞뒤로 몸을 뻗치는 게 전부였다.

음식도 죽만 소화할 수 있었고 그것도 엄마가 떠먹여줘야 했다. 그동안 아픈 아기를 위해 ‘노래 잃은 카나리아’로 하루하루를 살아갔다. 돌보면서 많이 울었고, 너무 힘들어 지칠 땐 아기를 원망하기도 했다. 간혹 라이브 공연을 하더라도 데리고 다녔다.

엄마가 먹여주는 음식이 아니면 잘 먹지 않았기 때문이다. 병세는 좀처럼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다 결국 아이는 세상의 아픔을 잊고 그녀의 가슴속에 묻혔다. 마음속에 자식을 묻는 고통을 어찌 말로 설명하랴. 그럴수록 그녀의 노래 속에 담긴 한은 커져만 갔다.

결국 막둥이 세 째를 낳을 때 스트레스가 커져 임신중독으로 발전, 온몸이 붓고 마음을 닫는 등 매사에 예민해져 갔다. 이후 우연한 기회에 명상을 접한 그녀는 서서히 마음열고 세상에 다시 설수 있게 됐다.

“명상수련을 시작으로 다시 20대 열정을 찾게 됐다. 누구를 만나도 당당한 나를 찾은 것 같아 기쁘다. 마음이 가볍고 평화로운 만큼 이제 내 노래는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을 위해 무대에 설수 있게 됐다.”

무대를 찾은 팬들은 예전과 다른 모습으로 돌아온 그녀를 보며 울고 웃고 자신의 마음을 달랜다. 팬들은 ‘시원하다. 후련하다. 한이 풀린다’란 말로 격려한다.

“예전에 노래는 단순히 잘 부르면 되는 줄 알았다. 이제는 힘든 일들을 이기고 편한 마음으로 내 마음을 전하다 보니 같은 노래를 불러도 ‘무거운 것은 내려놓은 것 같아 편해졌다, 시원하다’고 팬들이 말한다. 예전엔 들어보지 못했다. 이제야 가수가 뭔지를 알 것 같다.”

애절함보다 밝고 명랑함을 전하는 건강음반 ‘걸음아 날 살려라’를 내놓은 우순실. 둘째 딸과 세 째 아들이 녹음에 함께 참여해 활기차고 따스함을 더한다.

또 작사가로 나선 이승헌씨는 뇌교육 창시자로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총장(세계지구인연합회WEHA 회장, UN-NGO)인 만큼 건강을 생각하는 편한 음반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제 우순실은 본격적인 방송출연과 다양한 무대 활동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제 한명의 가수가 아닌 남의 아픔을 감싸주고 어루만져주는 엄마, 친구, 동료의 마음으로 팬들 앞에 당당히 돌아왔다.

이렇듯 바쁜 스케줄과 명상을 반복하고 있지만 남들이 모르게 틈틈이 장애아들을 찾아 행동으로 실천하며 엄마의 마음을 전한다.


가수 넘어 사회봉사자로

“인식부족으로 남들이 꺼려하는 장애아들지만 같은 모습의 자식을 뒀던 만큼, 엄마의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어 오히려 편하고 나를 반겨줄 때면 가슴 벅찬 기쁨을 느낀다. 가수생활도 중요한지만 이들과 함께하는 생활 역시 중요하다”

다시 세상을 향해 마이크를 잡고 노래와 명상, 봉사를 통해 세상의 아픔을 감싸주겠다는 그녀는 팬들의 칭찬과 격려를 채찍삼아 항상 최선을 다해 감동을 주는 가수로 더 높게 비상할 것이다.

송효찬 기자 s2501@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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