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전8기’ 인생 성공스토리의 주인공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의 정병산(55) 수사관.
그는 최근 천신만고 끝에 얻은 사무관시험 합격증과 임채진 검찰총장이 보낸 난을 받았다.
1978년 9급 행정직(그 땐 5급 을류)으로 검찰에 발을 들여놓은 지 29년 만에 간부직으로 오른 것이다.
정 수사관은 6·25전쟁 중이던 1952년 전남 승주군 황전면에서 쌍둥이로 태어났다. 우등생이었던 그는 황전북초등학교 6학년 때 순천 매산중학교 진학시험에 붙었다. 하지만 학비를 댈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
진학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정 수사관은 대신 집안 살림을 돕겠다며 이웃마을 이발소에 취직했다. 그러다 16세 때 기차를 타고 무작정 상경했다. 그 때 밥 한 끼 사먹을 돈도 없었다.
서울에서 다시 이발소종업원 일을 했다. 가진 기술이라고는 그게 다였기 때문이다. 20세 무렵 검찰 일반직시험을 치르기로 마음먹었다. 서점에서 시험 준비용 책을 보고 막연한 희망을 가진 것이었다. 내리 세 차례 고배를 마셨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그에게 영어는 넘지 못할 벽 같았다. 낙담 끝에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시도했으나 다행히 병원에서 깨어났다. 이후 한 차례 더 낙방하고 26세 때 4전5기 끝에 합격, 검찰 수사관이 됐다.
그는 서울지검 집행과에서 근무를 시작해 천안지청, 서울지검 공안부, 법무부 검찰2과, 서울지검 특수부 등을 거쳤다. 2005년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에 근무할 땐 황우석 교수 사건 수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정 수사관의 사무관 도전은 2000년부터 시작됐다. 통상 이 시험은 200명 정도가 응시, 약 50명이 합격한다. 4년제 대학 졸업생이 응시생의 대부분이다. 2006년까지 잇따라 7번 떨어졌다. 형법, 형사소송법 논술형 시험이 늘 걸림돌이었다. 나이제한으로 올해가 마지막 기회였다.
그는 합격을 통보받은 순간 눈물을 흘렸다.
정 수사관은 “시험준비 때문에 경조사에 참석하지 못해 집안에선 아예 열외인물이 됐고, 거듭된 실패에 무능한 존재로 낙인 찍혔다는 생각에 대인기피증까지 겪었다”고 지난날의 어려움들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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